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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상/브록하우스와 슐

열중성자 산란 이용, 고체 결정 연구에 새길 터

이들이 개척한 열중성자를 이용한 산란실험은 최근들어 물리학 재료공학 생명과학 등에 사용되는 필수적 기법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캐나다의 버트람 브록하우스(76)와 미국의 클리포드 슐(78)에게 돌아갔다. 지금부터 40여년 전 중성자를 고체(결정체)에 충돌시켜 이들의 비간섭산란과 간섭산란(회절)을 통해 결정체의 물성, 특히 격자진동과 자기성질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중성자는 전하가 없는 입자. 이 중성자는 우라늄235의 핵과 충돌해 연쇄핵반응을 일으킨다. 핵분열이 한번 일어날 때마다 평균 2.45개의 중성자가 생성되는데 연쇄반응이 일어남에 따라 그 수는 급증한다. 핵분열에서 생성되는 중성자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흑연감속재를 쓰면 속도가 느린 열중성자를 산출할 수 있다. 이 열중성자를 결정체에 쏘면 고체내의 원자들과 충돌하여 산란돼 튀어나온다. 이때 간섭이나 비간섭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이용하면 고체내의 '모습'을 알아낼 수 있다.

브록하우스는 27세의 '늙은' 나이로 1945년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과 토론토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마침 2차대전이 막 끝난 후라 원자폭탄의 비윤리성 때문에 핵분열반응과 관련된 물리학에는 심리적으로 거부반응을 느끼는 분위기가 많았다. 브록하우스 역시 처음에는 중성자연구를 꺼림칙하게 느꼈다.

브록하우스는 졸업 후 캐나다의 국립연구소인 척리버 연구소에 취직했는데 이곳의 연구분위기가 좋아 12년 동안 중성자의 비간섭산란과 회절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초기에 그는 반자성체의 자기적 구조를 중성자 회절 실험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슐의 연구결과를 알고 있었으므로, 이에 대한 관심이 커 중성자 회절 실험을 할 수 있는 원자로가 있는 척리버연구소에 취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연구방향을 돌렸다. 당시 어느 물리학회지에서 '철에 의한 중성자 산란실험' 논문을 발견하고 그 중요성을 느껴 철저히 검토했다. 이 논문이 원동력이 돼 고체내에서 일어나는 중성자의 비탄성산란(충돌 후의 입자 에너지가 충돌 전보다 적어지는 경우) 현상을 이용하여 포논(격자의 진동파로 기본단위의 에너지를 가짐)의 분산관계를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에너지와 운동량보존법칙을 이용하여 산란된 중성자의 에너지가 어떻게 분포하고 어떤 각으로 산란되는지를 측정해 포논의 진동수 분포 및 분산관계를 찾아낸 것이다. 그가 척리버의 원자로를 이용하여 개발한 삼중축결정광도계는 연구의 결실을 맺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51년부터 시작한 연구는 1958년 게르마늄 결정체의 격자진동실험을 통해 포논 분산관계를 찾아냄으로써 결실을 맺었다. 1952년쯤 이미 학계에서는 격자진동의 분산관계 유사성을 고려해, 강자성 및 반자성에도 포논처럼 매그논(스핀파로 기본단위의 에너지 진동)의 측정이 검토됐다. 한마디로 브록하우스가 고안해 낸 삼중축결정분광계는 비탄성 중성자 산란을 이용한 격자진동역학과 매그논 연구에 혁신을 가져온 국제적 명성의 실험기구가 됐다. 브록하우스의 주요 연구는 1955—1958년에 걸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슐의 연구는 시기적으로 브록하우스보다 약간 앞서 있었다. 미국 테네시에 있는 오크리지연구소의 X파일이라 일컫는 원자로로부터 핵분열반응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흑연감속재를 사용하여 1㎠ 당 ${10}^{12}$개의 느린 중성자를 생성시킬 수 있었다. 그는 이 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성자 선속을 이용한 회절현상을 포착할 수 있는 감광기록기 개발에 관심을 두었다. 슐은 이 실험으로 소금결정체의 라우에 무늬를, 16시간이라는 장시간의 중성자 산란을 통해 최초로 관찰했다. 1946년에는 중성자분광계를 만들어서 회절무늬의 정량적 분석을 해냈다.

