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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1998~2018, 해시태그로 본 20년의 기록

 

 

#익스피디션

 

익스피디션(Expedition)은 임무 수행을 위해 ISS로 향하는 우주인들로 구성된 탐사대를 말한다. 지금까지 15개국 239명의 우주인이 54회의 익스피디션을 완수했다. 거액의 자비를 들여 민간 우주비행사 자격으로 ISS에 방문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익스피디션 1’은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에 이뤄졌다. 3명의 우주비행사가 대원으로 결정됐다. 사령관을 맡은 미국인 윌리엄 셰퍼드는 이미 4번이나 우주 비행을 경험한 베테랑이었다.

 

ISS까지 이들을 이동시킬 유인 우주선 소유즈의 운전과 도킹은 러시아인 유리기드젠코가 맡았다. 기드젠코는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Mir)’의 사령관으로 179일간 우주를 탐사한 바 있다.

 

비행체 엔지니어인 러시아의 세르게이 크리칼로프는 이미 한 번 ISS에 방문해 정비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2000년 10월 31일 지구를 떠나 사흘 뒤 지구 상공 368km에 있는 ISS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ISS에 들어가자마자 동력을 올리고, 내부를 생활 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시절의 ISS는 지금보다 훨씬 가벼웠다. 당시에는 자리야와 미국의 ‘유니티(Unity)’, 러시아의 ‘즈베즈다(Zvezda)’ 등 모듈 3개가 ISS의 전부였다. 이들은 침실, 부엌, 화장실, 체력 단련실 등을 갖춘 즈베즈다에서 141일간 머무르다 이듬해 3월 지구로 귀환했다.

 

‘익스피디션 17’에는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포함됐다. 2008년 4월 11일 ISS에 도착한 이 박사는 초파리 유전자 실험, 추적 망원경, 기초과학실험 등 21종의 과학실험을 수행하며 11일간 ISS에 머물렀다.

 

가장 최근에는 2017년 12월 ‘익스피디션 54’가 ISS에 올라갔다. 2018년에는 ‘익스피디션 59’까지 계획돼 있다.

 

 

 

#협력

 

ISS가 인류 최초의 우주정거장은 아니다. 우주정거장의 시초는 1971년 시작된 러시아의 ‘샬루트(Saylut)’다. 이후 1973년 미국의 ‘스카이랩(Skylab)’, 1986년 러시아의 ‘미르’가 뒤를 이었다.

 

ISS는 이들과 달리 국제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샬루트, 스카이랩, 미르는한 국가가 건설하고 운영을 전담했다.

 

반면 ISS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연방우주청(ROSCOSMOS)을 중심으로 전 세계 16개국의 우주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이처럼 ISS는 우주개발에서 냉전과 경쟁의 시대가 끝나고 협력의 시대가 시작되는 시발점이 됐다.

 

이주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ISS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우주 개발 분야에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각국의 우주 개발 예산 절감은 물론, 협력 연구를 통한 시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의외의(?) 분야에서 국제 협력이 이뤄지기도 했다. 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첸코와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 예카테리나 드미트리예바의 국제 결혼이 성사된 것. ISS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들은 2003년 8월 세계 최초로 우주 결혼식을 올렸다.

 

예식은 ISS와 NASA 휴스턴센터에서 이원 생중계됐고, 들러리는 동료 우주인이 맡았다. 결혼반지는 우주 화물선을 통해 지구로부터 배송됐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결혼식을 치른 셈이다.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의 사고 원인은 얼음 덩어리 하나가 우주선의 왼쪽 날개를 쳐 구멍을 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폭발

 

ISS가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건축물’이란 별칭 뒤에는 순탄치만은 않았던 고생길이 있었다.

 

시작부터 삐걱댔다. 1980년 대 초 미국은 ‘프리덤(Freedom)’이라는 거대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가 폭발하며 우주비행사 전원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고, 미국 내 우주 개발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건설에 필요한 예산과 시간도 확보하지 못했다. NASA는 당초 계획을 변경해 협력을 통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고, 이렇게 ISS가 시작됐다.

