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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수질측정시스템

강ㆍ호수ㆍ바다ㆍ오염의 감시자

자동수질측정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24시간 내내 전국의 수질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어떤 공장에서 폐수를 버렸는지를 즉각 탐지하는 것은 물론 식수원으로 안전한지를 계속 점검할 수 있다.

상상력과 게으름, 이 두 가지 원동력이 없었다면 인간은 아직까지 침팬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돌도끼를 들고 숨차게 맷돼지를 쫓아야만 했던 선사시대를 생각해 보라.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공상에 잠겨 있던 한 게으른 사냥꾼은 문득 영감을 얻어 나뭇가지로 활과 화살을 만들었을 것이다. 동료들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먹이를 쫓아가고 있을 때 그는 한가로이 화살 촉이나 다듬고 있었을 테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천하에 쓸모없는 게으름뱅이라고 손가락질했을 것이다.

하지만 날아가는 화살의 위력은 돌도끼 부대(?)를 머쓱하게 만들었을 게 틀림없다. 게으름이야말로 발명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이면서.

인간의 상상력은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려는 욕망과 결합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왔다. 돌도끼를 들고 뛰던 인간은 이제 신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인간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어져 버렸다. 어떤 꿈이든 현실로 변하는 것은 오직 시간문제가 돼 버린 것이다.

연구실에서 먼 곳의 수질현황을 한눈에 파악

자동수질연속측정시스템도 30년 전에는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청사진을 그려놓았던 물건이었다. 강과 호수의 수질을 현장에서 자동으로 분석해서 그 자료를 계속 연구실로 전송해 주는 무인 자동기계. 이런 발상은 현장에 나가서 힘들게 시료를 채취할 필요없이 연구실에 앉아서 수질 측정자료를 편하게 받아볼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전국의 강과 호수의 곳곳에 이런 자동수질 측정장치를 설치해 놓는다면 24시간 내내 전국의 수질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공장에서 몰래 폐수를 버렸는지를 즉각 탐지하는 것은 물론 식수원이 안전한지를 계속 점검할 수도 있을 테니 이런 수질측정망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설레는 것이었다.

더구나 수질을 측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은 크나큰 매력이었다. 예로부터 하천이나 호수의 수질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노동은 필수적인 요소가 돼왔다. 시료를 채취하려면 선박을 이용하거나 물가에 접근해야 하므로 시료 채취장비와 병들을 둘러메고 현장으로 떠나야만 한다.

pH나 용존산소와 같은 간단한 실험은 현장에서 측정기를 이용해 금세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수질 측정항목들은 채취된 시료를 실험실로 옮긴 후 복잡한 분석을 거쳐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채취된 시료가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정시약을 넣거나 냉장 또는 냉동보관을 해야 한다. 조사팀은 여러 개의 아이스박스와 드라이아이스, 얼음 등을 지참해야 하므로 흡사 타잔 영화에서 짐꾸러미를 메고 밀림 속을 진군하는 고고학자들을 연상하게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장으로 떠날 때보다는 돌아올 때 더 짐이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물로 가득찬 무거운 짐꾸러미를 들고 실험실로 되돌아 와야하기 때문이다.

자동수질측정체제의 가장 큰 장점은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현장의 상태를 원격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수질 상태를 시간의 차가 없이 거의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을 실시간(real - time)측정이라고 부른다. 기존의 방법대로라면 현장에서 채취돼 실험실로 옮겨진 시료는 각 항목별로 분석돼 몇 ppm이라는 수치 자료로 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또한 분석된 수질의 결과는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어떤 한 지점에서 채취된 물에 대한자료일 뿐이다. 물은 항시 움직이고 있고 수질은 물리 화학 생물학적 과정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같은 지점에서 10분 전에 채취한 물도 지금과 똑같지 않으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자동수질측정시스템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분석된 자료가 즉시 송신되므로 먼 곳에서도 현장의 수질을 거의 동시에 파악하게 해준다. 게다가 고장없이 정상가동만 된다면 24시간 내내 계속적인 측정이 가능하므로 막대한 현장자료를 축적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동수질측정체제의 분석장비(사진)에서 나오는 계산된 결과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돼 중앙통제소로 송신된다.
 

선진국은 70년대 초부터 무인측정소 운용

그러나 이런 핑크빛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수은 pH 용존산소 전기전도도 탁도 암모니아 등은 측정 센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센서로서 측정되지 않는 많은 항목들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분석하는 복잡한 실험과정을 그대로 자동화해야만 했다.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총유기탄소 총질소 총인 등 각종 수질항목들을 습식으로 자동분석하는 장치들은 자연히 덩치가 커질 수 밖에 없었고, 중금속과 유기독성물질 등 일부 수질항목들은 아예 그런 무인 자동분석장치를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극히 어려웠다. 더구나 이러한 분석기계들을 현장에 설치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여러가지 분석장치들을 설치하려면 강가나 호수 위에 면적이 적어도 20평 이상인 무인관측소를 건축해야만 하는데,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다. 또한 중앙 통제소에서 관측소를 자동으로 원격 제어하거나 분석된 결과를 유무선을 통해 수신하는 데 필요한 주변 기술도 개발해야만 했다.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각국에서는 70년대 초부터 각종 센서와 자동분석기를 갖춘 무인 측정소들을 강과 호수에서 시범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함으로써 꿈의 현실화 작업에 과감히 도전했다. 또한 간단한 센서가 달린 수질측정장치들을 부이(buoy:浮標)에 부착해 호수 위에 띄워 놓고 무선으로 측정자료를 수신하는 시스템도 시험했다.

