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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구를 찾았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행성을 찾았다는 소식이 뜬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에 1000개에 가까운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이들 대부분은 생명체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로 기상천외하다.


두개의 태양이 뜨는 타투인 행성

SF영화 ‘스타워즈’의 명장면 중 하나로 석양을 배경으로 두 개의 태양이 지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의 고향인 ‘타투인(Tatooine) 행성’이 두 개의 별을 돌고 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 10일 미국 샌디에고주립대 연구진이 타투인 행성을 실제로 찾았다. 지구에서 약 14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에서 두 개의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 ‘케플러-453b’가 바로 그것이다.

케플러-453b는 무게가 지구의 17배가 넘고 직경은 지구의 6.2배나 된다. 태양계로 치면 목성과 같은 덩치가 큰 가스형 행성이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 연구팀은 케플러-453b가 우리 태양의 94%, 20% 크기의 두 항성을 지구날짜로 240일 주기로 공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 개의 태양이 행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를 통해 알아낼 계획이다.

케플러-453b :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찾아낸 453번째 항성(케플러-453)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 중 첫 번째로 발견된 행성이다. 행성에 이름을 붙일 때 a는 사용하지 않는다.

두 개의 별, 즉 쌍성을 도는 행성이 발견된 건 이번이 열 번째다. 2011년 유럽남부천문대(ESO)에서 케플러-16b을 발견한 게 처음이었다. 눈치 챘겠지만 쌍성을 도는 행성이 태양계 밖에서 그리 희귀한 존재는 아니다. 우주의 별 중에서 절반은 1개 이상의 다른 별과 중력적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던 코네티컷 주립대 연구팀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쌍성을 가진 행성이 전체 외계행성의 5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쌍성을 도는 ‘지구형’ 행성이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거에는 쌍성계에서는 지구 크기의 고체 행성이 형성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실제로 지금까지 발견된 쌍성계 행성도 모두 가스형 행성이다). 각각의 항성에 의해 주위 물질의 공전 궤도가 어지럽게 얽히면서 서로 충돌해 부서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쌍성계에서도 암석으로 된 지구형 행성이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2개는 모자라… 태양 4개 뜨는 사성계

한술 더 떠 태양이 3~4개 되는 기이한 외계행성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가 발표한 30 Ari라는 별은 태양이 무려 4개인 ‘사성계’이다. 사성계는 보통 쌍성이 이중으로 겹쳐 만들어진다. 하나의 외계행성이 태양과 같은 두 개의 항성 주변을 도는 동시에, 또 다른 쌍성의 궤도를 도는 것이다(90쪽 그림 참조). NASA 연구진은 2009년, 지구로부터 136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쌍성계 30 Ari A와 단일 항성으로 보이는 30 Ari B를 찾았다. 이들은 공통의 중력 중심을 도는 항성계였다. 그런데 6년 뒤 30 Ari B 주변에서 새로운 별과 행성을 발견했다. 기존에 있던 쌍성에 얽힌 새로운 쌍성을 찾아낸 것이다.

목성의 10배 규모인 새로운 행성은 새로운 별 주위를 335일 주기로 돌았다. JPL은 추가 설명 자료를 통해 사성계 행성에서 낮동안 하늘을 보면 하나의 작은 태양과 2개의 밝은 별만 보이지만, 충분히 구경이 큰 망원경으로 보면 밝은 별 중 하나가 쌍성으로 차츰 변해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JPL의 르위스 로버츠 연구원도 설명 자료에 “이런 다양한 외계행성 시스템이 서로 엮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게 행성과학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30Ari A에 있는 2개의 별을 한 덩어리, 30 Ari B에 있는 2개의 별과 1개의 행성을 또 한 덩어리로 생각하고, 2개의 덩어리가 서로 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30 Ari B를 공전하는 행성에서는 30 Ari B에 있는 2개의 별뿐만 아니라, 사성계를 이루는 30 Ari A의 2개의 별도 같이 보이기 때문에 마치 태양이 여러 개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성계는 2012년 발견된 케플러-64b 이후에 이번이 두 번째다.
 

지구와 가장 유사한 외계행성

뉴호라이즌 호가 명왕성을 근접통과한 지 8일째 되는 7월 23일, 전 세계 사람들은 우주 이야기로 또 한번 열광했다. NASA가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행성 가운데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인 ‘케플러-452b’를 발표한 것이다. 케플러-452계는 백조자리 방향으로 약 14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별이다. 케플러-452b는 이 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떨어진, 하지만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지는 않은 ‘골디락스’ 영역에서 발견됐다.

