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과학은 과학 소설보다 훨씬 더 이상하고 훨씬 더 만족스럽다.”
-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中
2018년 3월 14일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타계하고,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살아생전 블랙홀의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 이론 등 과학적인 업적을 남겼던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지금도 여전히 ‘핫’하다.
지난해 12월에는 블랙홀에 대한 호킹의 논문이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org)’에 공개됐다.doi:10.1007/JHEP12(2018)098 호킹은 영국의 50파운드 신권 뒷면에 실릴 후보 인물로 거론되고 있으며, 그가 타던 휠체어는 경매에서 29만6750파운드(약 4억3000만 원)에 낙찰됐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그의 유작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Brief Answers to the Big Questions)’이 공개됐다. 한글 번역본은 올해 1월 8일 발간됐다.
“대중서를 쓰는 주된 이유는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데 어디까지 왔는지,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설명할 완벽한 이론을 발견하는 데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 설명하고 싶어서였다.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과학자로서 우리가 무엇을 알아내고 있는지 세상과 소통할 의무를 느꼈던 것이다.” -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中
호킹은 몸이 불편해 비록 움직임에는 제약을 받았을지라도 머릿속만큼은 무한했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먼 끝까지 가봤고, 블랙홀 안에도 들어가 봤으며,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거슬러 가기도 했다.
호킹은 물리학 법칙을 바퀴 삼아 머릿속으로 우주를 여행하며 살았다. 그는 이런 자신의 머릿속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원했다. 그렇게 1988년 우주의 본질을 다룬 대중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를 집필했고, 이 책은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이 팔리며 과학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열정과 열의를 공유하고자 했다. 이번 유작에서 호킹은 우주의 본질을 넘어 세상 사람들이 갖는 궁극적인 질문들에 대해 짤막하지만 분명하고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를 유명세로 이끈 블랙홀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이에 더해 ‘신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멍하니 앉아 생각할 법한 문제, 하지만 과학적으로 선뜻 답하기 힘든 문제 10가지를 다뤘다.
그의 저서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현대물리학을 다룬 책임에도 불구하고 수식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방정식인 E=mc2, 그리고 블랙홀의 엔트로피(S)와 사건의 지평선 넓이(A) 사이의 방정식인 베켄슈타인-호킹 방정식을 제외하고는 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책에서 “방정식 없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일반인도 우주 법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에게 어떤 답, 그리고 또 어떤 물음을 남겼을까. 그의 유작을 통해 1년 전 떠난 그와 대화해보자.
“다음에 올 세대는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런 문제들에 흥미를 품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모든 인간에게 건강한 삶, 안전한 삶, 기회와 사랑이 가득한 삶을 살아갈 기회를 주기 위해서 함께 싸워 나가자.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시간여행자들이며, 함께 미래를 향해 여행하는 동반자들이다. 그러나 그 미래가 우리가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게 하려면 함께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용감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단호하게 장애물을 극복하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中
● 호킹과 블랙홀 "블랙홀에 정보가 남아있다"
(※ 스티븐 호캉 유작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가 질문하고 호킹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 지난 12월 당신의 마지막 연구 논문이 나왔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정보가 어디에, 그리고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였습니다. 2016년부터 저와 같은 곳(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연구하던 맬컴 페리와 대학원생인 사샤 하코, 그리고 미국 하버드대의 앤드루 스트로민저와 함께 이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우리는 블랙홀, 특히 블랙홀의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에 정보가 저장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논문에서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블랙홀 주변 광자들에 의해 기록될 수 있음을 보였고, 우리는 이 광자들을 ‘부드러운 머리카락(soft hair)’이라고 지칭했습니다.
