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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탐사선, 위대한 여정의 시작


탐사선은 전 우주에 퍼져있다. 몇몇은 보고 들은 것을 지구로 전송하느라 바쁘고, 몇몇은 수십억km 떨어진 목표행성을 향해 열심히 항해 중이다. 불의의 사고로 우주를 정처없이 떠돌게 된 안타까운 탐사선도 있지만 당당히 임무를 마치고 태양계 바깥까지 넘보고 있는 녀석도 있다.

인류의 탐사선 역사가 시작된 건 1957년. 당시 소련이 탐사선(과 유사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다. 이 사건은 이후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에 방아쇠를 당겼다. 1960년대 냉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두 나라는 달과 금성, 화성 등 지구 주변의 천체에 경쟁적으로 탐사선을 보냈다. 이때 유인 탐사선을 개발하던 기술들이 오늘날 모든 행성 탐사선 기술의 밑바탕이 됐다.

그로부터 50년, 오늘날의 탐사선 기술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과 인도우주개발기구(ISRO) 등 각국의 우주기술 전문기관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탐사선의 목적이 행성의 궤도에 진입해 행성을 ‘구경’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스피릿이나 큐리오시티 같은 탐사 로봇을 직접 행성에 착륙시켜 샘플을 채취하고 실험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탐사선이 행성과학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탐사선은 이제 다음 임무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태양계 밖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계 이웃 행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탐사선을 통해 인류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녀석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수성의 최악 조건을 극복한 메신저

수성은 탐사선으로 조사를 하기엔 최악의 조건이었다. 태양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온도가 너무 뜨겁고 태양 복사가 강해 탐사선이 파손되기 쉬운데다, 궤도에 진입하려다 자칫 태양의 중력장에 끌려갈 위험도 있었다. 자전속도가 너무 느려서 탐사선을 수성에 근접 통과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계속 같은 면만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수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수성의 대기와 표면 등을 조사하는 탐사선 매리너 10호를 1973년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렸다. 매리너 10호는 9100km를 날아 10년 만에 수성에 접근했다. 그리곤 금성의 중력장을 이용해 수성을 근접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수성 표면에 있는 여러 개의 크레이터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이 사진으로 수성의 나이와 구성 성분을 연구할 수 있었다.

수성 궤도에 탐사선이 정식으로 진입한 건 그로부터 35년 뒤로, NASA가 2004년 쏘아올린 메신저 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메신저는 6년 반 동안 우주를 날아 2011년 3월 수성 궤도에 진입했다. 메신저는 수명이 다하는 2015년 4월 30일까지 약 4년 동안 궤도를 돌면서 ‘전령’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특히 메신저는 수성의 극지방에 얼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해 수성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금성의 속살을 벗긴 레이더

금성은 구소련이 달 탐사 이후 가장 관심을 갖던 행성이었다. 하지만 평균 온도가 400℃가 넘고 대기압이 지구의 92배에 이르는 극한 환경 탓에 착륙하는 탐사선마다 1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고장이 났다. 소련은 수차례 실패를 반복한 끝에 1967년 6월 처음으로 베네라 4호를 금성의 대기층에 진입시켰다. 베네라 4호는 처음으로 금성의 관측자료를 지구로 전송했다. 과학자들은 금성 대기의 약 90%가 이산화탄소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소련은 그 이후에도 금성에 탐사선을 계속 보내 대기 성분과 환경을 분석했고 생물이 살기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한편 미국은 80년대 말 금성에 마젤란 탐사선을 보내 금성의 표면을 연구했다. 마젤란 탐사선에는 레이더 관측 장비인 합성개구레이더(SAR)가 실려 있어서 두꺼운 구름층으로 덮여 있는 금성의 표면도 촬영이 가능했다. 미국은 금성의 표면 99%를 지도로 완성시켰다.