보통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낮은 행성들은 중심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가령 지구처럼 공전 주기가 1년인 별이라면 2~3년 동안은 관찰해야 행성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다. 이번에 발견한 케플러-452b는 주기가 1년으로 지구만큼 길다. 게다가 중심별인 케플러-452와 행성 케플러-452b는 크기까지 태양 및 지구와 유사하다. 지구보다 약간 큰 암석형 행성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 가운데 가장 유력한 ‘지구’다.

케플러-22b, 케플러-69c, 케플러-62f, 케플러-186f, 글리제-581d 등은 모두 제2의 지구 후보로 꼽히는 외계행성들이다. 이중에는 생명체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을 단서, 즉 물이나 대기가 있는 행성도 있다. 제2의 지구 후보는 최근에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4일에는 120광년 떨어진 HAT-P-11b라는 외계행성 대기에서 물 분자가 발견됐다. HAT-P-11b는 해왕성 크기 정도다. NASA 존 그런스펠드 과학임무담당 부국장은 “지금까지 물 분자가 발견된 행성 중 가장 크기가 작다”며 “케플러와 허블, 스피처 우주 망원경까지 모두 동원해 겨우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분광기 스펙트럼을 이용해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물 분자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지구의 운명이 궁금하다면….

태양의 나이는 40억~50억 년으로 사람으로 치면 ‘청년’에 해당된다. 이런 태양이 수명이 다해 폭발하면 과연 지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의문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탈리아 국립천문학연구소(INAF)팀이 태양계 밖에서 해답을 찾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구는 태양이 폭발한 이후에도 살아남긴 한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 지구에서 4570광년 떨어진 페가수스자리의 백색왜성 V391 Peg이다. 연구팀은 이 별이 거성 단계를 거쳐서 폭발을 막 마친 노년기의 태양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V391 Peg은 폭발 전에 비해 질량은 2분의 1이고, 온도는 15배 이상 뜨거워진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 사실을 바탕으로 V391 Peg 주변을 도는 행성들의 폭발 전 질량과 위치를 역으로 추적했다.

추적 결과 중심별에서 1.0AU 거리에 있던, 목성의 3.2배 무게의 행성 V391 Peg b는 폭발 이후 중심별로부터 거리가 1.7AU로 더 멀어졌다. 태양계로 치면 태양이 폭발한 이후에 지구의 위치가 현재보다 더 뒤로 밀려났다는 뜻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중심별이 폭발한 뒤 질량과 중력이 줄면서 1.0AU만큼 떨어져있던 V391 Peg b 행성이 더 멀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멀어졌다고 해서 생명체가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태양이 늙어서 폭발하기 전에 지금의 금성 궤도까지 매우 커질 것이고, 그때 지구에 도달하는 열은 어마어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결과는 2007년 네이처 9월 13일자에 실렸다. 한편 태양계의 ‘걸음마’ 시절을 보여주는 항성을 가진 외계행성계도 발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3월 27일에 발표한 외계행성계 HD 115600는 중심별 주변에 암석의 잔해로 이뤄진 밝은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46억 년 전 태양계 탄생 시에 형성된 거대한 고리(카이퍼 벨트 영역)와 매우 유사하다.
 

태양계는 one of them

외계행성계는 그동안 사람들이 ‘진리’라고 여겼던 태양계의 법칙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 태양계 내에서는 밀도가 큰 암석형 행성이 태양 근처에, 밀도가 낮은 가스형 행성은 태양에서 먼 곳에 있다. 하지만 외계행성계에서는 이런 순서가 뒤죽박죽이어서 목성형 행성처럼 덩치가 큰 가스형 행성이 모항성에 가장 근접해있는 경우도 많다. 중심별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공전하는 행성도 있고, 찌그러진 궤도로 중심별을 돌고 있는 행성도 많다(태양계 행성처럼 궤도가 원인 행성이 오히려 드문 편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에필로그에서 “우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종(種)으로서의 인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계행성 탐사는 어쩌면 다른 생명체를 찾는 목적보다 ‘우리가 누구인지’, ‘태양계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노력일지 모른다.


