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생활화는 인쇄문화에까지 커다란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전자출판이 실용단계에 이르면 책 신문 사전은 어떻게 변화될까.
자동차 부품상을 경영하는 J씨는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세면을 마친후 컴퓨터앞에 앉는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이불속에서 신문을 뒤적이던 때와는 달리, 간단한 키보드 조작으로 신문종류를 선택한 후 그 시각까지 일어난 대강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기사를 컴퓨터 모니터상에서 섭렵한다.
경제기사 중 '다음달부터는 모든 자동차에 배기가스 정화장치 부착을 의무화한다'는 기사를 발견하고 이를 프린트해 정독한다. 또한 이것은 앞으로도 자신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기사이므로 자신의 영업 디스켓에 저장해놓고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이는 전자신문이 보편화되었을 때를 가상해본 단편적인 모습이다. 컴퓨터의 생활화는 우리가 이제까지 익숙해져 있던 인쇄문화에까지 커다란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전자출판이 실용단계에 이르른 것이다.
컴퓨터가 출판업무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원고작성에서부터 인쇄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미래의 출판물은 어떠한 형태를 하고 있을까. 컴퓨터는 이 분야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디스켓만이 진열된 서점
현재 우리가 책이라고 하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종이에 인쇄된 책이다. 하지만 미래의 책은 종이에 인쇄된 형태가 아니고 디스켓 형태가 될 것이다. 서점에 가서 표지가 멋있게 인쇄되고 제본이 잘된 소설책을 사오는 것이 아니라, 얇고 조그마한 5인치 플로피디스켓 한장을 사는 것이다. 책을 읽는 방법도 한장한장씩 넘겨가며 보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에 디스켓을 넣고 모니터 화면에서 내용을 읽는 것이다.
미래의 책중에서 가장 편리한 것은 역시 사전일 것이다. 10권이 넘는 백과사전을 한장이나 두장의 디스켓으로 만들수 있으니까. 십만원이 넘는 백과사전 한질(10권)을 사는대신, 5천원으로 백과사전 디스켓을 사면 되는 것이다.
서점의 구조도 현재의 책 진열 위주로 된 상태에서 디스켓 진열 위주로 바뀌어, 종이에 인쇄된 책들은 한구석으로 밀려날 신세가 되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미래의 신문 역시 종이에 인쇄된 신문이 아니고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신문이 될 것이다. 신문사에서 기사를 컴퓨터에 입력시켜 놓으면 독자는 자기집에서 독자의 컴퓨터 화면으로 신문기사를 읽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기사가 프린터로 인쇄하여 볼 수도 있고, 나중에 또 보아야할 내용이라면 독자 자신의 디스켓에 저장하여 놓을 수도 있다. 아무때나 독자가 필요한 시간에 모니터로 기사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히 신문의 종류도 조간신문이냐 석간신문이냐가 없어지고, 신문 배달원도 필요없게 될 것이다.
미래의 편집과정
저자가 원고를 원고지에 써오면 출판사의 편집부에서는 이 원고를 교정보아서 원고지에 내용을 추가 또는 삭제를 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편집방식이었다. 만일 추가할 내용이 많으면 원고의 해당부분을 다시 써넣거나,별도의 원고지에 써서 풀로 붙여햐 하고, 그러면 그부분 뒤의 원고 내용이 전부 뒤로 밀려나므로 페이지매기기 작업을 다시하여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미래의 편집 형태는 원고부터 다르다. 저자가 원고지에 원고를 쓰는 것이 아니고 퍼스널컴퓨터나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여 원고를 작성하므로, 디스켓에다 원고 내용을 기록하게 된다. 그러므로 원고지대신 저자의 디스켓이 출판사로 오는 것이다.
출판사에서는 이 디스켓을 컴퓨터에 넣고 편집을 한다. 컴퓨터를 이용한 편집에서는 원고의 수정, 삽입, 삭제, 두개 원고의 합치기, 원고의 어느 한부분을 통째로 다른 위치로 옮기기 등이 아주 간단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 기능인 것이다. 물론 맞춤법 교정도 컴퓨터가 해준다.
출판사에서 편집이 끝난 원고는 조판소로 넘겨져 인쇄할 판을 만들게 된다. 인쇄소에서 납활자를 사용하던 방식에서 아연판을 사용한 옵셋 방식으로 바뀌어지면서 조판방식도 사진식자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현 실정이다. 지금도 사진식자 조판 방식에 컴퓨터가 이용되고는 있지만, 미래에는 완전히 자동 조판, 자동 인쇄가 컴퓨터에 의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제작 방법의 변화는 통신 수단의 발달(컴퓨터화)에 영향을 받는다. 원고지를 들고 다니던 시대에서, 디스켓을 들고 다니는 시대로 바뀌다가 드디어는 디스켓도 안들고 다니고, 저자가 집에 앉아서 전화로 원고를 출판사로 보낼수 있게 된다. 모뎀이라는 기계를 저자의 컴퓨터에 장치하고 출판사의 전화번호를 돌리면 출판사의 컴퓨터가 저자의 원고 디스켓을 읽어서 출판사의 디스켓으로 원고 내용을 복사하여 놓는다.
