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골빵, 뺑 드 캄파뉴
기자는 빵들을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밀가루와 물, 소금, 효모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프랑스 시골빵(뺑 드 캄파뉴)’을 만들었다. 이 빵은 바삭하고 고소한 껍질과 부드럽고 짭조름한 속살이 최고의 맛을 낸다.
➊ 밀가루에 효모와 소금, 물을 넣고 반죽한다.
➋ 상온에서 발효시킨다(1차 발효).
➌ 반죽을 펴고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려 묵은 가스를 뺀 다음, 반죽을 둥글리거나 늘이면서 빵 모양을 잡는다.
➍ 따뜻하고 습한 곳(온도 24~26℃, 습도 56~80%)에서 한 번 더 발효시킨다.
➎ 반죽 표면에 칼집을 낸 뒤, 235~242℃로 예열한 오븐에서 굽는다.
유럽에서는 빵을 만들 때 아직도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하던 방법을 그대로 따르는 과정이 있다. 전날에 만들어둔 반죽을 그 다음 날 새로 만든 반죽에 섞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새로 만든 반죽으로만 만들었을 때보다 빵이 훨씬 부드럽고 맛과 향도 풍부해진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빵을 이렇게 만드는 곳이 많아졌다. 바로 천연 발효빵이다. 이유는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발효 과정을 밝혀내면서 명백하게 알려졌다. 전날 만들어둔 반죽에 있던 미생물들이 하룻밤 사이에 반죽을 발효시키면서 번식한 덕분이다. 그래서 새 반죽과 섞으면 그만큼 발효 효율이 커진다.
도대체 효모와 발효종은 어떻게 다르기에 빵맛을 좌지우지하는 걸까. 또한 반죽을 발효시키면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나 빵의 풍미가 다양해지는 걸까. 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의 알랭 상셰 제빵장과 함께, 동일한 반죽에 각각 생이스트(시판용 효모), 제빵장이 직접 만든 발효종, 그리고 화학팽창제를 넣어 빵을 만들었다. 그리고 반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빵으로 구웠을 때 맛과 향기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봤다.
반죽 부풀리고 맛있는 향기 만드는 발효
덩기덕, 덩기덕…. 왠지 타령이라도 한 소절 뽑아야 할 것 같은 신나는 리듬이 들린다. 아무렇게나 덜컹거리던 반죽기가 점점 일정한 리듬을 내자 기계를 멈췄다. 그 안에는 뽀얗고 토실토실한 반죽이 들어 있었다. 모든 재료가 골고루 섞였을 뿐만 아니라, 공기가 들어가면서 반죽 안에 크고 작은 공기방울이 생겼다. 이때 공기방울이 잘 만들어져야 발효를 거칠 때나 오븐에서 구울 때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빵도 잘 부풀어 오른다.
약 한 시간 뒤 발효가 끝난 반죽들을 비교했다.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른 것은 생이스트를 넣은 반죽이었다. 처음에는 주먹 세 개만 했던 반죽이 두세 배쯤 부풀어 올라 보름달을 따다 놓은 것 같았다. 효모가 반죽에 있는 포도당을 발효시키면서 이산화탄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는 물과 섞여 탄산이 되므로, 발효가 진행될수록 반죽 속 pH는 점점 낮아진다(약산성). 효모가 반죽을 발효시키도록 하는 효소인 α-아밀레이스와 β-아밀레이스, 프로티에이스는 약산성인 환경(pH가 각각 4.8과 5.2, 4.1)에서 가장 활성화된다. 그래서 pH가 낮아진 반죽에서 발효능력이 더욱 커지면서 반죽에 공기방울이 더욱 많아지고, 공기방울 속 압력이 높아지면서 구멍이 점점 커진다.
향기도 달라졌다. 발효되는 동안 반죽에서는 여러 화합물이 생긴다. 특히 효모가 포도당을 분해할 때 생기는 에탄올 중 이소아밀알코올이나 이소부탄올은 브랜디나 위스키 향을, 효모가 포화지방산을 만났을 때 생기는 초산이소아밀은 바나나처럼 달착지근한 향을 낸다.
