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생물학이 이제 막 싹 트던 1970년대 후반, 미국 UC버클리 생화학과의 연구원이었던 웨슬리 브라운(현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은 DNA를 이용해 진화 과정을 살펴볼 방법을 고민 중 이었다. 고속 DNA 서열 해독법은 아직 없었고, 유전자 계통도를 분석할 고성능 컴퓨터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로는 최첨단 기술이었던 ‘제한효소 단편길이 다형성법(RFLP)’이었다. RFLP는 제한효소로 DNA를 잘라 무작위로 나오는 파편으로 개체 혹은 종별 유전자형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RFLP를 인간 유전체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무작위로 자르기엔 지나치게 길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던 그의 눈길을 끈 것은 미토콘드리아였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염기쌍은 약 1만6500여 개로 길이가 짧다.
브라운은 출신 지역이 다른 21명의 미토콘드리아 DNA (mtDNA)를 제한효소 18개로 잘랐다. 그 결과 일부(11개) 제한 효소에서 mtDNA가 잘리는 패턴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었다(Proc. Nati. Acad. Sci. USA Vol. 77, No. 6 pp. 3605-3609, June 1980). 브라운은 mtDNA가 100만 년마다 1% 정도가 바뀐다고 가정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거꾸로 추산해 현생인류는 모두 약 18만 년 전에 활동했던 여성으로부터 미토콘드리아를 물려받았다고 추측했다.

아프리카 기원설 팍팍 밀어준 미토콘드리아
브라운의 발견 이후, 유전자 해독과 증폭 기술의 발달을 등에 업고 mtDNA 전성시대가 열렸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차이에 따라 분류한 집단을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haplogroup)’이라고 불렀다. 하플로그룹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같은 돌연변이를 물려받은 집단이다(91쪽 박스 참조).
1987년에는 전세계 각지에서 얻은 여성 147명의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해 모든 현생 인류가 약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의 자손이라는 주장이 발표됐다(Nature 325, 31 – 36 (01 January 1987)). 사람들은 모든 인류의 어머니인 이 여성을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불렀다.
mtDNA 분석이 고인류학에서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핵 DNA와 다른 미토콘드리아만의 특징 때문이다. 일단 미토콘드리아는 숫자가 많다. 핵 DNA는 세포에 단 하나뿐이지만 mtDNA는 수십 개 이상이다. 자외선 등에 오랫동안 손상된 고대 유골에서는 mtDNA를 채취하는 게 유리하다. 어머니로부터만 유전되기 때문에 혈통을 추적하기도 쉽다.
mtDNA는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핵 DNA보다 높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라시아 곳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유전자가 변하지 않았다면(유전자가 잘 보존됐다면), 이동이나 진화에 대해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핵 DNA는 돌연변이가 일어났을 때 치명적이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엄격히 억제한다. 반대로 수십 개 씩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웬만한 돌연변이에는 꿈쩍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수리하는 기능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mtDNA가 핵 DNA보다 돌연변이가 100배 이상 자주 일어난다.
화룡점정은 mtDNA 안에서도, 특별히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초가변영역(HVR)’이 있다는 점이다.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비번역부위로 mtDNA에 두 곳이 있다. 다른 mtDNA에 비해 10배 이상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며 염기쌍 300개 정도로 길이가 매우 짧다. 인체 기능과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자연 선택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시간의 영향을 받아 고인류학적 분석에 적합하다. 특히 서열 해독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던 과거에는 300개 남짓의 HVR만 해석하면 된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이었다.

미토콘드리아가 틀렸다?
미토콘드리아가 고인류학계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또 하나 뜨거웠던 주제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관계였다. 1990년대 네안데르탈인 mtDNA서열을 해독한 결과, 현생 인류의 mtDNA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걸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mtDNA가 섞인 시기는 거의 40만 년 전이었다(Cell, volume 90, issue 1, 11 July 1997, 9 19-30).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네안데르탈인의 세포핵 DNA서열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인류의 핵 DNA에 네안데르탈인 DNA가 2~4% 가량 섞여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5만~10만 년 전에 성관계를 가져 자녀를 낳았다는 강력한 증거다. mtDNA에서 얻었던 결과와 정반대의 결과다.