슐은 브록하우스와는 달리 결정체 격자 속에서 중성자의 간섭산란 현상을 이용해 회절실험을 개발하고 강자성체와 반자성체의 자기적 구조를 밝히고자 했다. 슐은 1946—1948년 사이에 월란이라는 학자와 열중성자를 이용한 핵산란실험을 체계적으로 수행해 1951년에 60개의 원소와 동위원소에 대한 간접 산란진폭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1949년에는 망간산화물에 대한 자기구조를 중성자산란 실험을 통해 발표했다. 특히 그는 온도변화에 따른 반자성체의 비열, 저항, 자기감수율을 면밀히 측정했고 어떤 특정온도에서의 자기모멘트 질서 유지 현상을 최초로 밝혀냈다.

속도가 느린 열중성자는 X선 실험이나 기타의 실험으로 불가능한 고체의 결정구조를 밝히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느린 중성자는 원자간의 거리와 비슷한 파장, 원자의 기본 들뜸에너지와 근사한 에너지, 자기모멘트 등을 가졌고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중성자를 이용한 간섭 및 회절실험은 물리학 재료공학 화학 및 생물학에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고온초전도체의 특성을 밝히는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고체 연구에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 화학분야에서는 무기화합물의 구조를 밝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X선으로는 관찰하기 힘든 유기 및 무기화합물에서의 수소위치를 측정해 수소결합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핵산(DNA RNA) 등이 어떻게 접혀있는가를 밝히는 연구 등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화학상/올라

탄소양이온 존재 최초 확인한 헝가리계 학자

올해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미국 남가주대 화학과의 조지 올라 석좌교수로 결정됐다. 그의 수상이유는 탄소양이온의 존재확인. 이는 기초화학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의 응용성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올라 박사는 1949년 부다페스트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헝가리계 학자다. 박사 학위 취득 후 56년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다우 케미컬사에서 8년간 근무했다. 64년 미국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교수로 임명돼 연구생활을 계속하던 그는 77년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남가주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로 자리를 옮겨서 현재 이 대학 화학과의 석좌교수 및 '로커 탄화수소연구소'의 연구담당 소장직을 맡고 있다.

로커 연구소는 로커라는 사람이 자기 재산의 일부를 희사해서 설립한 연구소로, 그 건립 배경은 전적으로 올라 교수의 학문적 우월성에 있다. 이 연구소의 명칭도 올라 교수의 연구분야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러가지 탄화수소 화합물의 집합체인 원유는 화합물 별로 분류돼 연료나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올라 교수의 연구분야는 이러한 탄화수소 분자들과 관련된 반응들을 기초과학적인 측면에서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실생활에 유익한 유기화합물을 제조하기 위한 새로운 화학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다.

유기화학 반응에서 매우 중요한 반응 중간체중 하나인 탄소양이온은 그 자체가 워낙 불안정해서 보통의 화학반응으로 그 존재를 직접 확인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다만 여러가지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해 그 존재를 유추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올라 교수는 황산(${H}_{2}$${SO}_{4}$)보다 그 세기가 무려 수십억배되는 초강력산인 sb${F}_{5}$ 등의 슈퍼산을 용매로 해 탄소양이온을 생성시키고 이것을 핵자기 공명기기를 이용해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은 현재 미국 대학교에서 사용하는 학부 2학년 수준의 유기화학 교과서에도 자세히 소개돼 있다.

