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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미토콘드리아 바꾼 ‘세 부모 아이’ 안전할까


미토콘드리아와 관련이 있는 유전병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고, 유전자를 물려준 어머니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재까지 이 유전병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건강한 이에게서 미토콘드리아를 기증 받는 방법뿐이다. 일명 ‘세 부모 아이’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치료가 승인됐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불씨가 곳곳에 남아있다.


신생아 수백~수천 명 중 한 명은 미토콘드리아 이상

미토콘드리아에 유전적 문제가 생겨 제대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멜라스(MELAS) 증후군 환자들이다. 이들은 만성적인 통증과 피곤함에 시달리며, 뇌졸중 등의 뇌질환으로 일찍 목숨을 잃기도 한다. 멜라스 증후군과 관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는 10종류 이상으로, 대부분은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번역과 관련된 tRNA에 문제가 있다. 전자전달 복합체에 이상이 생긴 레베르시신경병증(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병)과 라이증후군(간과 뇌에 부종 등이 나타나는 질환)도 대표적인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이다.

해마다 영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250명 중에 1명이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난다. 영국 성인 1만 명 중 1명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Ann Neurol. 2008 Jan;63(1):35-9). 미국에서는 신생아 5000명 중 1명이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을 갖고 있다. 유럽보다 낮지만, 역시 마땅한 치료법은 없다. 유일한 치료법은 대증치료로 증상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아이의 고통만큼 끔찍한 것은 부모의 죄책감이다.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은 온전히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DNA 때문에 생긴다. 어머니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아이가 병을 앓을 수도 있다. 때문에 환자의 어머니는 심각한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린다.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선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 김영미 경희대 의대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유전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토콘드리아를 교체하는 것이다. 유전병 위험이 높은 여성 A의 난자에서 핵을 빼낸 뒤,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기증자 B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이 자리에 A의 핵을 이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난자는 A의 핵과 B의 미토콘드리아를 지니고 있다. 이 난자를 A의 배우자인 C의 정자와 수정시키면 유전병이 없는 아이를 얻을 수 있다. 세 명으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에 이렇게 태어난 아이를 ‘세 부모 아이’라고 부른다.
 

세 부모 아이를 둘러싼 세 가지 논란

실험용 쥐에서는 미토콘드리아를 바꾸는 것이 1990년대에도 가능했지만, 사람에게 가능성이 열린 것은 지난 2009년이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연구팀이 마카크 원숭이에서 미토콘드리아 치환에 성공했다. 영장류에서 첫 성공이었다(Nature 461, 367-372 (17 September 2009)). 그 다음 해에는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해 인간 난자의 미토콘드리아를 바꾸는 데에도 성공했다.

잇따른 성공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영국이다. 영국 인간 수정 및 배아관리국(HFEA)은 2011년 세 부모 아이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으며 과학적 안정성을 검증했다. 너필드 생명윤리 위원회(Nuffield Council on Bioethics)는 세 부모 아이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2012년 발표했다. 위원회는 “미토콘드리아를 교체하는 것이 사람의 특징을 훼손하지 않는다”며 “배터리가 다 된 카메라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에는 세 부모 아이의 체외 수정을 허용하는 법안이 마침내 영국 상원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법안이 통과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임상 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치료에 긍정적인 이들은 크게 세 가지를 안전성의 근거로 든다(반대 의견이 있어 논란은 진행 중이다). 먼저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외부 DNA에 익숙하기 때문에 제3자의 DNA가 들어와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상적인 수정에서도 아버지로부터 온 외부 DNA를 만나기 때문에 세 부모 아이 치료로 새로운 어머니의 DNA를 만나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호주 모나쉬대 미토콘드리아 진화생물학자인 데미안 다울링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외부 유전자에 적응하기 위해 엄마의 DNA와 협력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소개팅을 할 때 어색한 상황을 피하려고 주선자가 동행하는 것처럼, 배아가 만들어질 때도 익숙한 모계 DNA가 주선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기증자 B의 미토콘드리아는 A의 난자에 들어선 순간 ‘천애의 고아’가 돼, 이전처럼 외부 DNA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울링 교수는 “난자가 만들어질 때 미토콘드리아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DNA가 자연 선택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 부모 아이’의 안전성을 지지하는 또 다른 주장은 인간이 유전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지역 사람과 수정에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인간은 유전적 다양성이 낮다. 미토콘드리아 DNA 역시 기능에 차이가 날 만큼 서로 다르지 않아 핵과 미토콘드리아가 불협화음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전적 다양성과 무관하게 미토콘드리아와 핵 DNA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 인간만큼 미토콘드리아 DNA가 안정된 수컷 초파리에서 미토콘드리아 치환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마지막은 세포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치환이 괜찮다는 주장이다. 영국 정부가 허가를 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객관적인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된 인간 세포에서의 실험은 모두 수정되지 않은 줄기세포에서 이뤄졌다. 윤리적 문제 때문이다. 실제로 미토콘드리아를 바꾼 난자가 정자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09년 태어난 마카크 원숭이들은 별 탈 없이 잘 자랐지만 인간에서도 문제가 없으리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




단 2%의 미토콘드리아도 위험하다

최근에는 그간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줄기세포 실험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유전병 가능성이 높은 난자에 날카로운 바늘을 찔러 핵을 빼낼 때, 소량이지만 문제가 있는 모계 미토콘드리아도 딸려 온다. 이 비율은 2% 내외로 아주 적고, 세포 분열을 거듭하면서 문제가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자연히 도태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6월 뉴욕줄기세포재단 디터 에글리 박사팀이 남아 있는 소량의 미토콘드리아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Cell Stem Cell 18, 749-754, June 2, 2016). 처음 치환 당시 모계에서 온 미토콘드리아 비율은 평균 0.2%로 아주 적었다. 30여 세대 뒤 대부분의 세포는 모계 미토콘드리아 비율이 낮아져 정상적으로 잘 자랐지만, 한 세포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처음에 모계 미토콘드리아 비율이 1.3%였던 이 세포는, 36세대가 지난 뒤 비율이 53.2%까지 상승했다. 에글리 박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세 부모 아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려와 논란이 있지만 세 부모 아이 연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불임 부부의 고통을 덜기 위해 윤리적 논란과 안정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시작했던 시험관 아기처럼, 세 부모 아이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 온 다울링 교수도 임상 적용을 반대하지 않는다.

“현재는 많은 부모들이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예측되지 않은 그 어떤 부정적인 효과보다, 아이가 치료 방법도 없는 병을 앓을 것이라는 사실이 훨씬 더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까지 알려진 기술의 위험성을 환자에게 설명해줄 수만 있다면, 결정은 부모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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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미토콘드리아 바꾼 ‘세 부모 아이’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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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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