왜 이런 차이를 보였을까. 박종화 UN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길이가 짧은 mtDNA만 분석하면 전체 경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계로만 유전이 일어나는 것도 해석상의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유럽 남자 선원 100여 명이 탄 배가 난파해 우연히 한 섬에 도착했다고 가정해보자. 선원들은 평화롭게 정착해 현지인과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다. 하지만 어머니로부터만 유전되는 mtDNA에는 이들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다.
날씨나 환경 등을 고려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상대적으로 서늘한 시베리아와 아메리카에서 주로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A, C, D)은 다른 그룹보다 에너지(ATP)를 더 잘 만든다. 추위에 유리한 특정 하플로그룹이 자연선택됐을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상동염색체와 Y염색체로 유전자 해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월이 많이 흐른 오래된 DNA는 전체를 해독하기 힘들었는데, 고성능 해독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수만 년 전 DNA도 너끈히 해독할 수 있다. mtDNA도 요즘은 보다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HVR 구간뿐만 아니라 전체를 분석하는 것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새로운 가능성
고고학에서는 전성기가 지났지만, 범죄수사에서는 mtDNA가 여전히 중요한 증거다. 다만 민족적 다양성이 크지 않은 한국인의 특성상, 한국에서는 하플로그룹만으로 정확한 범인을 식별해낼 수는 없다. 신경진 연세대 의대 법의학과 교수는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도 HVR 검사를 해보면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법의학에서는 개인 식별보다는 같은 어머니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를 살펴보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6.25 전쟁 전사자의 유해를 확인할 때 mtDNA를 분석하기도 했다.
앞으로 mtDNA가 활약할 분야는 맞춤형 진료와, 자신이 속한 하플로그룹을 확인해보는 ‘뿌리 찾기’다. 하플로그룹의 기준이 되는 단일염기다형성(SNP)은 보통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어떤 하플로그룹이 퇴행성뇌질환과 암 등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짧은 서열 덕분에 분석 비용이 적어 부담 없이 검사할 수 있다.
명절날 눈이 반쯤은 커진 채로 족보를 뒤져 자신의 이름을 찾던 심정으로(절대 기자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성행 중이고 개인이 직접 하플로그룹을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험실도 있다. 한국은 아직 불가능하다(오른쪽 기사 참조).
나의 하플로그룹은 어디에 있을까
기획을 하고, 취재를 하는 내내 너무나 궁금한 것이 있었다. ‘대체, 내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은 무엇일까.’ 피펫 좀 잡아본 기자가 머릿속으로 실험계획을 세워 봤다. 기본적인 장비를 제외한 대략적인 비용은 5만 원.
1. 입속에서 세포를 채취해 mtDNA를 분리한다. 2. mtDNA 중 초가변영역(HVR) 유전자를 증폭한다(mtDNA 서열 전체를 읽는 것은 비용이 꽤 비싸지만, HVR구간은 5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3. 일주일 뒤, DNA 서열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플로그룹을 확인하다.
‘울산게놈 1만 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박종화 UNIST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국내에서는 개인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간 유전자 검사는 반드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검사 대상도 질병 예측과 치료제 효과 예측 등 의료 목적에만 국한돼있다. 오남용과 과대광고 등의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결국기자도 이번에 하플로그룹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오는 7월부터 개정된 생명윤리법이 시행돼 콜레스테롤, 혈당, 탈모, 피부탄력 등 일부 헬스케어 분야에서 유전자 검사가 일반인에게도 개방된다.
