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과학을 모르고 달리던 시절 운동중 물을 마시면 배가 출렁거린다고 물 마시는 일을 금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하지만 요즘도 갈증에만 의존해 물을 마시지는 않는지…. 마라톤에서 언제, 얼마나, 어떤 형태로 물을 마셔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보자.
물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성분이며, 체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체중의 60%가 물이다. 뇌와 근육은 75%, 지방은 25%가 물이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은 입→위→장→간장·심장→혈액→세포→혈액→신장→배설의 순서로 순환한다. 이 과정에서 물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매우 중요한 역할, 즉 순환기능, 동화작용, 배설기능, 체온조절기능 등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포형태를 유지하고 대사작용을 높이며 혈액과 조직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그리고 영양소를 용해시키며 이를 흡수·운반해서 세포로 공급해준다. 또 체내에서 불필요한 노폐물을 몸밖으로 배설시키며 혈액을 중성 내지 약알칼리성으로 유지시키고 체내의 열을 발산시켜서 체온을 조절한다.
당연히 마라톤과 같은 고된 운동에서는 몸밖으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물을 섭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수분이 과도하게 배출되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데, 마라톤에서 물을 언제, 얼마나, 어떤 형태로 마셔야 할까.
체중 6-8% 수분으로 잃기도
평소 우리는 1일 수분섭취량 가운데 60%를 음료에서, 30%를 식품에서, 나머지 10%를 체내대사의 결과로 얻는다. 1일 수분섭취량은 체중 1kg당 평균 36mL 정도다. 예를 들면 70kg인 사람의 경우 2.55L를 섭취하는데, 음료수에서 1.2L, 음식에서 1.0L, 대사의 결과로 0.35L를 얻는다. 이렇게 섭취한 물은 다시 소변으로 1.25L, 피부로 0.85L, 호흡으로 0.35L, 대변으로 0.10L가 소실돼 전체적으로 평형을 이룬다. 즉 소실되는 수분 전체에서 60%가 소변으로, 5%가 대변으로, 또 5%가 땀으로 사라지며, 나머지 30%는 피부를 통해 증발하고 호흡을 통해 수증기로 변한다.
이에 비해 운동하는 경우 수분은 90% 가량이 땀으로 손실된다. 나머지 대부분은 호흡을 통해서 증발된다. 달릴 때 땀을 통해 손실되는 수분은 시간당 평균 1-1.5L이다. 순수한 물 1L의 무게가 1kg이므로 달리기에서 1시간에 1-1.5kg의 체중이 감소하는 셈이다. 더 빨리 달리거나 날씨가 더운 때에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분이 손실된다. 예를 들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우 시간당 1.4-1.8L 정도의 수분을 땀으로 잃어버린다. 이 경우 2시간을 달렸다면 68kg의 사람은 2.7-3.6kg 정도 몸무게가 줄어든다. 몸무게의 4-5%를 잃는 것이다.
시간당 1.5L의 땀이 손실되는 경우는 지구력이 요구되는 스포츠에서 흔히 일어난다. 로렌스 암스트롱 박사가 ‘러너의 세계’(runner``’s world) 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세계적 마라토너 알베르트 살라자르의 몸무게가 올림픽 마라톤경기중 5kg이 줄었다. 이는 살라자르의 몸에서 11분마다 0.45kg의 수분, 즉 시간당 2.3kg(L)이 넘는 수분이 손실됐음을 의미한다.
손실되는 수분량은 활동적인 사람의 경우 하루동안에 체중의 2-4%가 보통이다. 반면 마라톤선수들은 42.195km 경기 동안 체중의 6-8%를 수분으로 잃을 수 있다.
탈수를 경고하는 현상
장거리 마라톤 훈련이나 경기시에는 대량의 수분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극도의 탈수증상은 체온이 조절되지 않거나 혈액 농도가 너무 올라가는 등 여러가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탈수증은 운동능력의 저하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경기중 선수들이 물 마시는 것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만일 체중의 1-2%가 넘는 수분이 땀으로 손실되면 체온이 상승하고 심장 출력이 저하돼 지구력에 확실히 중대한 손상을 일으킨다. 한 실험에서는 단지 1.5kg(L)의 수분 손실로 인해, 혈장(혈액 속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을 제외한 액체성분)량이 감소하고, 1회 심박출량이 감소해 심박수가 증가하며 심장의 산소소모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심장출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또 땀이 수분섭취량를 넘어 유출될 때는 세포질 안과 밖의 수분량이 감소하며, 체온은 상승하고 지구력은 감소한다.
탈수상태를 경고하는 신체적 대응반응이 바로 갈증이다. 보통 체내 수분이 체중의 1% 가량 손실됐을 때 갈증현상이 나타난다. 탈수현상이 일어나면 신체의 근력이 저하되고 운동지속시간이 감소되며 혈장량과 혈액량이 줄어든다. 또한 심한 운동중에는 심장기능이 저하되며 산소섭취량이 감소하는 등 이상이 생겨 운동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한 보고에 따르면 전체 체중의 3% 이상이 탈수에 의해 손실될 때, 신장에서 혈류량과 함께 여과되는 수분량이 감소하고, 간글리코겐 저장량이 결핍되며, 신체로부터 손실되는 전해질량이 증가해 운동능력을 감소시킨다.