이상과 같은 출판행위의 변화를 요약하면 (표1)과 같다.
1,2차적 변화는 이미 몇나라에서는 실용화되어 있다. 필자가 금년 5월에 방문한 영국의 한 출판사(Associated Book Publishers Ltd.)에서는 영국의 런던에서 자기네 출판사의 컴퓨터를 사용하여 원고를 작성하고, 미국의 대형컴퓨터에서 편집작업과 조판작업을 하여 인쇄원판을 미국에서 작성한 다음, 이 인쇄원판을 런던으로 가져와 런던에서 책을 인쇄한 경우가 있었다. 런던의 컴퓨터로 작성한 원고는 통신위성을 이용하여 미국의 대형컴퓨터로 송신되었고, 미국의 대형컴퓨터에서 조판된 내용은 다시 통신을 통하여 런던의 출판사에서 수신하여, 프린터로 그 내용을 프린트하고 교정작업을 하였던 것이다.
PC를 이용한 데스크톱 출판
이제까지 살펴본 미래의 출판은 대규모 출판사의 경우였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출판행위(CAP)는 개인이나 소규모의 출판분야에도 굉장한 발달을 가져왔다. 퍼스널컴퓨터를 이용하여 원고 작성부터 인쇄작업까지 또는 편집작업부터 인쇄작업까지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이 퍼스널컴퓨터를 이용하여 인쇄까지 완료하는 방식을 데스크톱 출판(Deck Top Publishing)이라 한다. 데스크톱 출판이란 데스크톱의 의미대로 책상위의 퍼스널컴퓨터로서 원하는 책을 출판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생긴 명칭이다.
데스크톱 출판에서 원고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법은 키보드로 일일이 쳐넣는 방법도 있지만, 원고용지의 글자나 도표를 스캐너(Scanner)를 이용하여 입력시킬수도 있고, 사진이나 그림도 컴퓨터에 입력이 가능하다. 입력된 내용은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원하는대로 재배치(Lay-out)할 수 있으며, 필요한 부수만큼 책을 인쇄할수 있다. 인쇄하는 속도는 프린터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요즈음은 소형 레이저프린터가 개발되어 3백페이지 분량의 소설책 한권을 만드는데 몇분밖에 걸리지않는다.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출판
컴퓨터가 개발된 후부터는 모든 업무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 유행처럼되었다. 컴퓨터에 의한 디자인하면 CAD Computer Aided Design),컴퓨터에 의한 출판하면 CAP(Computer Aided Pu-blishing)와같이 앞에 CA만붙이면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진다.
출판 문화에서도 새로운 용어가 생겨났는데 그것이 바로 '전자출판'이다. 활자매체가 아닌 새로운 매체(New Media)인 전자매체를 이용한 출판이 전자출판이라고 짐작은 되지만 정확한 정의가 아직 없는 상태이므로 금년에 필자가 시찰한 유럽의 출판계와 일본의 출판계를 참고로하여 정의를 내려보려고 한다.
전자출판은 다음과 같이 4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퍼스널컴퓨터를 이용하여 문자 사진 도표 등을 입력시키고 편집작업과 지면배치작업을 처리하며 인쇄원판(인화지나 필름)까지 제작하는 것이고, 둘째는 출판물제작에 있어서 편집과정을 표준화시키고 전산화하여 출판사와 인쇄회사를 통신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세째는 새로운 전자매체를 이용하여 문자 형상 음성 등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네번째는 출판물 제작하는데 컴퓨터나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여 개발된 매체를 이용하여 출판하는 것이다.
첫번째 경우는 데스크톱 출판이나, 출판사에서 전산사진식자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고, 두번째의 경우는 출판업무를 전산화시킴은 물론이고 편집이 완료되고 조판이 끝나면 출판사의 컴퓨터와 인쇄회사의 컴퓨터를 통신으로 연결하여, 인쇄회사의 출력기에서 자동으로 인쇄원판이 완성되고 인쇄작업까지 완료되는 경우이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경우는 완성된 출판물이 종이에 인쇄된 책의 형태를 갖고 있으나, 세번째와 네번째는 완성된 출판물이 책과는 다른 형태가 된다. 세번째의 경우에는 퍼스널컴퓨터의 화면을 책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참고할 데이타(원고)를 가지고 있는 컴퓨터와 독자의 컴퓨터를 전화로 연결하여 통신(대형컴퓨터와 퍼스널컴퓨터끼리 또는 퍼스널컴퓨터끼리)을 하는 것이다. 전자우편의 경우와 케이블TV의 경우가 여기에 포함된다.
