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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빛이 있으라! 결정적 순간 5

2전시실




시각은 오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또 시각은 렌즈나 거울, 프리즘 같은 도구를 써서 왜곡시킬수 있고 신기루나 무지개처럼 자연적인 왜곡 현상도 존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눈으로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 빛과 시각은 어떤 관계인가 하는 질문이 고대부터 제기돼 왔다.


1000년 전 이슬람의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Ibn Al Hytham, 965~1040)이 연구했던 문제도 빛과 시각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알 하이삼이 연구를 시작할 당시, 눈으로 물체를 볼 때 눈과 물체 사이에서 빛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해서 서로 상반된 두 이론이 경쟁하고 있었다. 그중 방출 이론은 우리가 물체를 볼 때 눈에서부터 광선이 나아가 물체를 감지한다는 이론이었다. 반대로 흡수 이론은 물체에서 나온 물리적인 무언가가 눈에 닿아서 물체를 인지하게 되는 것이라는 이론이었다.
 
알 하이삼은 1011년부터 1021년까지 10년 동안 저술한 일곱 권짜리 ‘광학의 책’에서 방출 이론과 흡수 이론 모두를 뛰어넘는 종합적인 시각 이론을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빛을 받은 물체는 그 물체의 각 점에서 빛과 색을 직선으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알 하이삼의 시각 이론은 물체에서 광선이 나온다는 점에서 흡수 이론을 닮았지만, 빛이 직진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방출 이론을 주장한 수학자 유클리드의 방법을 따르고 있었다. 알 하이삼은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렌의 연구를 참고해 눈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까지 했다.
 
‘광학의 책’은 대략 12세기 말쯤 라틴어로 번역돼 지식에 목말라 있던 유럽에 소개됐다. 유럽 지식인들은 열광했다. 로저 베이컨, 갈릴레오, 데카르트, 케플러 등이 ‘광학의 책’을 읽고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서유럽 사회에서 새로운 광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케플러, 데카르트가 한 시각에 대한 연구나 케플러, 데카르트, 갈릴레오가 한 망원경 연구는 모두 알 하이삼의 ‘광학의 책’이 자양분이 됐던 것이다.

‘빛은 월수금은 입자, 화목토는 파동’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빛의 본성이 입자인가 파동인가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혔던 문제였다. 뉴턴 이후 많은 과학자들은 입자론 쪽으로 기울어 있었지만 프랑스의 과학자 프레넬은 달랐다.
 
프레넬은 자연의 단순성과 통일성이라는 면에서 빛의 파동론이 입자론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프레넬에게 빛의 파동론을 연구할 계기를 제공했던 것은 엉뚱하게도 나폴레옹이었다. 1814년 엘바섬에 유배돼 있던 나폴레옹이 탈출해 파리로 복귀하자, 왕정을 지지했던 프레넬은 공병대의 일자리를 잃고 경찰의 감시 아래 놓이게 됐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프레넬은 간만에 주어진 여유 시간을 오랫동안 관심을 갖던 빛의 파동론 연구에 쏟아 부었다.

프레넬은 빛의 회절 현상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실험을 통해 회절을 일으키는 물체의 한 모서리에 검정색 종이 조각을 붙이면 물체의 그림자 안에 있던 밝은 띠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근거로 프레넬은 밝은 띠가 물체의 양 모서리에서 회절된 빛의 파동이 만나 간섭을 일으킨 결과라고 생각했다. 1815년 프레넬은 빛의 파동론을 지지하는 이 현상을 첫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의 파동론이 프랑스 과학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819년 프랑스 학사원의 논문상을 통해서였다. 그해 논문상의 주제가 빛의 회절이였다. 프레넬은 논문 공모에 빛의 파동론을 입증하는 논문을 제출했다. 그는 실험을 바탕으로 이끌어낸 명료한 수학 공식과, 이를 발전시킨 물리적 모델로 심사 위원들의 흥미를 끌었다. 그중에는 대표적인 입자론자인 푸아송도 있었다. 그는 프레넬의 논문에 매료됐으면서도 파동론을 지지하는 물리적 결론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기 못했다. 프레넬의 이론을 면밀하게 살펴보던 푸아송은 결국 반론을 제기했다. 만약 프레넬의 이론이 맞다면 원판 장애물의 뒤에 생기는 그림자에도 가운데에 밝은 점이 나타나야 하는데 실제로 이런 현상은 관측된 적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아라고의 권유로 실제 실험이 이뤄졌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원판 그림자의 가운데에는 푸아송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밝은 점이 나타났다. 파동론의 극적인 승리였던 것이다.
 
프레넬은 빛의 본성에 대한 논쟁이 파동론으로 기울어지는 데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다. 회절을 비롯해 복굴절, 편광 등 빛의 파동적 특성에 대해 실험과 뛰어난 수학적 분석을 함으로써 그는 맥스웰이 빛의 전자기 이론을 도출하는 데 든든한 밑바탕을 제공했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영국의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 작용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매질에 의해 매개된다는 가정 하에 전자기장 이론을 완성했다. 이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 오늘날의 ‘맥스웰 방정식’이다.
 
