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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오락가락 北 핵실험 규모, 왜?

9월 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이뤄진 6차 핵실험으로 인공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기상청은 지진 규모를 5.7로 발표 했지만, 미국과 중국은 6.3으로, 일본은 6.1로 발표했다. 또 노르웨이 지진연구소는 처음에는 규모를 5.8로 발표했지만 열흘가량 지난 뒤 6.1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사이의 차이는 0.6으로 숫자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진 규모 계산에서 0.6은 실제로 지진 에너지가 8배 가까이 차이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각국의 인공지진 발표 수치가 일치하지 않자 논란이 일었다.

 

사실 이런 불일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친 북한 핵실험에서 한국과 중국, 미국이 발표한 인공지진 규모가 일치했던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동일한 인공지진에 대해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은 이유는 뭘까.

 

 

지진 규모 결정하는 표준 원리, 리히터 규모


지진 규모는 지진의 세기, 즉 지진에 의해 방출된 에너지의 등급을 매긴 것으로 지진을 통계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찰스 리히터가 1935년에 고안한 방법을 표준으로 쓴다. 리히터는 별의 등급을 밝기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에 착안해 지진 규모를 결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별빛에 절대 등급을 매기듯이 지진파의 최대 진폭을 같은 거리에서 측정한 것처럼 비교할 수 있는 단위를 개발한 것이다.

 

 

지진이 발생한 곳(진앙)으로부터 100km 거리에서 우드-앤더슨 지진계에 측정된 지진파의 최대 진폭의 상용대수(상용로그) 값을 기준으로 삼았다. 우드-앤더슨 지진계는 지반의 움직임을 약 2080배 정도 증폭해 기록하도록 고안됐다.

 

 

우드-앤더슨 지진계는 100km 거리에서 최대 진폭이 0.001mm로 기록된 지진의 세기를 규모 0.0으로 임의로 정의했고, 이 기준이 현재의 표준이 됐다. 가령 100km 거리에서 우드-앤더슨 지진계가 1mm의 진폭을 측정했다면, 규모가 0.0인 지진의 진폭보다 1000배 커졌으므로 그 지진의 규모는 1000의 상용로그 값인 3.0이 된다.

 

 

이유1 : 진앙에서 거리 같아도 방위각 따라 지진규모 달라

 

지진 규모를 결정하는 원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정확한 지진 규모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진파의 발생과 전파 과정이 꽤 복잡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연지진은 판구조론적인 힘과 관련돼 있어 ‘탄성반발론’으로 지진과 지진파의 발생 과정을 설명한다.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판은 꾸준히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두 판이 인접한 부분에서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 활처럼 휘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깨지거나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면서 휘어졌던 암석이 다시 펴지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오랫동안 축적된 에너지가 P파, S파, 러브파, 레일리파 등과 같은 다양한 지진파의 형태로 방출된다.

 

이처럼 암석이 깨지거나 미끄러지듯이 움직인 면을 단층면이라 하며, 대부분 지표에서 약 10km 이내 깊이의 지하에서 단층면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또 지진의 세기가 커질수록 단층면의 크기가 커진다. 대략 규모 6.5가 넘는 지진이 발생하면 지표에서 단층면을 관찰할 수 있다.

 

단층이 움직여 발생한 지진파는 사방으로 전파되지만 진앙을 중심으로 단층면과의 방위각에 따라 진폭의 차이는 크다. 이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관측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

 

실제로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관측소마다 다른 수치가 기록됐다. 경주에서 약 164km 떨어진 충북 충주와 전남 광양, 강원도 삼척에서 측정한 지진파를 토대로 계산한 값은 5.35~5.56으로 최대 0.21이 달랐다.

 

충주와 광양, 삼척은 경주에서 비슷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지만 P파와 S파의 진폭이나 지진 파형이 서로 다르게 관측된다(왼쪽 그래프). 진앙을 중심으로 이 관측소들의 방위각이 각각 318도, 237도, 46도 정도로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지진파가 퍼지면서 에너지 밀도가 작아져 진폭이 줄어드는 현상도 규모 측정에 영향을 미친다. 잔잔한 호숫가에 생긴 동심원 형태의 물결은 퍼져나가면서 점차 잦아든다. 마찬가지로 지진파도 진앙에서 멀리 퍼져나갈수록 진폭이 작아진다. 이를 ‘기하학적 확장’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지진파가 통과하는 땅속은 각종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 암석은 완전한 탄성체가 아니고 불균질해 지진파를 산란시키고 이 때문에 지진파의 진폭이 작아지는 감쇠 현상이 생긴다. 이것도 지진 규모를 저마다 다르게 계산하게 만드는 변수 중 하나다.