‘한 달만 늦었더라면’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마도 뼛속부터 한국인인 기자의 검사 결과는 역시 뻔했을 것이다. 2005년 신경진 연세대 의대 교수가 한국인 592명의 하플로그룹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흔한 그룹은 D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진화 이끈 작은거인 미토콘드리아
Part 1. 그들의 동거는 언제 시작됐을까
Part 2. 미토콘드리아에 새겨진 인류의 기원
Part 3. 미토콘드리아 바꾼 ‘세 부모 아이’ 안전할까
Part 4. 뇌질환과 암의 열쇠가 되다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로는 최첨단 기술이었던 ‘제한효소 단편길이 다형성법(RFLP)’이었다. RFLP는 제한효소로 DNA를 잘라 무작위로 나오는 파편으로 개체 혹은 종별 유전자형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RFLP를 인간 유전체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무작위로 자르기엔 지나치게 길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던 그의 눈길을 끈 것은 미토콘드리아였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염기쌍은 약 1만6500여 개로 길이가 짧다.
브라운은 출신 지역이 다른 21명의 미토콘드리아 DNA (mtDNA)를 제한효소 18개로 잘랐다. 그 결과 일부(11개) 제한 효소에서 mtDNA가 잘리는 패턴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었다(Proc. Nati. Acad. Sci. USA Vol. 77, No. 6 pp. 3605-3609, June 1980). 브라운은 mtDNA가 100만 년마다 1% 정도가 바뀐다고 가정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거꾸로 추산해 현생인류는 모두 약 18만 년 전에 활동했던 여성으로부터 미토콘드리아를 물려받았다고 추측했다.

아프리카 기원설 팍팍 밀어준 미토콘드리아
브라운의 발견 이후, 유전자 해독과 증폭 기술의 발달을 등에 업고 mtDNA 전성시대가 열렸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차이에 따라 분류한 집단을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haplogroup)’이라고 불렀다. 하플로그룹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같은 돌연변이를 물려받은 집단이다(91쪽 박스 참조).
1987년에는 전세계 각지에서 얻은 여성 147명의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해 모든 현생 인류가 약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의 자손이라는 주장이 발표됐다(Nature 325, 31 – 36 (01 January 1987)). 사람들은 모든 인류의 어머니인 이 여성을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불렀다.
mtDNA 분석이 고인류학에서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핵 DNA와 다른 미토콘드리아만의 특징 때문이다. 일단 미토콘드리아는 숫자가 많다. 핵 DNA는 세포에 단 하나뿐이지만 mtDNA는 수십 개 이상이다. 자외선 등에 오랫동안 손상된 고대 유골에서는 mtDNA를 채취하는 게 유리하다. 어머니로부터만 유전되기 때문에 혈통을 추적하기도 쉽다.
mtDNA는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핵 DNA보다 높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라시아 곳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유전자가 변하지 않았다면(유전자가 잘 보존됐다면), 이동이나 진화에 대해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핵 DNA는 돌연변이가 일어났을 때 치명적이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엄격히 억제한다. 반대로 수십 개 씩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웬만한 돌연변이에는 꿈쩍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수리하는 기능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mtDNA가 핵 DNA보다 돌연변이가 100배 이상 자주 일어난다.
화룡점정은 mtDNA 안에서도, 특별히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초가변영역(HVR)’이 있다는 점이다.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비번역부위로 mtDNA에 두 곳이 있다. 다른 mtDNA에 비해 10배 이상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며 염기쌍 300개 정도로 길이가 매우 짧다. 인체 기능과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자연 선택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시간의 영향을 받아 고인류학적 분석에 적합하다. 특히 서열 해독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던 과거에는 300개 남짓의 HVR만 해석하면 된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이었다.

미토콘드리아가 틀렸다?
미토콘드리아가 고인류학계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또 하나 뜨거웠던 주제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관계였다. 1990년대 네안데르탈인 mtDNA서열을 해독한 결과, 현생 인류의 mtDNA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걸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mtDNA가 섞인 시기는 거의 40만 년 전이었다(Cell, volume 90, issue 1, 11 July 1997, 9 19-30).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네안데르탈인의 세포핵 DNA서열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인류의 핵 DNA에 네안데르탈인 DNA가 2~4% 가량 섞여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5만~10만 년 전에 성관계를 가져 자녀를 낳았다는 강력한 증거다. mtDNA에서 얻었던 결과와 정반대의 결과다.