Q. 이전에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정보는 사라진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하하, 그랬죠. 그때 아주 난리가 났었습니다. 저는 1974년 제 이름을 딴 ‘호킹 복사’를 통해 블랙홀이 증발할 수 있다는 걸 밝혔죠. 그리고 1983년 ‘블랙홀이 증발할 때 블랙홀 안에 있던 정보도 사라진다’는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편집자주. 당시 호킹과 팽팽히 맞섰던 레너드 서스킨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서 ‘블랙홀 전쟁’에서 “(1983년)우리는 기습 공격을 받았고 전쟁은 선포됐다. (중략) 대담하고 무모한 파괴자 호킹은 막강한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호킹은 천사 같으면서 동시에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고 회고했다)
Q. 블랙홀의 정보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정말로 정보가 사라진다면, 이는 과학의 심장을 겨누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우리는 200년 넘게 과학적 결정론을 믿어왔기 때문이죠. 이것은 자연의 기본 원칙에 대한 문제입니다. 만일 블랙홀에서 결정론이, 우주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진다면 다른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공의 요동으로 가상 블랙홀이 나타나서 그 블랙홀이 입자들을 흡수했다가 엉뚱한 것을 방출하고 다시 진공 속으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더 최악인 것은, 만일 결정론이 무너진다면 과거의 역사도 확신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역사책의 내용과 우리의 기억 모두가 그저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우리의 과거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정체성을 잃게 되죠. 그래서 물리학의 기본 전제는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정보가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폭탄선언을 한 이후로 한동안 정보가 보존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런 정보 손실 문제를 ‘정보 역설(information paradox)’이라고 합니다. 이 패러독스는 지난 40년간 과학자들을 괴롭혔고, 지금도 이론물리학에서는 풀리지 않은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로 남아 있죠.
Q. 그럼 지금은 정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나요?
최근 중력 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려는 새로운 내용들이 나오면서 정보 역설을 해결하려는 시도도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제가 죽기 직전까지 진행했던 연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죠. 지금까지 블랙홀은 질량, 전하, 각운동량(스핀) 등 세 가지 성질로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외에도 블랙홀이 ‘초전환 전하(supertranslation charge)’와 ‘초회전 전하(superrotation charge)’라는,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전하들을 갖고 있고, 이것들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는 각각의 전하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만약 제 생각이 옳다면, 아마도 정보의 손실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지만, 정보 역설은 아직 미해결 상태입니다. 그러나 해답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 호킹과 신 "내게 신이란 자연의 법칙이다"
Q.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신은 존재하나요?
저도 간결하게 답하죠.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답했습니다. 몇 년 전 영국의 더 타임스에 이런 헤드라인이 실린 적도 있었어요. ‘호킹: 신은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 기사에는 삽화도 딸려 있었는데, 미켈란젤로의 그림 속 신이 몹시 화가 나 있고, 옆에 의기양양해 하는 제 얼굴이 함께 있었죠. 고대에는 일식이나 월식은 물론, 번개나 천둥까지 모두 신이 만들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런 자연현상은 모두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이제는 우주를 지배하는 거의 모든 법칙을 과학이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Q. ‘거의 모든’이라면, 신의 영역은 남아있는 건가요?
이제 종교가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는 우주의 기원뿐입니다. 이것마저도 과학은 계속 답을 찾아가는 중이고, 조만간 우주의 시작에 대해서 결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우주가 과학의 법칙에 따라 무(無)에서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빅뱅’이라고 부르는 그것이죠. 그 순간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과 우주 전체에 가득 찬 ‘에너지’가 나타났을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공간과 에너지는 누가 만든 것이죠? 신이 우주를 창조한 순간이 곧 빅뱅 아닐까요?
공간과 에너지가 무(無)로부터 물질화된 것은 우주가 가지는 가장 기이한 성질 중 하나와 관련이 있습니다. ‘음의 에너지(negative energy)’라고 불리는 물리 법칙이죠. 단순한 비유를 들어봅시다. 평평한 땅 위에 언덕을 쌓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언덕은 우주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언덕을 만들기 위해서 바닥에 구덩이를 파서 그 흙으로 언덕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덕만 쌓은 것이 아니죠. 그 옆에 구덩이도 동시에 만들어졌습니다. 이 구덩이는 사실상 언덕의 음(陰)의 버전이고, 구덩이 안에 있던 흙들은 이제 언덕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것이죠. 빅뱅 때 어마어마한 양(陽)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같은 양의 음의 에너지도 만들어진 겁니다.
(※편집자주.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음의 질량을 갖는 유체라는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2022년부터 그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doi: 10.1051.0004-6361.201832898)
Q. 그렇다면 음의 에너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우주 공간 전체에 있습니다. 앞에서 든 비유에서 언덕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질량과 에너지 같은 사물의 양의 측면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구덩이, 즉 사물의 음의 측면은 공간 전반에 걸쳐 퍼져있습니다.
Q. 평평한 땅에서 언덕과 구덩이를 만든, 즉 양의 에너지와 음의 에너지를 나눈 건 무엇인가요?
원자 수준을 지나 아원자 수준까지 내려가면 그 세계에서는 아주 잠깐 동안이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오는 ‘마법’이 가능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 정도 규모의 세상에서는 입자들이 양자역학이라고 부르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죠. 입자들은 정말로 아무렇게나 생길 수 있으며, 잠시 동안 머물다가 다시 사라지고, 어딘가 다른 곳에서 다시 생겨납니다.