한편 탄소양이온의 구조에 대해서 새로운 유기화합법의 개발로 7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퍼듀대학의 브라운 교수와 올라 교수가 벌인 논쟁은 아직도 전세계 화학계의 전설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는 마치 빛의 성질이 파동인지 입자인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미시 세계 현상을 거시 세계의 현상에 비유해 설명하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탄소양이온은 극단적으로 불안정해서 여러가지 분자들과 쉽게 반응을 일으켜 수명이 반영구적인 안정한 화합물을 만든다. 올라 교수는 이러한 탄소양이온과 여러 가지 벤젠류의 화합물과의 반응인 '프리델-크라프트 반응'을 개발해 그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로부터 여러가지 유용한 유기화합물을 합성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이와 같이 강력한 탄소양이온의 반응성을 이용해 메틸 탄소양이온(${CH}_{3}$+)과 산소(${O}_{2}$)나 오존(${O}_{3}$)분자를 반응시켜서 ${CH}_{3}$${O}_{2}$+ 등과 같은 분자의 생성과정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것은 앞으로 대기오염 연구와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탄분자(${CH}_{4}$)는 무극성 분자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주로 레디컬 반응을 이용해 다른 화합물로 변환했다. 올라교수는 슈퍼산을 이용해 ${CH}_{4}$를 ${CH}_{3}$Cl ${CH}_{3}$OH ${CH}_{2}$=${CH}_{2}$ ${CH}_{3}$CH=${CH}_{2}$ 등의 화합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러한 화합물들은 우리 생활에 유용한 의약 농약 및 고분자 물질의 시발물질로서 사용된다.

이처럼 탄소수가 하나인 ${CH}_{4}$로부터 여러가지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C}_{1}$-화학'이라 부르는데, 석유자원의 고갈 현상과 관련해 그 역할이 기대되는 학문이다. 최근에는 탄소원자만으로 구성된 축구공 모양의 분자들이 발견됐는데(1985년), 그중 하나가 분자식 ${C}_{60}$인 벅민스터프러렌이다. 이 프러렌은 다이아몬드나 흑연처럼 순전히 탄소만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존 유기분자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여러가지 종류의 유기화학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다이아몬드나 흑연 등의 탄소물질과 다르다. 이러한 반응들은 기존의 유기반응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올라교수의 연구실은 세계에 몇 안되는 프러렌 화학연구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올라 교수의 한국인 제자로는 인하대 출신의 이창수 박사가 1993년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조지아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올라 교수가 60년대 교수로 임명돼 탄소양이온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 그와 같은 기초과학적인 화학반응들이 우리 생활에 유용한 연구 결과를 초래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초과학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나 연구 일선에서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것은 구호일변도의 일과성에 그치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다. 또한 사회과학을 전공한 정책입안자들이 기초과학에의 투자를 상업적 투자와 동일시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십 수년전 대단한 학벌도 아니고 무명에 불과했던 올라 교수를 후원한 미국인 부자 로커 개인의 예지력이 노벨상 수상위원회의 권위보다도 휠씬 돋보인다.

자연과학전공 학생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아인슈타인 이름을 거론하는 것을 들으며 우리사회의 획일적인 가치관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사고방식이라면 79년 노벨상 수상자인 브라운 교수와 정반대 학설을 주장한 올라 교수가 과연 노벨상을 탈 자격이 있을까.
 
의학·생리학상/길먼과 로드벨

세포간 신호전달의 열쇠 G단백질 규명

올해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자는 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기능을 맡고있는 'G단백질'을 발견한 미국의 알프레드 길먼 교수와 마틴 로드벨 박사. 이 연구가 진척되면 암이나 정신신경계 질병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노벨 의학생리학상은 알프레드 길먼(53·미국 텍사스의대 약리학 교수)와 마틴 로드벨(68·노스캐롤라이나 국립환경의학연구소)박사가 세포 사이 신호전달 기능을 맡고 있는 'G단백질'을 발견 확인한 공로로 받았다.

마틴 로드벨 박사는 50년대말 서더랜드 박사와 공동으로 호르몬이 세포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연구하다가 G단백질의 존재에 대한 가설을 세웠다. 이후 길먼 교수가 이 이론을 토대로 G단백질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하였다.

길먼 교수는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태어나 현재 텍사스의대에서 약리학을 강의하고 있다. 메릴랜드주 볼티 모어 태생인 로드벨 박사는 노스캐롤라이나주 국립환경 의학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다.

