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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청원고 창의력동아리(CSC, creative science club) 학생들이 설계한 ‘골드버그 장치’다. 골드버그 장치란 일종의 도미노로, 기계장치를 복잡하게 연결해 치약 짜기 같은 단순한 동작을 하게 만든다. 다양한 장치를 기발하게 연결하는 과학적 상상력이 중요하다. CSC 학생들은 지난해 ‘대한민국 학생창의력 챔피언대회’에 출전해 이 골드버그 장치를 선보였다. 창의력대회는 청소년들에게 과제를 주고 얼마나 창의적으로 해결하는지 심사하는 대회로, 매년 특허청이 주최한다.

학생들이 만들어낸 동작은 이렇다. 모터가 쇠구슬을 떨어뜨리면 우드락이 세워지면서 자동차를 민다. 자동차가 길을 통과하면 바닥 판이 세워지면서 연극 주제가 드러난다(학생들은 골드버그와 별도로 연극까지 공연한다). 동시에 또 다른 쇠구슬이 철제 틀을 따라 떨어져 추를 밀고, 추는 지렛대를 반대편으로 넘겨 연극 제목을 들어올린다. 마지막 쇠구슬은 투석기를 작동시켜 탁구공을 골대에 넣는다.

학생들은 2분이나 작동하는 복잡한 골드버그 장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백승원 학생(3학년)은 “다른 팀보다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 처음 쇠구슬이 또 다른 쇠구슬 3개를 동시에 움직이도록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모터와 쇠구슬, 추, 지렛대 등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계속 덧붙이다 보니 15단계까지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이승준 학생(3학년)은 “한 번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는 없다”며 “끊임없이 토론하고 하루 17시간 가까이 작업했기 때문에 이 장치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창의적인 생각도 노력해야 나온다는 말이다.





동아리 신입생도 학생이 직접 뽑는다
사실 비법도 있다. 동아리의 가장 큰 원칙은 ‘학생 중심’이다.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도 온전히 학생들 몫이다. 여기에 선생님은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장재원 학생(3학년)은 “신입생 선발 면접에서 ‘일주일에 7호선을 타는 승객 수는 몇 명일까’라는 질문에 ‘남성역에서는 여자만 탄다’ 같은 완전히 엉뚱한 추론을 한 친구도 있었다”며 “그런데 선배들은 독특하다며 뽑아줬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최태숙 선생님은 “어른들이 보기엔 엉뚱해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내용으로 자유롭게 토론해야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는 2007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CSC를 만든 이후 이어진 원칙이다. CSC는 그 해 대전에서 열린 창의력대회(Odyssey of the Mind)에 나가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 팀을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 첫 학생들은 이제 대학교 4학년이 됐다. 현재는 7기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선배들은 수시로 학교를 찾아 후배들을 격려한다. 한산울 학생(3학년)은 “선배들이 진로 상담과 멘토 역할도 해준다”고 말했다.

이런 원칙 덕분에 20여 명의 학생들은 각자 개성을 살릴 수 있다. 청원고에는 로봇, 과학, 생물, 수학 등을 다루는 동아리가 7개 있는데, CSC 학생들은 각자 관심 분야에 따라 자유롭게 다른 동아리와 연합한다. 생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생물동아리를 찾아 토론 하고 자료집을 발간한다. 작년부터는 다른 동아리와 연합해 매달 두 번 과천과학관의 과학융합체험학습(STEAM)에 참가했다.

그동안 학생들은 부쩍 성장했다. 최태숙 선생님은 “학생들 스스로 활동하다 보니 과학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직접 소통할 일이 많다”며 “어려움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격도 성장한다”고 말했다. 한산울 학생도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동아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학생들은 시종일관 밝고 의젓했다

201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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