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5/S201706N060_1.jpg)
빵의 고향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이집트다. 기후가 따뜻하고 물이 풍부해 사람이 살기에 좋고 곡식도 잘 자랐다. 여기는 고대 밀이 처음 나타난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고대 이집트는 빵에 관한 유적과 유물이 가장 많다. 빵을 만드는 전 과정이 담겨 있는 벽화부터 빵을 구웠던 터, 밀을 갈았던 도구나 반죽을 구웠던 토기와 화덕…, 심지어 수도였던 테베에서는 멘투호테프 2세의 무덤을 발굴하던 중, 약 4000년 된 빵의 화석도 발견됐다. 당시 빵의 종류는 40가지가 훨씬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의 빵 맛은 과연 어땠을까. 서진호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현대의 빵보다 신맛이 강한 빵이었을 것”이라며 그 근거로 “당시에는 반죽을 천연발효시킨 사워도우를 사용했는데, 이 방식으로는 효모와 함께 유산균이 작용해 초산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사워도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빵에서 신맛이 난다.
백문이불여일견! 기자는 일단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의 알랭 상셰(Alain Sanchez) 제빵장과 함께 빵을 만들어 직접 맛을 보기로 했다. 다행히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핫이슈인 덕분에 고대 이집트 빵을 만드는 대략적인 레시피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5/S201706N060_2.jpg)
첫 번째 미션. 고대 밀을 찾아라
과학자들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야생 밀과 보리로 빵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4대 문명 발상지라고 해도 농경기술이 지금처럼 과학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에서 흔한 곡식을 먹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고대 이집트 밀로는 엠머밀과 스펠트밀, 호라산밀 등이 꼽힌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5/S201706N060_3.jpg)
두 번째 미션. ‘고대 이집트스럽게’ 발효시켜라
고대 이집트에서는 밀가루 반죽을 어떻게 발효시켰을까. 이에 대한 답을 발효빵이 세계 최초로 탄생하게 된 설화에서 엿볼 수 있다. 무발효빵을 먹던 시절의 어느 날, 한 제빵사가 반죽 한 덩이를 화덕에 넣는 일을 깜빡 잊어버렸다. 다음 날 그가 발견했을 때 반죽은 이미 잔뜩 부풀어 있었다. 차마 버리기가 아까운 탓에, 제빵사는 그냥 화덕에 넣었다. 그렇게 구운 빵을 먹어봤더니 훨씬 부드럽고 맛있는데다 향기도 풍부했다. 이 후 이집트 사람들은 반죽을 굽기 전에 일부러 상온에 놔뒀다고 한다. 물론 저절로 부풀어 오른 것은 아니다. 곡물이나 과일에 묻어 있던 균이 발효를 시켰을 거다. 이집트의 고온다습한 기후도 반죽이 잘 부풀어 오르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보리를 발효시켜 맥주도 마셨다. 학자들은 처음에는 우연히 발견했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맥주를 만들 때 쓰는 누룩을 떼어 빵을 빚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둘 다 맥주효모가 발효시킨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의 빵굼터 유적에는 제빵과 양조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는 곳이 많다.
고대 이집트 제빵사가 우연히 발견했던 것처럼 밀가루 반죽을 천연발효시키려면 상온에 4~5일 동안 가만히 두면 된다. 하지만 알랭 상셰 쉐프는 술을 이용하는 두 번째 방법을 따르자고 제안했다. 카무트 밀가루에 물 대신 맥주를 붓고, 막걸리에서 얻은 발효종을 넣었다(발효종을 만드는 자세한 과정은 3파트 참조). 고루 섞은 반죽을 둥글게 굴린 다음, 제빵실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두었다. 상온에서 알아서 부풀어 오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5/S201706N060_4.jpg)
세 번째 미션. 건조하게 구워라
하지만 잔뜩 부풀어 오른 것은 빵 반죽이 아니라 기자의 마음이었다. 기자와 상셰 쉐프는 둥글게 부푼 반죽을 밀대로 밀어 납작하게 빚었다. 당시 이집트에서는 토템 신앙의 영향으로 동물 모양으로도 빚었다는데, 빵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한눈에 알아보려면 가장 단순한 모양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벌써 고대 이집트 빵을 완성시킨 것처럼 마음이 설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고대 이집트인이 사용한 것과 비슷한 화덕을 구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맥주도 발달했다. 빵과 맥주를 만드는 효모 종이 같은 덕분이다.
고대 이집트 빵굼터 유적에는 제빵과 양조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다』
물론 인도의 난이나 그리스의 피타, 이탈리아 피자를 구울 때에도 화덕을 사용한다. 하지만 화덕 생김새가 비슷할 뿐, 굽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오늘날의 화덕은 불에 반죽이 직접 닿지 않고 열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에서는 대개 반죽이 불에 직접 닿도록 했다. 작은 토기마다 반죽을 넣고 모닥불 주위에 쌓거나, 커다란 항아리 화덕 안에 불을 지펴놓고 안쪽 벽에 반죽을 붙이거나 불 가까이에 반죽을 놓았다. 그만큼 빵이 까맣게 타버릴 가능성도 높았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5/S201706N060_5.jpg)
고심 끝에 일반 오븐에서 스팀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반죽을 굽기로 했다. 일반 오븐에서는 반죽에 열을 직접 쬐기 때문에 스팀이 없으면 불 옆에 둔 것처럼 주변 공기가 마르고 빵도 바짝 구워진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반죽을 오븐에 넣었다. 얼마 뒤, 모락모락 고소한 향기가 났다. 오븐에서 갓 꺼낸 고대 이집트 빵은 아주 친근한 모습이었다. 그리스의 피타와 모양이 비슷했다(하지만 피타의 색은 하얗다).
빵을 잘라보니 안에 커다란 공간이 있었다. 스팀 없이 건조하게 구워지는 동안 반죽이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맛보기 위해 손으로 빵을 당겼는데 생각보다 단단했다. 일반 밀보다 글루텐이 거의 없어 점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입에 넣는 순간, 누룽지처럼 구수하고 술의 향긋한 향기가 입 안 가득 퍼졌다. 단단한 식감 탓에 천천히 오래 씹어야 했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고대 사람들이 이렇게 맛있는 빵을 밥으로 먹고 살았다니! 눈앞에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펼쳐지고 파라오 석상이 반기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5/S201706N060_5.jpg)
고심 끝에 일반 오븐에서 스팀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반죽을 굽기로 했다. 일반 오븐에서는 반죽에 열을 직접 쬐기 때문에 스팀이 없으면 불 옆에 둔 것처럼 주변 공기가 마르고 빵도 바짝 구워진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반죽을 오븐에 넣었다. 얼마 뒤, 모락모락 고소한 향기가 났다. 오븐에서 갓 꺼낸 고대 이집트 빵은 아주 친근한 모습이었다. 그리스의 피타와 모양이 비슷했다(하지만 피타의 색은 하얗다).
빵을 잘라보니 안에 커다란 공간이 있었다. 스팀 없이 건조하게 구워지는 동안 반죽이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맛보기 위해 손으로 빵을 당겼는데 생각보다 단단했다. 일반 밀보다 글루텐이 거의 없어 점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입에 넣는 순간, 누룽지처럼 구수하고 술의 향긋한 향기가 입 안 가득 퍼졌다. 단단한 식감 탓에 천천히 오래 씹어야 했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고대 사람들이 이렇게 맛있는 빵을 밥으로 먹고 살았다니! 눈앞에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펼쳐지고 파라오 석상이 반기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