G단백질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작용을 하는가를 살펴 보기로 하자. 우리 몸은 40-50조개에 이르는 수많은 세포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세포들이 어떻게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생명체를 구성하는지는 그동안 신비의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특히 흥분전달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신경세포나 암세포들 사이에서의 신호전달에 관한 규명은 생명현상의 신비를 푸는데 열쇠가 되고 있다. 즉 신경정보나 호르몬 정보가 어떻게 세포에 전달되고 암세포와 같은 세포의 무한증식은 왜 일어나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은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화학물질에 의해 이루어지며 호르몬도 세포에 대한 신호전달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성장인자(growth factor)도 성장이라는 신호를 세포에 전달함으로써 세포의 성장과 발육을 조절한다.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그리고 성장인자들이 한 세포에서 유리돼 나와 다음 세포막에 도달되어 신호전달을 하게 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성장인자들은 세포막에 있는 특수한 구조와 결합함으로써 신호가 전달된다. 이 특수한 구조는 정보나 신호를 받아들이는 물질이라는 의미에서 수용체(receptor: receptive substance)라고 하며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성장인자들은 각기 서로 다른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은 일종의 열쇠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열쇠구멍에 해당되기 때문에 전달물질이라고 하는 열쇠가 수용체라고 하는 열쇠구멍에 맞게 결합함으로써 다른 세포막에 있는 대문이 열려 신호가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마틴 로드벨

50년대 말에 첫 가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신경전달물질, 호르몬은 각자 특유의 수용체 분자하고만 결합하여 특정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세포 속으로 신호가 전달되는지 알아보자.

유리된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 성장인자가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하면 수용체 분자 옆에 붙어 있는 G단백질이라고 하는 단백질이 자극을 받아 활성화된다. 이어 세포 속에서 여러 과정의 릴레이 과정을 거쳐 신호가 세포 속으로 전달된다.

수용체 분자 옆에 붙어서 신호를 세포 속으로 전달하는 이 단백질은 에너지 물질인 ATP와 비슷한 GTP(guanosine triphosphate: 구아노신 3인산) 분자가 결합하는 단백질이라고 해서 약칭 G단백질이라고 부르고 있다. 즉 G단백질은 세포 외부의 신호를 세포 내부의 신호로 바꾸는 신호변환기라고 할 수 있다. G단백질이 외부 신호를 수용체로부터 받아 해독하여 내부신호로 바꾸어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성장인자가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하면 이어 막에 있는 G단백질이 활성화되어 여러 단계의 2차, 3차 메신저(전달자)를 통해서 세포 속으로 신호가 전달된다.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히 유리된다고 하더라도 이와 결합하는 수용체가 적절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신경정보는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또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수용체와 연결되어 있는 G단백질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신호전달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G단백질의 기능이 과도하게 촉진되면 세포 성장이 억제되지 못하고 계속되어 암과 같은 종양이 생길 수 있으며, 정신신경계의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여러 종류의 암유전자가 G단백질을 만들어 종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이 G단백질은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정상기능유지에 필요불가결한 존재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신경 정보를 가지고 있는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상호결합으로 고도의 정신기능에서부터 감정, 행동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때 G단백질이 세포 밖으로부터의 신호를 수용체로부터 받아 세포내로 전달하여 이와 같은 정신기능,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흥분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일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부신에서 분비되어 세포막에 도착한 후 아드레날린 수용체와 결합하게 된다. 이어 G단백질의 활성화로 포도당 대사가 증가하게 되어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게 된다.

마틴 로드벨 박사는 바로 이 에피네프린 호르몬의 간 세포에서의 작용을 연구하다가 GTP와 G단백질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G단백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신호를 전달하는가. 간단히 말해 G단백질은 세포의 기능을 결정하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 키나제(kinase) 효소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함으로써 세포의 기능을 조절한다. G단백질은 현재 18종 이상 보고되고 있으며 세포기능을 촉진하는 촉진성 G단백질 (GS: stimulatory G)과 억제하는 억제성 G단백질(GI: inhibitory G)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콜레라의 경우 콜레라 독소가 촉진성 G단백질을 자극하여 세포가 수분을 배설하게 됨으로써 발병하며 백일해의 경우 독소가 억제성 G단백질을 자극하여 세포의 기능이 억제되고 그 결과로 호흡이 곤란하게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G단백질이 활성화되면 외부로부터의 세포성장인자의 영향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신호가 계속 내부로 보내져서 세포는 무한정 증식하게 되어 암이 발생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앞으로 G단백질 기능조절을 통해 암과 같은 종양이나 정신신경계의 질병발생을 줄이거나 치료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연구가 좀더 자세히 이루어진다면 이 G단백질을 억제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며 세포내 신호전달을 변형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199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수 교수
  • 서유헌 교수
  • 석성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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