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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으로 본 북극해.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탓에 해저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6/S201608N035_02.jpg)
2억 년 전 중생대 초기, 트라이아스기까지도 북극은 바다가 아닌 육지였다. 그런데 맨틀에서 발생한 어떤 충격으로 인해 북극에 놓여 있던 대륙에 균열이 생겼다. 처음에는 대륙 바깥쪽이 작게 갈라지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내부가 깊숙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열린 틈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온도가 떨어진 바다가 해빙으로 덮였다. 북극해의 탄생이었다.
비밀 1. 해저에 ‘삼선’ 해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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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의 면적은 1400만km2로 러시아 전체 면적과 비슷하다. 53%는 대륙과 이어진 대륙붕이고 나머지는 해양 지각이다. 북극해 해저에는 세 개의 해령이 있다. 나란히 나 있는 이들의 이름은 캐나다에서 러시아 방향으로 각각 알파-멘델레예프 해령, 로모노소프 해령, 가켈 해령이다(81쪽 인포그래픽 참조). 알파-멘델레예프 서쪽의 해저 평원은 캐나다 분지, 그 동쪽에 로모노소프 해령과의 사이에 놓인 해저 평원은 마카로프 분지란 이름을 갖고 있다. 이 두 분지를 통틀어 아메라시아 분지라고 부른다. 알파-멘델레예프 해령과 로모노소프 해령은 주변 해저 평원 보다 2000m 이상 솟아 있어, 만약 바닷물이 없다면 북극해는 대형 산맥이 웅장하게 늘어선 알프스처럼 보였을 것이다.
![북극 바다밑에는 해령이 세 개나 있다. 바닷물이 사라진다면 이들은 거대한 산맥처럼 보일 것이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6/S201608N035_03.jpg)
한편 가켈 해령은 이들 해령과는 매우 다른 지형을 가지고 있다. 높이가 다른 해령의 절반 수준(약 1000m)에 불과하고 그 중심에는 깊게 파인, 수심이 평균 4000~5000m인 골이 있다. 로모노소프 해령의 동쪽에서 가켈 해령을 지나 카라-바렌츠해까지 이어지는 해저 평원을 유라시아 분지라고 한다. 카라해와 바렌츠해는 유라시아 대륙의 북극권 대륙붕이다.
가켈 해령이 독특한 지형을 가진 이유는 이것이 중앙해령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중앙해령은 전체 길이가 6만km에 달하는 거대한 해저 구조물로서, 용암을 분출하며 새로운 해양지각을 만들어낸다. 육지로 치면 살아있는 화산들의 산맥으로 볼 수 있다. 중앙해령은 모든 지각변동의 시작이자 기준이 된다. 중앙해령에서부터 해저가 확장되고 이에 밀려서 대륙도 이동하기 때문이다(대륙은 지판이라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물건에 불과하다!). 해양지각의 연령은 해령에서 멀어질수록 높아지는데, 이를 역으로 추정하면 해령과의 거리를 통해 과거에 지각이 어떻게 이동해 왔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정리하면 가켈 해령은 대서양 중앙해75령으로부터 길게 이어진 길이 1800km의 중앙해령이고, 북극해를 관통하면서 북극해의 해양 지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비하면 로모노소프 해령은 가켈 해령이 확장하는 영향을 받아 대륙에서 떨어져 나간, 활동성이 없는 대륙의 조각이다. 알파-멘델레예프 해령은 과거에 강력한 맨틀의 상승작용(플룸)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역시 활동성이 없다. ‘삼선’ 해령의 기원이 모두 다른 셈이다.
비밀 2. 북극해 활짝 연 두 번의 균열
북극해의 진화는 그동안 불가사의한 일로 손꼽혔다. 육지가 바다가 된 것도 신기하거니와, 해빙으로 뒤덮여 그 변화 과정을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북극해 해양지각의 연령 분포를 통해 북극해가 형성된 과정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그에 따르면 북극에서 처음 바다가 탄생한 순간은 중생대 중기로 거슬러 올라간다(아래 그림 참조).
그 당시까지도 지구에는 판게아라고 불리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만이 있었다. 적도 부근의 테티스해를 기준으로 판게아의 북쪽 부분을 로라시아(Laurasia) 대륙, 남쪽 부분을 곤드와나(Gondwana) 대륙이라 불렀다. 북극까지 이어져 있던 로라시아 대륙은 먼 훗날 북아메리카가 될 로렌시아(Laurentia) 대륙과 유라시아(Eurasia) 대륙(현재의 유라시아 대륙에서 인도와 아라비아 반도를 제외한 부분)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런데 쥐라기 말인 약 1억5000만 년 전, 로렌시아와 유라시아 사이에 갑자기 균열이 생겼다. 첫 균열은 로라시아 대륙의 북서쪽, 오늘날 알래스카 부근에서 시작됐다. 대륙의 균열은 점점 커지면서 해저로도 확장됐다. 해양지각이 형성되면서 로라시아 대륙에 내해가 생겼다. 이런 지각변동은 백악기인 1억1800만 년 전까지 이어지다 멈췄다. 지판들 간에 작용하던 힘의 균형이 갑자기 변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해저 확장에 의해 북극해의 아메라시아 분지가 만들어졌다. 알파-멘델레예프 해령도 이때 만들어졌다.
2차 균열은 약 8000만 년 전 시작됐다. 이번엔 로라시아 남쪽에서 대서양을 넓혀가던 대서양 중앙해령이 북진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3000만 년 뒤 대서양 중앙해령이 로렌시아와 유라시아 대륙을 갈라낸 사이에 가켈 해령이 형성됐다. 가켈 해령을 비롯한 북극권 중앙해령은 점점 확장하며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을 완전히 갈라냈다. 영토 분쟁으로 뜨거운 로모노소프 해령(78쪽 인터뷰 참조)은 이때 만들어졌다. 본래 유라시아 대륙이었는데 가켈 해령이 진행하면서 대륙에서 떨어져 나갔다(Earth-Science Reviews 113 (2012) 212-270).