Q.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지만, 그런 양자법칙 또한 신이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그보다 이전에 일어난 사건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데 길들여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가 존재하는 데에는 무엇인가가(아마도 신이) 원인을 제공했으리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죠. 그러나 자연의 법칙은 우주의 양성자처럼 외부 도움 없이 혼자 튀어나와 존재할 수 있고, 에너지 측면에서도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빅뱅의 원인 그 자체도 없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시간 자체가 그 순간 시작됐기 때문이죠. 시간을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빅뱅 이전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빅뱅 이전에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이 우주를 만들 시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인슈타인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의 법칙에 대해서 비인격적인 의미로 ‘신’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신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아는 것일 겁니다. 만약 당신이 신을 만난다 해도 그 신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인격화된 신은 아닐 것입니다.
● 호킹과 지구 " 인류는 지구를 떠나야만 한다"
Q. 왜 우리는 우주로 나가야 하는 걸까요?
2007년에 운 좋게도 무중력 비행을 경험했습니다. 그때 저는 “우주로 나가지 않는다면 인류에게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후 회자가 많이 됐죠. 지금도 역시 그렇게 믿습니다. 오늘날 지구의 수많은 지역들이 위협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 위협들은 너무 크고 너무 많죠. 앞으로 1000년 안에 핵 대치나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재난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지구는 분명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겁니다. 1000년은 지질 연대기에서 눈 깜빡할 시간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공간을 사용했고, 이제 갈 수 있는 곳은 다른 세상뿐입니다. 우주로 나가는 것만이 우리를 구할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지구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은 무인도의 조난자들이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Q. 그럼 인류는 어디로 이주할 수 있을까요?
가장 확실한 곳은 달입니다. 달은 가깝고 상대적으로 착륙하기도 쉽죠. 대기나 자기장, 물 등은 없지만, 얼음을 산소 공급원으로 사용하고, 핵에너지나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 목적지는 화성이겠죠? 화성은 달과 같이 대기나 자기장, 물 등이 없지만 한때 생명체가 살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화성 탐사선이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면 적당한 조건이 갖춰진 위치를 찾아 살 수도 있을 겁니다. 또 화성에는 활용할 수 있는 광물과 금속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성과 금성은 너무 뜨겁고, 목성과 토성은 고체로 된 표면이 없는 거대한 가스 행성입니다. 목성과 토성의 위성도 후보지로 생각할 수 있지만, 태양과 너무 멉니다.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에는 액체 메탄 호수가 있어서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Q. 아예 태양계 바깥으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우주에는 골디락스 지대(Goldilocks zone)라는 영역이 있습니다. 이곳은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만큼 항성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지역을 말합니다. 지구에서 30광년 안쪽으로는 약 1000개의 항성이 있습니다. 그중 골디락스 영역 안에 지구 크기의 행성을 가진 항성이 1%라면, 우리가 갈 수 있는 신세계 후보지는 10개쯤 되겠군요. 가장 대표적인 천체가 ‘프록시마 b’입니다. 태양계 외행성 중 지구와 가장 가깝지만 그래도 4.5광년이나 떨어져있습니다. 현재 기술로 이곳에 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인간 생애 안에 그곳에 도착하려면 우주선에 은하계 안의 모든 별의 질량을 합친 양만큼의 연료를 싣고 가야합니다. 그래서 거의 빛과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저는 2016년 유리 밀너라는 기업가와 협력해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이라는 장기적 연구 및 개발 프로그램을 출발시켰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성간 여행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만일 이것이 성공한다면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뜨기 전에 프록시마 b로 탐사선을 보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Q.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했지만, 화성 유인 탐사는 그리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달에 기지를 짓는 것이 우선일수도 있고요. 언제쯤 인류가 달이 아닌 다른 천체에 발을 내딛을까요.
제가 예상하기론 앞으로 30년 안에 달에 기지를 세우고, 50년 안에 화성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0년 안에 태양계가 아닌 외계행성의 위성들을 탐사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위성에 도착하는 것은 사람이 탑승한 우주선이어야 합니다. 인류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우리가 직접 그곳으로 가야하죠.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우주 탐사는 장기 전략으로 봐야합니다. 종종 새로운 행성을 찾는 데 돈만 낭비하고 결실도 얻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그 돈을 우리 행성의 기후변화나 오염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는 그 일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하면서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25%는 우주 개발을 위해서 남겨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미래가 0.25%만큼의 가치는 하지 않을까요. 저는 최선을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합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