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빙하로 뒤덮인 겉모습과 달리 북극해는 요즘 ‘핫’하다. 8개 연안국의 영유권 전쟁 때문이다. 남극조약에 따라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남극해와 달리, 북극해의 70%는 주인이 있다. 문제는 8개국이 각기 자국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바다가 겹친다는 점이다. 7월 11일부터 8월 27까지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리는 제41차 대륙붕한계위원회(CLCS/UN) 회의에서는 이런 북극해의 대륙붕 일부를 심사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박용안 위원(서울대 명예교수)을 출국 직전인 지난 7월 7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Q 대륙붕의 한계를 정한다는 게 생소하다
흔히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항해에서 사용되는 길이 단위. 1해리=1852m)까지가 나라별로 독점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바닷속으로 더 연결되는 땅(대륙붕)이 있을 경우, 유엔해양법 76조에 따라 최고 350해리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것을 법적 대륙붕이라고 한다(아래 그림 참조). 과학에서는 대륙붕을 해저면의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하는 붕단(shelfedge) 전까지로 본다. 그렇지만 법적 대륙붕은 대륙사면의 끝점(FOS, Foot Of Continental Slope)으로부터 60해리 밖이나, 퇴적층의 두께가 FOS로부터의 거리의 1%로 줄어드는 점까지로 정해질 수 있다. 과학적으로 면밀하게 사해야 하기 때문에 1997년 6월 UN 산하에 CLCS가 설립됐다. CLCS 위원은 해양지질학, 측지학, 수로학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되는데, 전세계에서 5년에 한 번씩 UN본부에서 선출한 다. 내년이면 활동을 한 지도 20년이 된다.
Q 이번 회의에서는 북극해의 대륙붕을 심사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캐나다, 덴마크 등 5개 나라가 북극해의 대륙붕 확장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이미 2001년에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자국의 대륙붕 한계를 심사해달라는 서류를 제출했다. 2016년 4월에 보충자료도 완성돼 이번 41차 회의에서 심사에 들어간다.
흥미로운 것은 덴마크 정부도 2014년 12월에 심사 요청서를 냈는데 두 나라가 자신의 확장 대륙붕으로 주장하는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 ‘로모노소프’ 해령(81쪽 인포그래픽 참조)을 각각 자신들의 대륙과 연결된 해저고지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해를 반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로모노소프 해령을 확장된 법적 대륙붕으로 인정받는 순간 차지할 수 있는 자원은 어마어마해진다.
Q 심사 과정이 복잡한가
기준점 하나를 정하는 데 1~2년씩 걸리기도 한다. 각국 정부가 지각구조가 어떤지, 대륙붕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퇴적층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 수백 장의 보고서를 제출한다(빙하로 뒤덮인 북극해에 음파를 쏴 깊이를 측정하고 탄성파로 특성을 조사하려면 몇 년의 시간과 수백억 원의 돈이 든다). 이것을 일일이 검토해서 법적 대륙붕을 결정짓는 기준점(FOS)을 정한다. 심사국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면 안 되기 때문에 관련 해역의 논문도 추가로 찾아서 읽어야 한다. 보통 한 나라의 대륙붕을 심사하는 데 2년 반 정도 걸린다.
Q 대륙붕 한계를 정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소유할 수 있는 대륙붕이 EEZ에서 정한 200해리 밖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확장된 법적 대륙붕 좌표 경계를 받아 놓으면 그곳은 영원히 그 나라의 대륙붕이 된다. 북극은 안보적, 경제적 요충지다. 두꺼운 얼음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지하자원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을 걸로 추정한다(특히 로모노소프 해령처럼 대륙지각에서 이어지는 부분에 많이 묻혀 있을 것이다!). 북극 연안국들은 서로가 주장하는 법적 대륙붕이 겹치더라도 일단 심사를 받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 나라라도 이의를 제기해 북극해가 분쟁 지역이 되면 심사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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