발효 속도는 생이스트 >; 발효종 순
고체와 액체 발효종을 넣은 반죽은 약 1.5배쯤 부풀어 있었다. 발효종은 효모뿐만 아니라 유산균 등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 있다. 100% 효모인 생이스트와 비교했을 때 발효종은 대부분이 호밀가루 덩어리이며, 일부만 효모다. 그래서 동일한 양을 넣고 비교하면 생이스트를 넣었을 때 발효 속도가 훨씬 빠르다. 발효종을 넣은 반죽은 발효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 대신 발효 미생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맛과 향기가 더욱 다양해진다. 특히 유산균이 젖산을 만들기 때문에 생이스트를 넣은 반죽보다 시큼한 맛이 난다.
한편 베이킹파우더와 베이킹소다 같은 화학팽창제는 반죽을 발효시키지 않는다. 물과 열을 가했을 때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약간의 이산화탄소가 생긴다.
발효가 끝난 반죽을 손바닥으로 두드리자 아기 엉덩이처럼 토실토실하면서도 탱탱했다. 상셰 제빵장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반죽 표면에 고운 밀가루를 뿌렸다. 그리고 칼로 반죽의 표면에 일자, 또는 나뭇가지 모양을 그었다. 빵이 숨을 쉴 수 있는 자리란다. 그리고 반죽들은 235~242℃로 예열된 오븐으로 들어갔다. 오븐 안에서도 빵들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열을 가하자 화학팽창제만 넣은 반죽들도 커지기 시작했다.
오븐에서 갓 꺼낸 빵들은 맨 처음에 똑같은 크기로 빚었던 반죽을 구운 게 과연 맞나 싶을 정도로 각기 달랐다. 가장 컸던 것은 생이스트를 넣은 빵이었다. 발효 속도가 가장 빠른 덕분이다. 그 다음으로는 발효종을 넣은 빵이었다. 하지만 화학팽창제를 넣은 빵들은 그다지 커지지 않았다.
빵을 반으로 갈라보니 생이스트를 넣은 빵끼리도 단면의 모습이 달랐다. 반죽을 굽는 동안 칼로 그은 부분에서 수증기가 더 빨리 더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집이 난 부분의 안쪽에는 구멍이 크게 생긴다. 칼집을 하나만 내 커다란 구멍 한 개가 뻥 뚫려 있는 것보다는 나뭇가지 모양으로 칼집을 내 크고 작은 구멍이 골고루 나 있는 빵이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구멍 크기가 비교적 작아 향기 성분을 최대한 지킨 덕분이다.
◀ 사용하기 간편하고 오래 보존 가능한 인스턴트이스트.
발효종이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든다
이제는 빵을 직접 맛볼 시간! 화학팽창제만 넣은 빵들은 (빵이라 부르기도 무색할 만큼) 단단하고 질겼다. 그나마 베이킹소다를 많이 넣은 것이 크게 부풀어 있었다. 베이킹파우더에는 베이킹소다 외에도 알칼리성분을 중화시키는 산이나 전분 등이 섞여 있어, 같은 무게를 넣어도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이스트를 넣어 만든 빵은 역시 기대한 만큼 맛있었다. 소리부터 바삭바삭했던 껍질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고, 여전히 온기를 품고 있는 속살은 담백했다. 부드러운 속살보다 거친 빵 껍질이 훨씬 맛있는 이유는 반죽 표면이 구워질 때 아세톤과 케톤 같은 카르보닐 화합물이 쌓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결합하는 마이야르 반응과, 당분이 가열되면서 달콤하고 쓴맛을 내는 캐러멜화 반응이 일어나는 것도 이유다. 여러 반응에서 생겨난 방향성 물질들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깊고 풍부한 향미를 낸다.
발효종을 넣은 빵은 효모만 넣은 것보다 훨씬 맛있고 향기롭다. 발효종 안에는 효모 말고도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빵할 때 인위적으로 넣는 유산균(락토바실러스)은 포도당을 분해해 85% 이상 젖산을 만들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유산균(락토바실러스와 루코노스톡)은 젖산 외에도 휘발성 물질인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휘발성 물질과 기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풍미를 많이 낸다는 뜻이다.
또한 발효종을 넣은 빵은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발효가 서서히 일어나면서 조직이 훨씬 조밀하고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빵이 식으면서 조직이 무너질 위험이 적고, 풍미가 깊고 오래 간다. 참고로 팁을 주자면 고체 발효종이나 액체 발효종이나 형태만 다를 뿐, 발효 능력은 비슷하다. 하지만 손으로 재료를 반죽할 때, 고체보다는 액체 발효종을 넣어야 훨씬 부드럽고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