아마추어 외계행성 사냥꾼, 풍문여고 천체관측부

‘지구 밖 지구’, 내가 찾는다

“여기 좀 와봐. 내가 정확하게 찾았어!” “나도 볼래, 멋있다!” 곳곳에서 흥분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어둠이 짙게 깔린 8월 18일 저녁, 서울 풍문여고 옥상은 평소와 달리 시끌벅적했다. 14명 남짓 되는 천체관측반 학생들이 외계행성을 가진 특별한 별을 찾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다. 준비물은 소형망원경과 DSLR, 망원렌즈와 적도의. 학생들은 망원경을 능수능란하게 조립하더니 적도의를 맞춰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카메라가 흔들릴까 리모컨으로 조심스럽게 촬영하는 모습이 제법 전문가 느낌이 났다.

“외계행성을 가진 중심별을 관측하려면 별의 밝기와 주기가 관건입니다. 이 두 가지가 잘 맞으면 고가의 장비 없이도 외계행성의 중심별을 찾을 수 있죠.” 동아리를 담당하는 조용현 과학교사(위 사진에서 맨 왼쪽)는 학생들이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을 도우며 이 같이 설명했다.

외계행성은 그 자체만으로 빛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중심별인 항성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런 뒤 외계행성이 중심별인 항성 앞을 지나갈 때 항성의 밝기가 잠시 어두워지는 현상을 포착한다. 케플러 망원경은 이렇게 외계행성의 흔적을 포착하는 데 최적화된 장비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2000개 중 절반 이상을 케플러 망원경 혼자 찾았다.

아마추어 관측자들도 같은 원리를 이용하지만, 한계가 있다. 외계행성이 항성 앞을 지나가는 주기가 일주일 이상이면 분석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보통 한 주기를 10번 정도 촬영해야 한다). 또 지나치게 어두운 별은 소형망원경으로는 관측할 수 없다. 이런 별들을 제외하고 선별한 별이 여름철 밤하늘에 보이는 궁수자리의 HD 179949, 백조자리의 HD 185269 등이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스트라리움 강은 성도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돼, 항성의 위치를 자동으로 분석해주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망원경과 연동시키면 자동으로 외계행성 존재 가능성이 있는 항성을 따라 움직이며 촬영할 수 있다. 조용현 교사는 “행성의 빛 밝기가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요령, 주변 항성의 밝기를 이용해 천체 사진의 광도를 조정하는 요령 등이 필요하다”며 “이런 요령을 익힌다면 아마추어 천체관측가들이 관측해낸 외계행성이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행성 사냥법 TOP3 

시선 속도법(Radial Velocity)

케플러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 전까지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데 가장 많이 이용된 방법이다. 행성의 영향으로 항성의 중력 중심이 움직이는데, 그 중 앞뒤로 이동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앞뒤로 움직이는 속도 중에서 지구와 항성을 잇는 방향의 속도를 시선 속도라고 부른다). 빛은 도플러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것을 분광기로 분석하면 항성이 앞으로 가까워지는 것과 뒤로 멀어지는 것을 색으로 볼 수 있다.

횡단법(Transits)

외계행성의 절반 이상을 찾아낸 케플러우주망원경의 원리다. 외계행성이 우리 눈과 항성 사이를 지나갈 경우, 우리 눈에는 항성 표면에 검은 원반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항성의 밝기가 어두워지는 정도를 통해 행성의 존재 여부와 크기를 알 수 있다.

미시중력렌즈 효과(Microlensing)

두 항성이 일직선 위에 있을 때, 앞 항성의 중력장에 의해 뒤 항성의 빛이 휘어 전달되는 효과를 이용한다. 앞 항성에 외계행성이 있다면, 뒤 항성에서 오는 빛에 불규칙성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포착한다. 다른 방법들이 항성 근처에 있는 큰 가스형 외계행성을 찾는 데 유리한 반면, 중력렌즈 방법은 항성에서 공전 주기가 1년 정도 되는 멀고 작은 지구형 행성을 찾는 데 특화돼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칠레, 호주, 남아공 세 곳에 관측시스템(KMT Net)을 설치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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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2015 행성 오디세이
PART1. 태양계 행성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PART2. 탐사선 : 위대한 여정의 시작
BRIDGE. 우리를 부르는 이상한 외계행성들
PART3. 외계행성 탐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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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일러스트

    박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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