그런데 그의 방정식은 그동안 실험을 통해 입증된 전류와 자기장 사이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지금까지 전혀 관측된 적이 없던 전기장과 자기장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었다. 그가 도출한 파동방정식에 따르면 도선이 없는 공간에서도 전기장과 자기장이 끊임없이 상호 유도작용을 하면서 파동이 전파될 수 있었다. 또한 그 파동의 이론적 속도가 빛의 속도를 관측한 값과 매우 정확히 일치했다. 이를 통해 맥스웰은 빛과 전자기가 같은 작용이며, 빛이 전자기법칙을 따라 장을 통해 전파되는 파동, 즉 전자기파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로부터 20년 뒤, 1887년 독일의 하인리히 헤르츠는 전자기파를 발생시키고 검출해 전자기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다는 것을 측정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맥스웰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그리고 몇 년 뒤 이탈리아의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헤르츠의 장치를 개량해서 전선 없이도 멀리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무선 전신을 만들어냈다. 무선 송신 장치와 수신 장치 사이의 상호 작용은 바로 전자기파, 즉 빛에 의해 매개된 것이었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0년이 되던 해에 그는 속도가 일정한 관성계에서만 적용되던 특수상대성이론을 속도가 일정치 않은 비관성계에까지 확장시켰다.
 
중력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제기했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연구는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과 고전역학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려던 특수상대성이론으로부터 시작됐다. 아인슈타인은 코일과 자석을 움직여 코일에 유도 전류를 흐르게 하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두 이론 사이의 모순을 드러냈다. 고전역학적 해석에 따르면 코일을 자석 가까이 가져갔을 때 코일에 전류가 흐르는 것은, 자석을 코일 가까이 가져갔을때 코일에 전류가 흐르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맥스웰의 전자기학에서는 두 현상은 존재론적으로 달랐다. 코일에 자석이 다가갈 때는 자기장의 변화가 전기장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도선에 전류가 흐른다. 반면, 자석에 코일이 다가갈 때는 자기장은 고정 돼 있고 도선이 이동함으로써 그 안의 전하가 로렌츠 힘을 받아 움직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국 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결과는 똑같지만, 코일에 자석이 다가갈 때는 전기장이 발생하고 자석에 코일이 다가갈 때는 전기장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밝힌 건 두 현상을 물리적으로 같은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수학적 변환식, 즉 로렌츠 변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빛에 대해 매우 중요한 제안을 했다. 바로 빛의 속도가 어떤 관성계에서나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훗날 모든 빛 기술의 기본이 되는 광속 불변의 원리를 대담하게 전제함으로써 그는 고전역학과 전자기학을 화해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2015년을 빛의 해로 기념하게 하는 데 일조한 마지막 인물은 ‘광섬유의 아버지’ 찰스 카오다. 카오는 광섬유를 이용한, 빛의 전파와 관련한 획기적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카오의 광섬유 연구는 그 시작이 19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부터 영국의 표준원거리통신연구소에서 일하던 카오는 마이크로파와 빛의 전파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빛을 통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송 과정에서 손실이 워낙 커서 20m 정도만 가도 신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카오 또한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당시 개발 초기였던 레이저에 기대를 걸었다.
 
빛으로 통신이 가능하려면 빛이 장거리를 이동할때에도 신호가 크게 줄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빛의 산란은 빛 자체의 특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카오는 빛을 손실없이 전송하는 섬유를 찾는 것이 문제를 푸는 핵심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수많은 섬유와 유리 물질을 시험했다.
 
몇 년간의 실험 결과 그는 섬유에 포함된 불순물들이 빛 신호의 손실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를 통해 순도가 높은 이산화규소 유리로 섬유를 만들면 빛 손실이 적어서 100km가 넘는 장거리까지 빛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의 연구는 이후 광섬유의 개발을 가속화시켰다. 카오의 노벨상 강연 제목 ‘수 세기 전 과거로부터 온 모래, 미래의 목소리를 빠르게 전송한다(Sand from Centuries Past: Send Future Voices Fast)’처럼, 모래의 주성분인 이산화규소로 전세계를 연결하는 광섬유의 시대를 연 것이다.

광섬유를 개발하고 몇 년 뒤, 미국에서 일하고 있던 카오에게 두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하나는 카오가 사악한 요정(지니)을 병에서 꺼냈다며 그를 위협하는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멀리 있는 부인에게 점심을 가져다 달라고 메시지를 보낼 방법이 없는지를 묻는 중국 농부의 편지였다. 하이삼, 프레넬, 맥스웰, 아인슈타인, 카오를 비롯해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의 연구 덕에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빛 기술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 정보를 구별해 내야 하는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빛 기술이 병을 빠져나온 사악한 요정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빛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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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두 번의 암흑기와 세번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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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민아 한양대 강사(과학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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