이들 중에는 표층뿐만 아니라 수심별로 수질을 측정할 수 있는 수중 측정장치들을 부착하고 2주 이상 배터리로 움직이면서 자료를 송신하거나 시료를 채취해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특히 일본의 아이치(愛知)현에서는 기소(木會) 강에 무인 측정소를 만들어 1970년 5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22곳의 현장 수질 측정소와 74곳의 폐수배출구에서 실제로 수질감시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자동 수질 측정소는 1-2주에 한번 정도 관리자가 시약보충과 점검을 해주면 될 정도로 완전 자동화돼 있으며 90% 이상의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아이치현의 현장 무인 측정소 안에는 수은 pH 용존산소 전기 전도도 탁도 엽록소-a COD 염소 시안 용존 유기물 총인 총질소 등을 측정하는 장비가 설치돼 있고, 기상 측정 장비와 수문 측정장비, 각종 시약을 보관하는 냉장고, 증류수저장장치 수중펌프와 채수관의 자동 세척을 위한 공기 컴프레서 등이 구비돼 있다.

또한 분석자료의 계산과 표준화 송신을 위한 전화선이 연결돼 있으며, 각종 전기시설과 발전기, 에어컨까지 갖추고 있다. 분석장비에서 나오는 계산된 결과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 돼 중앙 통제소로 송신되는데, 여러 곳의 자료는 컴퓨터에 저장되고 동시에 컴퓨터에 그래픽으로 나타난다.

현재까지 개발돼 온 자동수질측정시스템의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시료채취장치와 자동분석장비 자료획득장비 자동계측전송장치(telemetry package) 자료수신장치 중앙통제소 자료관리 및 정보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별된다. 시료 채취장치에는 연속가동 채수를 위한 펌프와 탱크, 부착생물 제거시스템, 필터 등이 설치돼 있다.

자동수질측정시스템은 중앙 감시체제를 통해 자동으로 가동되며 자동계측 전송장치를 이용해 자료가 저장 처리 관리될 뿐만 아니라 자료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실측된 수질 자료를 처리해 다양한사용자가 컴퓨터를 통해 이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텔레메트리(자동계측전송장치)란 측정된 자료를 송수신하고 처리하는 장치를 말하는데, 데이터로거와 모뎀 컴퓨터 출력장치 내장소프트웨어 등을 통칭한다. 무인 측정소에는 스테이션자동 감시 장비가 정착돼 있어서 수질기기의 가동 상태를 감시하며 잘못된 자료를 선별해 제거하기도 한다.
 

수질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성
 

아직도 많은 노력과 기술개발 필요

80년대 이후 자동차제어 기술과 정보 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무인측정소의 관리와 자료의 송수신 체제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거의 해결됐으나, 아직도 측정을 담당하는 센서나 자동분석기쪽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센서의 경우 미생물이나 조류 등이 부착해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게 되는데, 정확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착물들을 주기적으로 제거해야만 한다.

최근에는 센서에 물이나 공기를 분사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부착생물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더구나 아직도 일부 수질 항목들은 완전 자동화해 장기간 가동할 수 있는 기술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폴라로그래피를 이용한 중금속 자동 측정장비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고 머지 않아 적어도 1—2주 정도를 사람의 보살핌 없이 분석할 수 있는 다른 장비들이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수질 자동측정장치에는 '아직도 개발중(?)'이라는 팻말이 달려 있는 셈이다. 우리가 꿈꾸었던 청사진 속의 수질 측정망이 탄생하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과 기술개발이 필요한 상태다.

미국과 일본은 바다에도 응용

최근 자동수질모니터링 기술은 강이나 호수에 그치지 않고 바다에서도 여러 분야에 응용되고 있는데,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심해의 연속 관측에 이용되거나 선박에 자동분석장치를 장착해 운항하면서 수질을 연속 측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1988년 미국 바텔 해양연구소는 환경청과 공동으로 선박 탑재 연속측정 장치의 시제품을 제작해 해양오염 조사에 사용했다. 일본 국립환경연구소도 부산-고베 간을 왕복하는 정기 여객선 '단노'호에 선박탑재 연속수질측정장비를 장치해 1991년부터 1993년 봄까지 일본내만(內灣)과 대한해협을 1주일에 2회씩 왕복으로 조사한바 있다.

자동수질측정기술은 앞으로 강과 호수와 바다에서 환경 감시자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동수질측정 장치들이 전국의 강과 저수지에 설치돼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수질자료를 전송해 오게 될 머지않은 장래에는 썩은 양심을 가진 어떤 사람도 감히 시커먼 폐수를 하수구로 마구 흘려 보내지 못할 것이다.
 

시료 채취장치에는 연속가동 채수를 위한 펌프와 탱크, 부착생물 제거시스템, 필터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은 일본 비와(琵琶)호에 설치된 수질자동측정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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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성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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