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는 태양에너지자동차는 변속기도 없이 도로를 달린다.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1㎾/㎡에 이른다. 현재 이와 같은 태양에너지의 열을 발전이나 난방에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태양에너지자동차는 태양광에서 얻는 에너지를 반도체인 태양광전지(photovoltaic cell 또는 solar cell)를 활용, 전기에너지로 바꿔 직접모터(motor)를 회전시키거나 일단 배터리(battery)에 충전한 뒤 필요할 때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자동차를 말한다. 요즘 자주 접하게 되는 전기자동차와 원리와 서로 비슷한 데 전기자동차는 전기에만 의존하지만 태양에너지자동차는 무궁무진한 태양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기자동차의 기원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태양에너지자동차의 역사는 매우 짧다.
태양에너지자동차가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1982년 말이다. 이때 호주의 자동차 기술자인 게리 퍼킨스씨가 7백20개의 태양광전지를 장착한 자동차로 호주의 서쪽 퍼드에서 동쪽의 시드니까지 장장 4천㎞의 거리를 20여일에 걸쳐 횡단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호주에서는 87년부터 3년마다 호주를 북(다윈)에서 남(애들레이드)으로 종단하는 '월드솔라 챌린지'(World Solar Challenge)라는 태양에너지자동차 경주가 열려 태양에너지 이용 및 개발에 커다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태양에너지자동차경기가 처음 열린 스위스를 비롯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태양에너지자동차대회가 열려 대회마다 새로운 형태, 높은 효율의 태양에너지자동차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에너지 변환효율 10~20%
태양에너지자동차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흔히 볼 수 있는 내연기관자동차의 구조와 비교해 보기로 한다. 먼저 태양에너지자동차와 내연기관자동차의 큰 차이는 동력원에서 나타난다. 내연기관자동차는 연료의 연소를 통해 동력을 얻지만 태양에너지자동차는 태양에너지로부터 일단 전기에너지를 얻는다. 현재 태양광전지의 에너지 변환효율은 10~20%에 이르고 있다. 다시 말해 태양광전지가 받은 태양에너지의 10~20%가 전기에너지로 바뀐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양에너지자동차의 MPT(Maximum Power Tracker)는 변환된 전기에너지가 최고의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전압과 전류를 조절하는 장치로 내연기관자동차의 카뷰레터(carburetor)에 해당한다. 또한 모터는 주행중 여분의 전기에너지를 충전하거나 야간이나 햇빛이 없는 날에 도로를 달릴 때 외부로부터 전기를 충전받기 위해 달고 다닌다.
그러므로 쓸만한 태양에너지자동차를 제작하려면 태양광전지의 개발 뿐만아니라 효율이 큰 배터리의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모터는 전기에너지를 구동력(驅動力, 바퀴가 구르게 하는 힘)으로 변화시키며 구동장치는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자동차와 같은 원리로 작동되나 특성상 변속기 없이도 움직인다.
「GM 선레이서」를 모델로
태양에너지자동차의 장단점을 현재 사용하고 있거나 연구가 진행중인 자동차와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태양에너지자동차의 장점으로는 배기가스가 없고 소음이 적으며 조작이 간단하다는 데 있다. 아울러 그 양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유리하다. 그러나 아직 주행성능 등판성능 가속성 면에서는 크게 처지고 있다.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광전지의 변환효율이 낮아 큰 출력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광전지의 에너지변환효율을 높여 큰 출력을 낼 수 있게 하고, 배터리의 충전용량 및 효율을 향상시켜 널리 보급하면 그런 단점들은 보완될 수 있다.
현재 세계각국에서 개발된 태양에너지자동차들 중에서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차량은 1987년 미국의 GM사가 개발한 'GM선레이서'(GM Sunraycer)다. 'GM 선레이서'는 차량의 개발결정에서부터 제작 및 평가시험까지 약 7개월에 걸쳐 만들어졌으며 1987년 11월에 호주에서 열린 제1회 '월드 솔라 챌린지'(WSC)에서 당당 1위를 차지, 높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GM 선레이서'가 채택한 설계기준들은 이후 다른 태양에너지자동차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이 자동차의 제원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무도 탑승하지 않았을 때의 차량중량은 1백77㎏이고(운전자 탑승시 차량 총중량은 2백61㎏), 공기저항계수(Cd)는 0.13이었다. 또 모터의 형식은 브러시가 없는 직류모터(DC brushless moter)였는데 그 최대 출력은 10마력(7.5㎾)을 기록했다.
배터리(축전지)는 은-아연(Ag-Zn)배터리를 사용했으며 핵심부품인 태양광전지는 1천4백여개의 실리콘(Si)전지와 7천5백여개의 갈륨-비소(Ga-As)전지를 조합해 만들었다. 'GM 선레이서'는 또 알루미늄관 스페이스 프레임(space frame)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복합재료인 케블라(Kevlar)재질의 차체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와같은 제원을 지닌 'GM 선레이서'의 가속성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예컨대 정지상태에서 시속 80㎞를 낼 때까지 걸린 시간이 25초에 불과했다. 이 차의 최대속도는 태양광전지만으로는 시속 80㎞, 배터리와 태양광전지를 동시에 사용한 경우에는 시속1백㎞ 이상을 기록했다.
8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경주용 태양에너지차량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유럽에서는 전기자동차 개념이 적용된 2인승 태양에너지 승용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자동차업계를 주축으로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연구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자동차관련연구소에서 태양에너지자동차의 기초기술을 습득하고 초보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상태다.
스위스에서는 이미 실용화단계
태양에너지는 무한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임에 틀림없지만 태양에너지자동차를 개발해 상품화하기에는 아직도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유럽의 스위스에서는 1986년부터 태양에너지-전기자동차가 탄생, 단거리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나 가정주부들에게 이용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실용화의 길은 멀게 느껴진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순수한 태양에너지자동차를 실용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문제점은 결코 적지 않다.
첫째로 요소부품들의 성능과 그것들의 높은 가격이 문제다. 즉 태양에너지자동차의 핵심부품은 태양광전지 MPT 배터리 모터등인데 현재 개발돼 있는 이 부품들은 성능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다. 특히 태양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주는 태양광전지는 원료나 제조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가 시판되고 있거나 연구개발중에 있는데 이것이 대개 고가(高價)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태양광전지는 단결정 실리콘(single crytal silicon)을 원료로 한 것이다. 이렇게 단결정 실리콘전지가 높은 인기를 보이는 이유는 가격이 적절하고 에너지변환효율 및 신뢰성(혹은 내구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단결정 실리콘전지의 경우, 태양에너지의 전기에너지로의 변환효율이 15~20%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이 수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변환된 전기에너지가 최고의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전압과 전류를 조절하는 MPT를 좀더 개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조량이 적은 경우나 속력을 더 내야 하는 경우에 필요한 보조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의 성능(1회충전시의 주행거리와 무게)향상 및 가격인하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로 태양에너지자동차가 낼 수 있는 출력(약 10마력 정도)이 너무 적다는 점도 실용화를 가로막고 있다. 또 출력을 높이기 위해 대형모터나 배터리를 장착하면 결과적으로 차량의 중량이 커져 주행성능이 떨어지게 되므로 차량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이를테면 공기저항을 줄여주기 공기역학적 차체설계를 도입하고 모든 부품들의 경량화를 추구함으로써 과중한 차량무게로 인해 주행성능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지금은 태양에너지가 아닌 다른 대체에너지원(수소 전기 압축천연가스 메탄올등)을 이용한 차량개발이 국내외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나 저가격 고성능 부품개발 등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진다면 태양에너지자동차의 시대가 멀지않은 장래에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