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개구리의 피부가 미끌미끌하고 불쾌한 것이라고 흔히 오해한다. 하지만 개구리 피부는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존재다. 개구리의 피부는 호흡기능과 물을 흡수해 온도를 유지시키는 기능이 있다. 개구리의 피부에서는 여러 물질을 분비한다. 끈적끈적한 분비물은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박테리아나 먼지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포식자한테 잡혔을 때 미끄러운 피부로 탈출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어떤 개구리는 생명에 위험을 느끼면 유해한 물질인 독을 분비한다. 특히 남미의 정글에서 서식하는 독화살 개구리는 가장 강력한 독을 갖고 있다. 개구리는 위험을 느끼면 등과 양쪽 귀 옆의 피부샘에서 독을 분비한다. 이 개구리의 독 2mg 정도면 성인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주로 독을 분비하는 개구리는 손바닥만 한 큰 개구리가 아니라 엄지손톱의 크기 정도로 작다. 왜 이런 작은 개구리가 살벌한 독을 분비하게 됐을까? 이유는 개구리의 포식자인 뱀 때문이다. 처음에 개구리는 약간의 독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뱀이 개구리를 먹고도 멀쩡하게 살아남자, 개구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더욱더 강력한 독을 뿜기 시작했다. 이렇게 과정이 반복되면서 독을 갖고 있는 개구리들은 지금처럼 강력한 독을 갖게 됐다.
독을 정확히 알고 잘 쓰면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처럼, 개구리의 피부 독도 유용하게 쓰인다. 말기 암 환자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 살아간다. 그 상태가 되면 일반 진통제는 거의 소용이 없어 모르핀을 투여한다. 그러나 모르핀은 마약과 비슷해서 호흡기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고통스러운 변비가 생기는 등 육체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심한 폐해가 있다. 하지만 독개구리에서 추출한 ‘에피바티딘’을 이용해 만든 진통제인 ‘에피페도바테스틀리컬러’는 모르핀보다 200배나 효과가 좋다. 모르핀과 달리 부작용이나 중독성도 거의 없다. 개구리의 독은 항균, 항진균, 항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다양한 약제로 사용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막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개구리 피부에서 추출한 독으로 만든 천연 모기약도 개발됐다.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는 아직 독성이 강해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전망은 긍정적이다.
인간 사회와 가장 비슷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 개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곤충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일개미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날까지 자식 낳는 것도 포기하고 여왕을 도와 알개미를 키우며 먹이를 구한다. 일개미들이 아닌 일부, 즉 여왕개미와 수컷만이 교미를 통해 새로운 여왕이 될 알개미와 수컷개미, 일개미들을 만들어낸다.
일개미들과 여왕개미들은 모두 암컷이다. 물론 일개미들 중에는 번식기에 집을 떠나 수컷개미와 교미 비행을 마친 뒤 새로운 살림을 하는 일개미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여왕개미와 수컷개미와의 짝짓기를 도와주는 데 평생을 바친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이기적인 욕구에 따라 산다.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서, 혹은 개체의 종족 보전을 위해서처럼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 행동한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일개미의 행동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이타적 행동이다. 이 외에도 개미 가미카제(자살 공격대)가 죽음을 무릅쓰고 적들로부터 다른 개미들을 보호하는 행위도 진화론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타적 행동이다. 그런데 유전자 측면에서 확률적 계산을 해보면 이런 행동이 결국 유전자의 이기적인 행동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개미가 수컷과 직접 교미할 경우 일개미와 일개미 자식 사이의 유전연관성은 50%가 된다. 반면 여왕개미가 수컷과 교미할 경우 일개미와 자식들(일개미의 조카) 사이의 유전연관성은 75%로 높아진다. 이 때문에 자식 낳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개미 사회에는 끊임없이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여왕은 보다 강력한 국가를 위해 일개미의 수를 늘려야 한다. 따라서 여왕개미와 수컷 사이의 교미 횟수가 증가한다. 또 교미 상대인 수컷의 수도 그만큼 많다. 일개미들의 아버지도 여럿이다. 그렇게 되면 여왕개미가 낳은 조카와 일개미 사이의 유전적 연관성은 낮아진다. 일개미가 직접 자식을 낳는 편이 더 유리한 것이다. 그래서 일개미들은 여왕의 눈을 피해 수컷과 교미한다. 물론 여왕에게 발각되면 반역죄로 죽음을 맞는다. 끊임없는 반란 속에서도 여왕개미가 강력한 왕권을 지키는 일은 여왕개미만의 특별한 신체조건 때문에 가능했다. 여왕개미는 일개미보다 가슴이 더 두툼하고 날개가 달린 흔적이 있으며 힘도 더 세다. 따라서 지배 능력도 더 크다. 덕분에 개미사회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었다.
일개미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아무런 자각 없이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아니다. 삼엄한 군주의 압제 아래에서도 틈틈이 자기 이익을 챙긴다.
인간은 일개미처럼 자식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지도자를 위해 평생을 일하거나 여왕개미처럼 자신을 배반한 역적을 물어 죽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구를 관찰하러 온 우주 외계인의 시각으로 인간 사회를 본다면 개미보다 훨씬 잔인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개미 한 마리를 우습게 여기는 지금, 과연 인간 사회를 개미제국보다 더 나은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