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봇공학자들이 걸음마다 지면의 모양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래사장에서도 빠르게 달리는 4족 보행로봇을 개발했다.
황보제민 KA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변형이 심한 지형에서도 고속 보행할 수 있는 4족 로보 제어기술을 개발했다고 ‘사이언스 로보틱스’ 1월 25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robotics.ade2256
딱딱한 아스팔트 도로보다 모래 위를 뛰는 것은 더 힘들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때 움푹 들어갈 모래의 깊이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접 발을 모래 속으로 디뎌야 얼마만큼의 힘으로 지면을 박차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로봇 공학자들은 강화학습을 적용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 강화학습은 임의의 상황에서 여러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사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학습 방법이다. 다만 학습한 시뮬레이션 환경과 실제 마주한 환경이 다른 경우 성능이 저조하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황보 교수팀은 사전 학습 단계에서부터 모래사장, 잔디밭, 육상 경기장, 에어 매트리스 등 다양한 지반 환경을 학습시켰다. 로봇이 구동 현장에서 발을 디뎠을 때 얻은 데이터로 현재의 지반이 어떤 환경인지 구분하고 그에 가장 적합한 움직임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로봇이 지반으로부터 받는 힘의 방향과 정도를 예측하는 데는 ‘입상 원뿔 모델’과 ‘쿨롱 마찰 모델’이 쓰였다. 입상 원뿔 모델은 수직방향의 접촉 부분을 통해 힘의 작용을 계산하고, 쿨롱 마찰 모델은 수평 방향으로 작용하는 마찰력을 계산한다.
이 기술을 적용한 4족 보행로봇 ‘라이보(RaiBo)’는 모래사장에서 초당 3.03m의 속도로 달렸다. 또 에어 매트리스 위에서는 초당 약 90º를 회전해 여러 지형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논문의 1저자인 최수영 KA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실제 변형하는 지반과 가까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로봇이 변형이 많은 지형에서 움직이는 데 필수적임을 보였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