 

 

이유2 : 각종 지진 규모 계산법 보정하는 보정값 문제

 

학계에서는 지진파 전파에 따른 변수를 감안해 지진 규모를 최대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도록 보정값을 쓰고 있다. 보정값을 포함한 지진 규모 계산법을 ‘규모식’이라고 부른다.

 

 

리히터는 지각에서 발생한 지진의 S파나 Lg파(표면파의 한 종류)에서 관찰되는 최대 진폭을 사용해 지진 규모를 측정했기 때문에 지진파가 전파한 거리(진앙 거리)가 약 600km 이내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이 거리 내에서 리히터의 표준적인 방법으로 측정한 지진 규모를 국지지진 규모(ML)라고 부르며, 대중이 흔히 알고 있는 지진 규모가 바로 이 값이다.

 

이상적으로는 어떤 계산법을 택하더라도 지진 규모 값이 같아야
한다. 하지만 관측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고, 아직까지 지구 내부의
지진학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하다.

 

하지만 맨틀 깊이에서 발생한 심발 지진이나, 대략 500km 이상 먼 거리에서 발생한 원거리 지진의 세기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P파나 표면파의 최대 진폭을 측정한 다음, 각각에 적합한 규모식을 사용해 지진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P파나 표면파를 사용한 지진 규모를 각각 ‘실체파 규모(mb)’와 ‘표면파 규모(MS)’라고 부른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리히터의 방법이 표준적이기는 하지만, 리히터가 사용했던 지진계가 지진파의 단주기(고주파) 성분만 기록하는 지진계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지진의 세기가 커질수록 단층면도 커지고 지진파에 포함된 저주파수 에너지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큰 규모의 지진은 단층면이 수십~수백 초 동안 움직이는 과정에서 단층면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은 고주파수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때문에 고주파수 신호에는 단층면의 전체적인 움직임과 관련된 모든 에너지가 포함되지 않고, 고주파수 신호를 측정할 경우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이를 ‘지진 규모의 포화’라 하며, 국지지진 규모에서는 규모 6.5 정도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진파로부터 ‘지진 모멘트(seismic moment)’를 측정해 지진 규모를 계산하는 ‘모멘트 규모(MW)’가 개발됐다. 모멘트 규모는 지진 규모의 포화는 발생하지 않지만, 규모 3.5이하의 작은 지진은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유3 : 美 관측소 1000여 개, 韓은 수십 개 

 

결국 어떤 계산법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지진 규모는 달라진다. 지난해 4월 16일 일본 구마모토 지진 발생 당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관측한 지진파로 지진 규모를 계산했다. 모멘트 규모는 7.0으로 나타난 반면 P파의 진폭을 측정해서 결정한 실체파 규모는 6.46이었다. 레일리파의 진폭을 측정해 결정한 표면파 규모는 7.30이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의 경우 한국과 미국은 실체파 규모로 계산한 결과를 발표했지만, 중국은 어떤 규모로 계산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동일한 실체파 규모로 계산했지만 한국과 미국의 계산값에서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관측소의 지리적인 분포와 사용된 자료의 양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1000여 개 관측소에서 측정한 지진파로 지진 규모를 계산하지만 한국은 국내에 설치된 수십 개의 관측소에서 측정한 자료를 사용한다.

 

잦은 지진으로 데이터를 많이 축적한 일본도 50여 년간 사용한 보정값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1990년대 말에 발견하고 2000년대 초반에 규모식을 개선했다. 미국이나 이탈리아처럼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에서도 정확한 지진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사용했던 규모식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현재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상적으로는 어떤 계산법을 택하더라도 지진 규모 값이 같아야 한다. 하지만 관측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고, 아직까지 지구 내부의 지진학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하다. 특히 핵실험으로 생기는 인공지진은 자연지진과 발생 원리 자체가 다른 만큼 정확한 세기를 결정하기가 더 어렵다.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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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신동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참고자료

    기상청, 중국국가지진대망(CENC), 미국지질조사국(USGS)
  • 에디터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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