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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그 男자의 ‘개기름’ 그 女자의 콜라겐

남녀 피부 차이 분석

 

고백건대, 기자는 화장품의 1도 몰랐다. 30년 넘게 살면서 헤어 왁스를 제외하고는 화장품을 사 본 기억이 없다. 스킨과 로션은 며칠에 한 번 썼다. 나름 깨끗한 피부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피부를 관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화알못’ 기자가 화장품 기사를 쓰자니 피부를 알아야 했다. 그런데 여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남자의 피부는, 알면 알수록, 구조에서 노화까지 많이 달랐다.

 

 

남성 피부, 콜라겐층 두꺼워


남자와 여자 모두 표피와 진피라는 동일한 피부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진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망상층의 핵심 성분인 콜라겐 함량(두께)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피부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약 25% 정도 더 두꺼운데, 표피층이 워낙 얇고 진피의 대부분이 콜라겐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이 차이를 콜라겐 두께 차이로 볼 수 있다.

 

피부 두께는 어렸을 때는 성별로 차이가 없다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뚜렷해진다. 연령과 피부 부위별로 차이가 있지만 성인 남자의 피부 두께는 얼굴의 볼 부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1.5mm 안팎으로, 성인 여자(약 1.2mm)에 비해 0.3mm(25%) 두껍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그 차이의 원인으로 호르몬을 지목했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농도 차이로 인해 남자 피부의 콜라겐층의 두께가 더 두꺼워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춘기가 되면 피부 내부 세포에서 생산되는 성호르몬과 이를 인식하는 수용체의 분포에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안가람 중앙대병원 피부과 전공의는 “남성에서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과 그 수용체가 피부 두께를 두껍게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린다 시라큐사 미국 토머스제퍼슨대 미생물학및면역학과 교수팀은 성호르몬 수용체가 피부의 콜라겐 함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피부과학연구저널’ 2004년 12월호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남성호르몬 수용체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킨 수컷 쥐와 정상 쥐의 피부 조직을 현미경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남성호르몬 수용체에 이상이 있는 쥐의 피부 콜라겐층 두께가 정상 쥐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또 피부의 콜라겐 함량을 추정할 수 있는 히드록시프롤린(콜라겐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의 양도 정상 수컷 쥐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남성호르몬 뿐 아니라 여성호르몬도 콜라겐 합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남성호르몬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콜라겐의 차이는 단순한 구조 차이에 머물지 않는다. 콜라겐이 피부 노화의 상징인 주름을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피부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노화와 자외선에 의한 노화로 크게 나뉘는데, 두 요인 모두 결과적으로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구성하는 섬유를 손상시킨다.

 

엘라스틴은 콜라겐과 함께 진피 망상층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피부에 탄력을 준다.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팽팽한 피부를 지탱하는데, 이 두 물질이 감소하면 마치 부풀어 오른 풍선에서 바람이 빠질때처럼 주름이 생긴다.

 

사춘기 이후 여성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여자의 피부는 노화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일어난다. 하지만 여성은 폐경 후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콜라겐 함량이 줄어 피부 두께가 무려 10%가량 얇아진다.

 

 

반면 남자는 사춘기 전후로 큰 변화 없이 노화속도가 유지된다. 게다가 콜라겐층이 두껍기 때문에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름이 늦게 생긴다. 다만 콜라겐층이 두꺼운 만큼 주름이 더 깊게 패일 수 있다.

 

 

남성에게 ‘개기름’ 많은 이유


피부 구조에서 콜라겐이 남녀의 가장 큰 차이라면, 피부 표면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피지 분비량도 남녀 차이가 크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 4.3배나 많다. 남자에게 소위 ‘개기름’이 많은 셈이다. 남자의 피지 분비량이 많기 때문에 모공도 여자보다 남자가 전반적으로 더 크다.

 

피지는 피부 진피층에 있는 피지샘에서 생성된 뒤 모공으로 배출되는데, 피지샘은 남녀 모두 얼굴
과 가슴, 등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피지의 주요 성분은 중성지방질과 왁스 에스테르, 스쿠알렌, 비타민E 등이다.

 

이들은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항산화 물질(비타민E)을 공급해 노화를 방지한다. 또 면역작용을 하는 항체(면역글로불린A)를 함유하고 있어 세균과 곰팡이 감염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피지가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더 많이 분비되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 원리는 밝혀져 있는데, 콜라겐과 마찬가지로 성호르몬이 핵심이다. 사춘기 이후 피지샘세포에서 성호르몬의 합성과 변환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피지가 분비된다.

 

특히 피지샘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바꾸는 5알파-환원효소와 DHT에 반응하는 수용체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이 효소와 수용체는 남녀의 피지샘에 모두 분포하지만 남자의 남성호르몬 농도가 여자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더 활발하게 반응해서 피지 분비가 늘어난다. 김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피지 분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남녀 피지 분비량 차이를 만드는 또 다른 요소”라고 설명했다.

 

피지는 피부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여드름의 원인이기도 하다. 피지 분비가 많은 피부의 모공이 막히면 피지가 나오지 못하고 갇히면서 하얗게 부풀어 오른 ‘면포’가 형성된다. 이런 환경에서 평소 피부에서 잘 번식하지 않던 혐기성 세균이 번식하면서 붉은색 염증이 생기는데, 그게 여드름이다. 따라서 남성호르몬 분비가 활발한 사춘기에 여드름이 많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여드름이 남자에게서 더 잘 생기는 것은 아니다. 원윤경 충청대 미용예술과 교수팀이 2009년 ‘대한피부미용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남녀 청소년의 여드름 발생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남학생 166명 가운데 138명(83.1%)과 여학생 174명 가운데 139명(79.9%)가 여드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여드름을 심한 정도에 따라 0~3등급으로 분류했을 때 여자(39%)보다 남자(53%)에게서 2~3단계의 심한 여드름이 더 많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남자가 여자보다 피지 분비가 더 많기 때문에 여드름이 더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피부를 울긋불긋하게 만드는 여드름은 피지가 배출되지 못해 세균이 증식해서 발생한다. 활발하게 분비되는 피지를 빠르게 배출시키는 것이 여드름 예방의 핵심이다.

 

 

‘필라그린’ 유전자, 수분 조절에 관여


김범준 교수팀은 한국인 남녀 638명의 피부 수분과 유분을 측정해 ‘대한화장품학회지’ 2013년 39권 3호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자 피부가 남자에 비해 볼 부위의 피부 수분 함량이 약 1.2배 많다.

 

김 교수는 “아직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여성호르몬이 손상된 피부 장벽의 회복 속도를 촉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호르몬이 (피부 수분 함량 차이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분이 부족한 건성과 유분이 많은 지성 같은 피부 특성도 과거에는 피지 분비가 많으면 피부 수분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상태다. 현재 학계에서는 피지 분비와 더불어 피부 표피 각질층에 있는 아미노산과 젖산 등의 천연보습인자(NMF), 지질층이 복합적으로 피부 수분 함량을 조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능은 유전자에 따라 다르다고 추정하고 있다. 예컨대 피부 건조를 동반하는 아토피 피부염에 걸린 사람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필라그린(FLG)’이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는 필라그린이 피부의 수분조율 기능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유전자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유전적 요소 외에 보습제를 바르는 등의 환경적인 요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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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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