왜 이런 차이를 보였을까. 박종화 UN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길이가 짧은 mtDNA만 분석하면 전체 경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계로만 유전이 일어나는 것도 해석상의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유럽 남자 선원 100여 명이 탄 배가 난파해 우연히 한 섬에 도착했다고 가정해보자. 선원들은 평화롭게 정착해 현지인과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다. 하지만 어머니로부터만 유전되는 mtDNA에는 이들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다.
날씨나 환경 등을 고려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상대적으로 서늘한 시베리아와 아메리카에서 주로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A, C, D)은 다른 그룹보다 에너지(ATP)를 더 잘 만든다. 추위에 유리한 특정 하플로그룹이 자연선택됐을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상동염색체와 Y염색체로 유전자 해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월이 많이 흐른 오래된 DNA는 전체를 해독하기 힘들었는데, 고성능 해독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수만 년 전 DNA도 너끈히 해독할 수 있다. mtDNA도 요즘은 보다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HVR 구간뿐만 아니라 전체를 분석하는 것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새로운 가능성
고고학에서는 전성기가 지났지만, 범죄수사에서는 mtDNA가 여전히 중요한 증거다. 다만 민족적 다양성이 크지 않은 한국인의 특성상, 한국에서는 하플로그룹만으로 정확한 범인을 식별해낼 수는 없다. 신경진 연세대 의대 법의학과 교수는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도 HVR 검사를 해보면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법의학에서는 개인 식별보다는 같은 어머니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를 살펴보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6.25 전쟁 전사자의 유해를 확인할 때 mtDNA를 분석하기도 했다.
앞으로 mtDNA가 활약할 분야는 맞춤형 진료와, 자신이 속한 하플로그룹을 확인해보는 ‘뿌리 찾기’다. 하플로그룹의 기준이 되는 단일염기다형성(SNP)은 보통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어떤 하플로그룹이 퇴행성뇌질환과 암 등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짧은 서열 덕분에 분석 비용이 적어 부담 없이 검사할 수 있다.
명절날 눈이 반쯤은 커진 채로 족보를 뒤져 자신의 이름을 찾던 심정으로(절대 기자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성행 중이고 개인이 직접 하플로그룹을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험실도 있다. 한국은 아직 불가능하다(오른쪽 기사 참조).
나의 하플로그룹은 어디에 있을까
기획을 하고, 취재를 하는 내내 너무나 궁금한 것이 있었다. ‘대체, 내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은 무엇일까.’ 피펫 좀 잡아본 기자가 머릿속으로 실험계획을 세워 봤다. 기본적인 장비를 제외한 대략적인 비용은 5만 원.
1. 입속에서 세포를 채취해 mtDNA를 분리한다. 2. mtDNA 중 초가변영역(HVR) 유전자를 증폭한다(mtDNA 서열 전체를 읽는 것은 비용이 꽤 비싸지만, HVR구간은 5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3. 일주일 뒤, DNA 서열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플로그룹을 확인하다.
‘울산게놈 1만 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박종화 UNIST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국내에서는 개인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간 유전자 검사는 반드시 병원 등의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검사 대상도 질병 예측과 치료제 효과 예측 등 의료 목적에만 국한돼있다. 오남용과 과대광고 등의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결국기자도 이번에 하플로그룹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오는 7월부터 개정된 생명윤리법이 시행돼 콜레스테롤, 혈당, 탈모, 피부탄력 등 일부 헬스케어 분야에서 유전자 검사가 일반인에게도 개방된다.
‘한 달만 늦었더라면’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마도 뼛속부터 한국인인 기자의 검사 결과는 역시 뻔했을 것이다. 2005년 신경진 연세대 의대 교수가 한국인 592명의 하플로그룹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흔한 그룹은 D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진화 이끈 작은거인 미토콘드리아
Part 1. 그들의 동거는 언제 시작됐을까
Part 2. 미토콘드리아에 새겨진 인류의 기원
Part 3. 미토콘드리아 바꾼 ‘세 부모 아이’ 안전할까
Part 4. 뇌질환과 암의 열쇠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