네번째 경우는 책을 편집하고 조판하는 단계가지는 기존의 출판업무와 같으나 완성시키는 출판물(책)의 형태가 다른것이다. 종이에 내용을 인쇄하는 것이 아니고 디스켓이나 CD롬 (Compact Disk Rom) 에 그 내용을 담는 것이다. 네번째 경우 역시 디스켓이나 CD롬을 독자의 컴퓨터에 넣고 모니터 화면으로 그 내용을 보는 것이다. 또한 세번째와 네번째의 복합 형태인 데이타베이스 형태의 출판도 가능하다. 데이타베이스 형태의 출판믈은, 제작 과정은 네번째의 정의에 해당하고 독자에게 데이타베스의 정보를 파는 형식은 세번째의 정의에 해당된다.
12cm의 디스켓 한장이 2천4백페이지의 책
전자 출판은 여러면에서 편리하지만 완성된 출판물이 책의 형태가 아닌, 디스켓이나 CD롬일 경우에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디스켓이나 CD롬을 읽을 장비가 없어서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퍼스널컴퓨터나 워드프로세서가 독자들에게 널리 보급되어 있어야 디스켓 형태의 출판물의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대량 생산이 되지 못하면 정가가 비싸져 상품화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퍼스널컴퓨터와 워드프로세서가 많이 보급된 일본에서는 '이와나미 출판사'라는 곳에서 일본어사전을 CD롬 형태로 발행하였다. '광사원'이란 이름의 일본어사전은 2천4백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으로 제1판부터 제3판까지 7백50만부가 팔렸는데, 금년에는 종이에 인쇄하는 대신 CD롬에 내용을 기록하여 제4판을 발행한 것이다. 신형 광사원의 무게는 6g이고 지름이 12cm, 두께가 1.2mm 밖에 안되지만 그 내용은 2천4백페이지의 책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독자의 컴퓨터에 넣고, 찾으려는 단어를 키보드에 입력시키면 모니터 화면에 해당단어가 있는 페이지가 나타난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의 '필립스'사가 CD롬 개발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고 미국에서도 최근 한출판사가 20권의 백과사전을 압축해놓은 CD롬을 발표했다. 특히 이것은 1천만단어의 문자정보뿐아니라 4시간 분량의 음향정보, 3천여장의 사진 및 도표도 수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일본 '산요'사와 기술협력으로 한국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에서 지금 30cm의 광디스크를 이용한 '한글전자파일링시스팀'을 개발 CD롬 실용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A4판(가로 2백10mm 세로 2백95mm) 서류 6만장을 수록할 수 있는 이 시스팀은 각종 문서를 일일이 키보드를 두드려 입력하지 않고 한번 스쳐 지나가기만 하면 입력되는 광스캐너,디스크에 기록된 정보를 신속하게 검색해 내는 디스크드라이버, 고속레이저프린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대형컴퓨터용일뿐 퍼스널컴퓨터용이 아니어서 일반인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데이타베이스 형태의 출판
데이타베이스는 같은 성격을 가진 데이타를 모아놓은 것이지만 출판에서의 데이타베이스는 조금 다른 성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같은 데이타를 모아 놓은 것이 아니고 출판분야에서의 데이타베이스는 그 자체가 한개의 완성된 출판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완성된 출판물이지만 대량의 데이타가 기록된 대형컴퓨터의 기억장치인 하드디스크를 독자에게 팔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독자의 퍼스널컴퓨터를 대형컴퓨터에 연결하여 독자의 컴퓨터 화면으로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읽어보게 하는 것이다.
독자가 필요할 때는 언제는 데이타베이스의 내용을 읽거나, 독자 자신의 디스켓에 해당 내용을 복사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출판사에서는 데이타베이스를 정가 얼마에 파는 것이 아니고, 독자가 데이타베이스의 내용을 읽은 시간에 따라서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아직은 상품화되지는 않았지만 'BOOK'이란 데이타베이스 형태의 출판물이 제작되었다. 4개 회사가 공동으로 제작한 'BOOK'은 새로 나온 책의 이름과 저자, 출판사 이름,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 것 등을 모아놓은 것으로 2만개 이상의 데이타가 수록되어 있다. 이것을 종이에 인쇄하여 책으로 만든다면 굉장히 두껍고 무거운 책이 될 것이고, 매달마다 새로 발행된 책의 정보를 추가하여 수정판을 낸다고해도, 매일매일 쏟아져나오는 신간 도서의 정보를 안내하는데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데이타베이스 형태로 'BOOK'을 제작하였기 때문에 매일매일 새로 나오는 책의 정보는 바로 추가 할 수 있다. 데이타베이스가 기록된 대형컴퓨터에 새로 나온 책의 정보를 매일 추가하기만 하면 'BOOK'은 자동적으로 수정판이 되니까 독자는 언제든지 최신의 정보를 얻을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본격적인 CD롬 형태의 출판물이나 데이타베이스 형태의 출판물이 제작되지않고 있다. 단지 삼성전자에서 제작된 계산기 겸용 영한사전이 CD롬 형채를 흉내낸 출판물이라고 볼수 있으나 수록된 단어수가 적은 것이 단점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전자매체를 사용하여 출판물의 제작을 시도한 점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며, 국내의 타회사에서도 전자 출판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