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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北 핵실험, 백두산 분화 가능성은?

 

 

“2006년 이후 11년 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6차례 했는데, 그로 인한 인공지진 규모는 1차 3.6에서 6차에는 6.3으로 점점 더 강력해졌다. 지금 당장 백두산 분화를 유발하지는 않겠지만 지질구조의 움직임을 활성화시켜 백두산 폭발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9월 26~27일 서울 종로구 센터마크호텔에서 열린 ‘제1회 백두산 화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류자치(劉嘉麒) 중국과학원 원사는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의 화산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함몰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9월 23일과 10월 13일에 핵실험장 인근에서 총 세 차례 자연지진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일부 화산 전문가들은 인근 지역의 단층이 활성화되면서 백두산 분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에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그간의 중론을 뒤집는 것이다.

 

 

中-日 “분명히 영향 미칠 것”

 

류 원사는 중국화산학회 명예회장으로 오랫동안 백두산을 연구해 왔다. 류 원사는 “(북한의 핵실험과는 별개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백두산이 분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류 원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도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중국은 백두산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백두산 아래에 ‘마그마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 6월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국경지대 지하 깊은 곳에서 규모 7.3의 자연지진이 발생한 뒤 그해 7월부터 3년 반 동안 백두산에서 화산활동에 의한 지진이 3000회 이상 발생했다.

 

백두산 화산 활동 관측 장비는 중국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최근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의 지질 구조 변화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진이 마그마를 흔들 수 있는지는 마그마방의 형태와 크기, 마그마의 점성 등과 관련돼 있는데, 백두산 마그마방과 마그마의 물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며 “백두산 마그마방 근처에서 마그마 샘플을 시추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오다펑(趙大鵬) 일본 도호쿠대 지구물리학과 교수도 백두산이 자극받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오 교수는 중국 출신으로 베이징대를 졸업한 뒤 줄곧 일본에서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화산학자 중 한 명이다. 특히 그는 논문 당 피인용 횟수 기준으로 세계 8위에 오른 화산 학자다(2000~2010년). 2004년에는 10여 년 동안 가설로만 존재하던 백두산 지하의 거대 열구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자오 교수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 핵실험에 의한 지진 규모가 6.3에 이를 만큼 컸기 때문에 백두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백두산의 응력장(stress field)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백두산 아래 약 600km 지점에는 일본에서부터 파고들어온 해양지각이 있는데, 해양지각이 미는 힘의 영향을 받는 영역이 응력장이다. 핵실험이 응력장을 흔들어서 백두산에 산재한 단층들이 움직이면 추가로 규모 3.0 이하의 작은 지진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자오 교수는 핵실험이 백두산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핵실험이 화산을 분화하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핵실험이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화산지진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분화까지 일으킬지는 미지수라는 뜻이다.

 

자오 교수는 그 근거로 해외에서 발생한 유사한 규모의 자연지진 사례를 들었다. 9월 19일 멕시코에서 일어난 규모 7.1의 지진은 주변 화산 분화를 유발한 반면, 2011년 규모 9.0의 도호쿠 대지진은 주변 화산 분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북한 과학자들과 영국 연구팀이 북한측 백두산 탐사를 진행했던 당시 현장 사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리처드 스톤 기자와 영국 연구팀이 과학동아에 단독으로 제공했다. 946년 대분화 당시 형성된 부석에 뒤덮인 나무의 앙상한 모습(위)과 키보다 높게 쌓인 당시의 화산쇄설물을 조사하고 있는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교수(왼쪽)와 제임스 해먼드 교수.

 

 

英-美 “백두산보다 핵무기 걱정해야”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분화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리학과 교수는 “화산의 분화 조짐을 관찰하는 연구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펜하이머 교수는 2011년부터 북한 지역 백두산을 네 차례나 오르며 북한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백두산을 연구해온 화산학자다. 2016년에는 북한 측 백두산 지하에 용융 상태의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4월 15일자에 발표했다. 오펜하이머 교수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미칠지 묻는 e메일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연구팀이 2013년 10월에 백두산 탐사를 다녀오며 촬영한 사진. 10월인데도 눈으로 덮여 있다. 한라산처럼 주위에 화구구(Volcanic Cone, 오름)들이 솟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만 오펜하이머 교수는 자연지진과 화산 분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통계적인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핵실험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비쳤다. 그는 “규모 8.0 이상의 자연지진이 발생할 때 화산 분화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이 역시 분화가 임박한 경우에만 지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규모 8.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수마트라 섬의 일부 화산만 분화했을 뿐 대다수는 잠잠했다.

 

존 에이셀버거 미국 알래스카대 국제북극연구센터(IARC) 교수도 “핵실험이 화산 분화를 일으킨다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이슬란드 크라플라 화산에서 국제 공동 마그마 시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에이셀버거 교수는 미국의 1971년 알래스카 핵실험을 예로 들었다. 규모 7.0의 인공지진을 일으킬 정도로 큰 핵실험이었지만 인근 해저에 있는 화산 중 어느 것도 분화하지 않았다. 그는 “핵실험이 화산 분화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걱정보다는, 함몰지진을 야기한 핵무기 자체가 더 걱정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자연 분화는 언제든 가능”


북한의 핵실험 여부와 관계없이 백두산이 자연적으로 분화할 가능성은 없을까. 백두산의 자연 분화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자오 교수는 “과거 기록을 보면 100~ 200년에 한 번씩 분화했고, 가장 최근의 분화가 1903년이었다”며 “50~100년 이내에 백두산이 분화한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화산이 분화하기 전에는 반드시 작은 지진과 같은 전조현상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관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에이셀버거 교수는 “일부 화산은 일정한 분화 주기를 가지고 있는 반면 백두산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분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 장비를 대거 투입해 백두산을 모니터링하면 사전에 분화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장비에서 수집한 신호가 화산 활동과 관련된 것은 맞지만, 신호가 잦거나 많다고 해서 곧바로 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학계에서는 화산 분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신호를 확인하지 못했다.

 

오펜하이머 교수는 “화산 분화 예측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 예측 보다는 쉽지만, 날씨 예측보다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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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北 핵실험으로 요동치는 백두산

Part 1. 北 핵실험, 백두산 분화 가능성은?

Part 2. 오락가락 北 핵실험 규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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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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