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3 더위가 사람 잡는다

국민 건강 좌우하는 기후변화

 

기후변화는 태풍과 같은 기상재해를 가져와 재산상 피해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건강 피해까지 입히게 된다.


지구의 기온은 과거 1백년 간 0.6℃ 정도 증가했다. 이런 식으로 증가한다면 2100년에는 1990년도에 비해 1.4-5.8℃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만년 동안의 기후 변화보다도 더 큰 것이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지구 곳곳에서는 여름철의 극심한 무더위, 홍수나 가뭄 등 강수량의 변화, 해수면 상승, 자연재해의 증가와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백년간 기온이 지구의 평균변화보다 많은 약 1.5℃가 증가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건강피해가 여러 형태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환경부의 의뢰에 따라 조사한 결과는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열에 약한 효소
 

말라리아나 세균성 이질처럼 기후변화와 관련성이 높은 전염병들이 최근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전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먼저 기온상승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우리 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위환경과 계속적인 열교환을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몸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특성에 맞게 적응한다. 더운 지역의 사람들은 좀더 높은 온도에 잘 적응하기 마련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고온에 노출될 경우에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장기간 고온에 노출돼 체온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열에 약한 단백질로 만들어진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세포막이 파괴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흔한 질병은 일사병이다. 그밖에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 호흡기 질환, 사고, 경련 등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한다.

1991-2000년 서울과 대구 지역의 기온과 사망자와의 관계 자료에서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대개 30℃ 이상이 되면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대구 지역에서는 서울보다 좀더 높은 온도일 때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 이는 대구 시민들이 고온에 어느 정도 적응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쨌건 이 자료는 수만명의 사망자를 낸 올여름 유럽의 무더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면 대규모 사망자가 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는 기상재해를 가져온다. 재해가 발생하면 상수도나 기타 위생시설이 파괴되면서 특정 전염성 질병이 유행한다. 또한 재해로 인해 재산손실, 가족과의 사별, 그리고 지역사회의 붕괴로 인한 충격 때문에 정신건강상의 문제까지 발생한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재해발생시 나타나는 사망과 상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 따르면 1972-1996년 사이에 자연재해로 인해 세계적으로 연평균 약 12만3천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1-2000년에 1백95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고 연평균 1백54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최근 자연재해에 대한 예보와 대책시스템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망자와 이재민의 수는 증가추세다. 기후변화가 재해의 강도, 빈도, 지속기간에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우선 피해규모가 가장 컸던 20대 중요 자연재해의 절반 정도가 1990년대 이후 발생했다. 지난해의 루사나 올해의 매미와 같이 총 강수량이나 최대풍속과 같은 기록을 갱신하는 현상이 해마다 계속되는 것을 봐도 재해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재해의 평균 지속기간 역시 늘어났다. 1990년대 초반에는 평균 2.5일이었으나 1996년 이후에는 평균 4.2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런 변화가 재해로 인한 피해를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척도, 모기

기후변화로 인해 늘어나는 오염물질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현상은 기온상승으로 인한 대도시 오존 농도의 증가다.

기온이 높아지면 자연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물질과 질소산화물의 양이 증가하고 이들의 광화학적 반응을 촉진한다. 그 결과 차량과 같은 오염원의 증가뿐 아니라 기온상승으로 인해서도 오존농도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의 대기오염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1일 최고기온의 상승이 오존농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더위가 가장 극심했던 1994년 7월 22일-7월 29일의 서울시 오존 농도는 예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배정도 높았다. 올여름 유난히 더웠던 유럽의 경우 역시 오존농도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온이 상승하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물들의 개화기가 빨라지며 성장속도도 증가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도시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수목류, 잡초류의 꽃가루와 곰팡이 등의 발생빈도 역시 연도별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 천식환자들의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밖에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황산염, 질산염도 기온상승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기, 진드기, 벼룩과 같은 곤충이나 쥐, 토끼 등의 설치류와 같이 병원균을 잘 옮기는 생물들은 기후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 가운데 모기가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온도가 5℃ 증가하면 모기가 알에서 번데기를 거치는 기간이 6일 줄어든다. 최근 기온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일본뇌염을 일으키는 작은빨간집모기의 국내 출현시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개체수 역시 증가추세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말라리아와 같이 온대지역에서는 흔하지 않던 질병이 갑자기 증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말라리아 병원균을 매개하는 모기의 경우 활동을 위한 최저 기온은 약 8-10℃이다. 열대지역에서는 워낙 기온이 높아 약간의 기온상승이 있어도 모기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온대지역에서는 약간의 기온상승으로도 이보다 낮은 기온에서는 움추리고 있던 말라리아모기가 활동할 수 있는 기온에 접어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말라리아모기의 개체수가 크게 증가하거나 활동시기가 훨씬 길어질 수 있다.

국가차원의 연구 절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말라리아 발병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선포된 곳에서는 모기가 많이 서식하는 축사 등을 중점적으로 방역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래 대부분의 전염병이 감소되는 추세였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위생상태가 양호해지고 보건의료 서비스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후변화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질병들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말라리아나 세균성 이질과 같이 1980년대까지는 크게 감소하던 질병들까지 다시 급증하고 있다. 반면에 기후변화와의 관련성이 낮거나 아직 관련성이 연구되지 않은 많은 법정 전염병들은 유행성 이하선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소추세다.

이처럼 유독 기후변화에 민감한 질병들이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이레적인 현상이다. 아직 이러한 변화를 기후변화 때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기후변화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연구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후변화를 국제적인 환경규제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로 이해하고 적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2003년 한국의 쿨한 과학상품
1 명태 줄어들고 해파리 난무
2 동백 고향을 떠나다
3 더위가 사람 잡는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장재연 교수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의학
  • 기상학·대기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