 

2003년은 특히나 시련의 해였다. 2월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가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길에 착륙 16분을 앞두고 공중에서 폭발했다. 7명의 승무원이 사망하는 대참사였다. 이후 2년 반 동안 미국은 우주왕복선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이 기간 동안 러시아의 소유즈만이 ISS와 지구 사이를 오갔다. 보급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7~9번째 익스피디션은 우주인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2006년 9월에는 ISS에 첫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산소발생기에서 유독성 연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주인들은 30분 만에 방독면과 장갑을 착용한 채 유독물질을 제거해 사태를 수습했다. 이후에도 ISS는 컴퓨터 고장, 모듈 파손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반복했다.

 

 

#실험

 

ISS에는 최초의 실험용 모듈인 미국의 ‘데스티니(Destiny)’, 유럽우주국(ESA)의 ‘콜럼버스(Columbus)’, 일본의 ‘키보(KIBO)’ 등 우주실험실 6개가 구비돼 있다. 현재도 미세 중력 실험, 생명과학, 우주과학, 지구과학, 약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90종이 넘는 우주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2016년 3월까지 ISS에서 수행된 실험은 총 2082가지에 이른다. 이를 위해 28개국 과학자 962명이 참여했으며,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1341개, 학회 발표 논문은 418개에 이른다. ISS에서 진행된 연구를 가장 많이 게재한 학술지는 ‘플로스 원(Plos One)’으로 현재까지 36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들 연구를 위해 지구에서는 자그마치 5만6837kg의 실험 재료를 ISS로 보냈다.

 

가장 많은 실험이 이뤄진 분야는 중력이 거의 없고 방사선이 지구보다 100배 강한 우주 공간에서 인체의 변화를 살피는 연구다.

 

지구를 벗어난 인간이 다른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극한 우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가령 하루에 16차례나 해가 뜨는 ISS에서는 우주인이 지구에서처럼 생체리듬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숙면을 위한 개인 암실 침실(Crew Cabin)에서 우주인은 잠을 청하고, 8시간이 지나면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이 뜬다. 우주인이 부착하는 센서(Drager Double Sensor)는 실시간으로 온도 등 신체 변화를 살피며, 손목에 찬 시계(ActiWatch)로는 하루 운동량을 측정한다.

 

사람이 직접 진행하기 어려운 실험은 동물이 대신한다. 생식력에 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13년 동결 건조한 쥐의 정자를 우주로 보냈고 9개월 뒤 지구로 회수했다. 그 뒤 지상의 난자와 인공수정을 통해 새끼 쥐 73마리를 출생시켰다.

 

출산율은 지구에서의 인공수정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밀 분석 결과 우주 방사선으로 인해 정자의 DNA는 손상을 입었지만 9개월간의 표류가 생식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란성 쌍둥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가 1년간 한 명은 우주에서, 다른 한 명은 지구에서 살았다. ‘우주에서의 1년(A Year in Space)’이라고 이름 붙은 이 실험은 우주에서 생기는 신체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동생인 스콧 켈리는 2015년 3월 지구를 떠나 340일간 ISS에 머물렀다. 이 기간 중 무려 5440바퀴나 지구를 돌며 2억3149km를 이동했다.

 

1년간 우주에서 보내며 스콧의 키는 형 마크에 비해 5cm나 늘었다. 반면 운동량이 부족한 탓에 근육은 위축되고, 골밀도는 감소했다.

 

스트레스와 달라진 식습관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장내 미생물은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NASA는 첫 실험보고서에서 이들 쌍둥이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결과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DNA 메틸화’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메틸화의 정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지면 정상적인 유전 정보 복제가 이뤄지지 않아 세포에 병변이 발생하기 쉽다.

 

또, 지구보다 우주에서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우주 공간에서 보낸 1년간 스콧의 유전자 기대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DNA의 말단에 달린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점점 길이가 짧아진다.

 

즉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을수록 노화했다는 의미다. 스콧의 텔로미어 길이는 지상에 있던 형보다 길었다. 하지만 귀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텔로미어는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5cm 자랐던 키도 다시 원상복구 됐다.

 

일란성 쌍둥이의 형 마크 켈리(왼쪽)와 동생 스콧 켈리. 스콧은 40일간 우주에 머무르며 1만944번의 일출을 봤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20년 우주 개발 협력의 상징, 국제우주정거장 ISS

Part 1. 1998~2018, 해시태그 로 본 20년의 기록

[Infographic] ISS, 20년의 발자취

Part 2. 포스트 ISS 시대, 달 우주정거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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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권예슬 기자
  • 기타

    [기획·진행] 권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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