비밀 3. 느리지만 활동적인 반전 바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북극해의 진화가 매우 느리게 이뤄졌을 것이란 점이다. 가켈 해령은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확장하는 중앙해령이기 때문이다. 다른 중앙해령의 경우 빠른 것은 1년에 약 10cm씩 새로운 지각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가켈 해령은 성장속도가 서편의 경우 1년에 1.6cm 미만, 동쪽의 경우 1년에 0.6cm에 불과하다. 지판을 잡아당겨 해저를 확장시키는 해구, 즉 섭입대가 북극에는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확장 속도가 1년에 1.2cm 이하인 가켈 해령을 ‘초저속 확장 중앙 해령’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확장 속도가 느리다고 활동이 미미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 미국과 독일이 ‘아모레(AMORE, Arctic Mid-Ocean Ridge Expedition)’ 프로젝트를 통해 가켈 해령의 절반을 조사한 결과, 열수 활동만큼은 지금까지 탐사된 어느 중앙해령보다도 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열수 활동은 중앙해령을 통해 침투한 해수가 중앙해령 심부 마그마로부터 열을 공급 받아 끓어 오른 것으로, 해령 주변의 암석을 변질시키거나 열수 생태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작용을 한다. 연구팀은 느리게 확장하는 가켈 해령의 경우 깨진 틈이 상대76적으로 많아 해수의 침투와 분출이 용이했고, 그 결과로 열수 활동이 강화됐을 거라 추론하고 있다(doi:10.1038/nature0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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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4. 320만 년 전, 해빙 본격 출현
그렇다면 북극해 환경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북극의 기온, 결빙 면적의 변화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반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북극해 환경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북극해 환경은 지금으로부터 350만 년 전을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 북극해가 막 만들어진 신생대 초기에는 북아메리카 대륙과 남아메리카 대륙이 분리돼 있었다. 즉 대서양과 태평양의 바닷물이 양쪽으로 흐를 수 있었다. 그런데 350만년 전 남아메리카 대륙이 지속적으로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북아메리카와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해수가 통하던 자리(오늘날의 파나마 운하가 있는 위치)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대서양 바닷물이 아메리카 대륙에 가로막혀 서쪽으로 흐르지 못하게 되자 대서양에는 북아메리카 대륙 동안을 타고 북극으로 올라가는 멕시코 만류가 만들어졌다. 따뜻한 바닷물이 추운 북극까지 올라가면서 북극 상공에 다량의 수분을 공급했고, 북극 주변 대륙에 더 많은 눈이 내리면서 빙하가 형성됐다. 또 이전보다 담수가 많이 섞이면서 북극해의 염분 농도가 낮아져 해빙의 양이 점점 늘어났다. 학계에서는 적어도 320만 년 전부터는 해빙이 본격적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멕시코 만류는 지금도 북극의 환경 변화를 이해하는 열쇠다. 약 300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따뜻한 대서양 바닷물이 북극에 올라가 해빙을 형성하고, 얼음에 포함되지 못한 염분 때문에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지면서 차가운 해수가 해저면으로 가라앉는다(이것을 북대서양 심층수라고 한다. 겨울철에는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매초 2000만 t씩 가라앉는다!). 가라앉은 차가운 해수는 남극까지 내려가 차가운 남극 심층수와 합세한 후, 남극 대륙을 한 바퀴 순환하고 북쪽으로 다시 올라가 동태평양에서 상승한다. 그동안 북극해에는 가라앉은 바닷물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바닷물이 올라오고, 이것이 다시 열을 빼앗겨 결빙되면서 해수 순환이 이뤄진다. 전지구적인 해수의 열-염분 순환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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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북극해 진화 역사와 전지구적인 해류 순환시스템 형성 과정을 밝히기 위해 2018년 국제공동해양시추 프로그램(IODP)에서 로모노소프 해령을 시추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남승일 극지연구소 북극환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참여해 공동연구를 한다. 시추된 빙하와 해양퇴적물을 분석하면 과거 빙하의 규모나 이동방향, 지형의 변77화, 해수면 변동 등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연구팀은 7월 16일 현재도 북극해 스발바르제도에서 노르웨이 트롬소대의 탐사선인 헬머 한센 호를 타고 피오르드 해저탐사 및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비밀 4. 북극해와 동해가 닮은 꼴?
오늘날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북극해의 해양환경 시스템은 놀랍게도, 1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동해의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두 바다는 해류 순환이 매우 유사하다. 따뜻한 멕시코 만류가 북극해로 올라갔다가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가라앉아 내려오는 것처럼, 동해에서는 쓰시마 난류가 올라갔다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앞에서 가라앉아 내려온다.
동해에서 시추된 퇴적물의 미생물을 분석해보면 빙하기 때 동해 표층수의 염도는 매우 낮았다. 지구 전체 해수면이 지금보다 120m 가량 낮아서 남해쪽이 거의 육지화된 상황이라 쓰시마 난류가 동해로 거의 유입되지 않았다.
최근 북극해 역시 기후변화로 주변 대륙의 눈이 녹으면서 바닷물의 염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에서 침강하는 표층수가 약해지고 그 결과 북극으로 올라오는 멕시코 만류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남 박사는 “동해는 크기가 북극해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북극에서 1000~2000년 주기로 일어나는 일이 50~100년 사이 벌어진다”며 “동해가 북극해의 비밀을 밝히거나, 반대로 북극해의 환경변화가 동해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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