달, 인류가 유일하게 밟은 우주 땅

달은 태양계 내에서 탐사선 조사가 가장 많이 이뤄진 천체다. 1959년 소련의 탐사선 루나 2호가 처음으로 달 표면 충돌에 성공해 표면의 대기를 연구하는 데 성공했다. 1969년 미국이 아폴로 계획으로 유인 달 착륙을 성공한 이후 한동안 잠잠했으나 1990년대 들어 일본, 중국, 인도 등 신흥 우주개발국가들의 탐사가 많아지면서 경쟁 열기가 다시 뜨거워졌다. 현재는 NASA의 달정찰 궤도탐사선(LRO)이 달의 궤도를 돌고 있다. 2018년에는 한국도 궤도선을 보내는 게 목표다.


화성은 유력한 식민지 후보 행성

화성은 지구 이외의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한다면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행성이다. 생존에 필수 요소인 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화성에는 궤도 위성, 탐사선, 로버 등 수십 개의 무인 탐사선이 갔다. 그중 1971년 미국의 매리너 9호가 최초로 화성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고, 1976년 미국의 바이킹 1호가 최초로 화성에 착륙해 6년 동안 임무를 했다. 현재도 미국, 러시아, 유럽 등 많은 나라가 탐사선을 보냈거나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혜성, 11년쯤 기다리는 것은 기본

2014년 8월 ESA의 혜성탐사선 ‘로제타(Rosetta)’가 목표했던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도착했다. 2004년 3월 남미 기아나(프랑스령)에서 발사된 지 11년만이다. 로제타는 11년간 65억km를 비행하며 혜성을 따라잡았고 혜성에 탐사로봇 ‘필레(Philae)’를 내려놓는 데도 성공했다. 필레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혜성은 최소 16개의 유기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호라이즌 호, 인류 최초로 명왕성을 보다

NASA의 무인 탐사선인 뉴호라이즌 호는 2006년 미국에서 발사돼 2007년 2월 목성에 230만km까지 근접했다. 뉴호라이즌 호는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높인 뒤 명왕성에 접근했다. 발사 9년째인 지난 7월 14일, 초속 13.78km의 속도로 명왕성을 접근 통과했다. 이때 명왕성과의 거리는 1만2500km였다. 뉴호라이즌 호는 2016년 1월까지 명왕성 탐사를 종료하고 2016년 11월까지 모든 자료를 전송할 예정이다. 만일 동력이 남아있다면 2016~2020년에는 카이퍼 벨트 천체들에 접근해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보이저 1, 2호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발사됐으며, 1979년 3월 목성을, 그리고 1980년 11월 토성을 접근 통과하면서 자료와 사진을 전송했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인간이 만든 탐사선 중에서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2004년 태양권덮개(94AU 지점, 1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 도달했으며, 2006년 8월 100AU 지점에 도달했다. 2015년 현재 지구에서 약 132AU(약 197억km) 거리를 비행하고 있다. 현재는 성간 공간 탐사임무를 하고있다. 보이저 2호 역시 1977년 발사돼 목성과 토성, 천왕성과 해왕성을 차례로 통과했다. 현재는 태양권의 가장 바깥자리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지구로부터 161억3840만km 거리에 있어 보이저 1호 다음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예상 수명(1997년)을 훨씬 넘겼으나 2030년까지는 지구와 통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연구, 주스!

ESA는 오는 2022년에 주스(JUICE)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주스 임무는 목성과 그 위성을 탐사하는 프로젝트로, 외계생명체를 찾는 것이 목적이다. 주스 탐사선은 2030년까지 목성에 도착해 거대한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로파와 가니 메데, 칼리스토 같은 주요 위성을 관측할 예정이다. NASA 역시 2020년 중반 유로파에 탐사선을 보내 바다의 형성 과정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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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2015 행성 오디세이
PART1. 태양계 행성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PART2. 탐사선 : 위대한 여정의 시작
BRIDGE. 우리를 부르는 이상한 외계행성들
PART3. 외계행성 탐사 전성시대

201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일러스트

    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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