체중의 2% 이상 탈수가 되면 운동중 심박수와 체온이 상승하고, 수분손실량이 체중의 3-4%에 이르게 되면 신체활동력이 저하돼 장거리 유산소 운동능력이 20-30%까지 감소된다. 즉 체중이 70kg인 사람이 2L 가량의 수분을 잃으면 신체활동력의 저하된다는 것이다. 격심한 운동을 하는 경우 수분이 시간당 3L까지도 땀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탈수증세로는 갈증, 식욕 상실, 무기력, 불안, 메스꺼움, 과민증 등이 있다. 수분손실량이 체중의 5-6%에 이르면 체온조절이 어렵게 되고 맥박과 호흡이 빨라진다. 수분손실량이 더 증가될 때는 현기증, 정신 착란, 기력 감퇴 등이 수반된다. 결과적으로 열탈진, 열사병, 그리고 심한 경우 죽음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운동 1-2시간 전부터 찬물 마셔야
탈수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 전에는 미리 일정량의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운동 1-2시간 전에 약 5백-6백mL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차가운 물이 더 좋다. 처음에는 약간 거북할 수도 있지만 점차적으로 적응이 된다. 그리고 운동 15분 전에는 차가운 물이나, 약간의 탄수화물이 함유된 스포츠음료를 다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때 탄수화물의 농도는 약 10% 이하인 것이 좋다. 차가운 물에다 약간의 꿀을 타 마시는 방법도 효과적일 것이다.
마라톤을 하다보면 레이스 중간중간에 급수대에서 물 마시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라톤의 특성상 한번에 많은 음료를 마실 수는 없겠지만, 운동중 수분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도록 한다. 보통 매 10-15분마다 1백20-1백50mL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1시간 이상 지속되는 운동이라면 탄수화물이 약간 함유된 스포츠음료가 좋다.
뿐만 아니라 운동 직후에도 물을 마셔 체내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운동 후 체중 감소는 대부분 탈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운동 후 몸무게가 빠진 만큼의 수분을 보충하면 탈수증을 막을 수 있다. 운동 후 수분보충량을 알아내려면 체중을 재면 된다. 매일 운동 시작 전과 직후 2차례에 걸쳐 체중을 재며, 감소한 체중 약 0.5kg 당 5백mL의 수분을 섭취하도록 한다. 탈수 정도는 소변으로도 알 수 있다. 소변은 땀을 많이 흘리면 양이 적어지고 색깔은 짙어진다.
물론 체내에 수분을 무제한 담아둘 수는 없다. 체내 수분량은 체중의 60-66%가 상한선이다. 그 이상의 수분이 체내로 들어가면 소변으로 배출된다. 단 체내 수분은 신장에서 쉬지 않고 소변으로 바뀌고, 피부로부터 항상 증발되거나 호흡으로 유실되는 등 24시간 내내 조금씩 소모된다. 즉 충분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의식적으로 계속해서 물을 마실 필요가 있다. 한번에 대량으로 물을 마셔도 대량의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몇회에 나눠 조금씩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뇨회수가 보통보다 늘고, 소변색이 엷으면 몸의 수분은 충분히 있다는 표시이다. 초보자는 1.5L의 미네랄워터 1병을 하루 몇차례에 나눠 마시는 정도가 적정하다. 하지만 만성적인 탈수상태가 되면 비록 매일 운동 후 빠져나간 양만큼 물을 보충한다고 해도 갑자기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는 사실에 주의하자.
장시간 운동에는 스포츠음료 적합
마라톤에서는 스포츠음료가 기록향상과 완주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스포츠음료가 필요한 탄수화물을 보충하고 물보다 더 잘 흡수되는 비율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포츠음료가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성분은 훈련 도중 우리 신체가 소모하는 글리코겐을 보충하기 위해 공급되는 탄수화물이다.
스포츠음료가 탄생하기 전에는 에너지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거품을 없앤 소다수를 지니고 달렸다. 이렇게 임시변통으로 만든 음료의 문제점은 탄수화물이 너무 많이 함유됐다는 것이다. 과다한 탄수화물 함유음료는 소화불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스포츠음료는 탄수화물이 적정량 함유됐기 때문에 매우 고된 장거리 운동을 하는 중이나 운동을 마친 후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온몸이 흠뻑 젖도록 땀을 흘리지 않고 1시간 이내로 달리는 운동에서는 보통의 물과 스포츠음료의 효과 차이는 별로 없다. 단지 물에는 칼로리가 없을 뿐이다. 오히려 칼로리가 없는 물이 더 좋을 수 있다. 체중을 줄이려고 운동을 하는데 땀을 많이 흘리지 않은 상태라면 굳이 1백mL당 약 20-30kcal나 되는 스포츠음료를 많이 마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칼륨, 칼슘 같은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스포츠음료보다 오렌지주스와 같은 천연과일주스에 훨씬 많다. 따라서 평소에는 과일주스를 마시는 것이 더 좋다.
운동중엔 마시면 안되는 음료가 있다. 바로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 우유 등이다. 흡수가 느려 신속하게 수분을 공급하지 못하고 위 팽만감과 트림의 증세로 신체 움직임을 더디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염분, 나트륨 성분 탓에 고혈압이나 신장병 환자에겐 좋지 않다.
마라톤경기에서 적절한 수분공급은 매우 중요하다. 수분을 보충함으로써 혈액량이 감소하는 것을 막아주며, 따라서 심혈관계의 기능을 유지시키고 체온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을 언제, 얼마만큼 마셔야 하는지를 갈증만으로 의존해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라톤 훈련이나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수분보충에 관한 안내지침을 준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