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 아버지와 공유하는 순간이 늘었다. 대구와 서울, 수백 km 떨어진 거리지만 스마트폰으로 찰칵 사진을 찍어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면 먼 거리는 무의미하다. 아들은 야근하는 난잡한 책상을, 아버지는 어머니와 탄 케이블카 사진을 보낸다. 똑똑한 물도 이런 공유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 지도에 연간 강수량을 표시하면 하나의 선이 생긴다. 북쪽으로는 미네소타주에서 시작해 남부 뉴멕시코주에서 끝나는, 너비가 4500km에 이르는 선이다. 미국을 남북으로 가르는 이 선을 기준으로 서쪽에 있는 콜로라도 분지와 인근 지방은 매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반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미시시피 강 주변 지역은 여름이면 홍수로 피해를 입는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시시피 강과 콜로라도 강을 잇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공사 후 미시시피 강이 한 번 범람할 때마다 약 1조t 이상의 물이 관을 타고 서부로 전달된다. 콜로라도 강 주위에 살며 물이 부족한 인디애나주, 애리조나주 북부, 유타주, 뉴멕시코주 사람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물이다.
호주는 미국보다 먼저 똑똑한 물을 도입했다. 해안가를 제외한 호주 국토의 90%이상이 물이 부족한 ‘물 스트레스’ 지역이다. 호주는 2008년 세계 최초로 사우스이스트퀸즈랜드(SEQ) 워터 그리드를 설립해 해안가와 물부족 지역의 물을 통합관리 해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해안가에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600km 이상의 새로운 수자원 네트워크(연결망)를 구성했다. 새로운 네트워크에는 도시, 댐, 발전소, 저수지, 담수화 플랜트가 포함됐으며 실시간으로 물 부족량과 공급량을 모니터링한다. 만약 한 지역에 물이 부족하면 즉시 남는 지역의 공급량을 줄여 부족한 지역을 도왔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사용 패턴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증발산 강이나 바다에서 물이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현상은 증발, 식물이 저장한 물이 사라지는 현상은 증산이라고 부른다. 이 둘을 합친 것이 증발산이다.
그런데 증발산량 측정엔 큰 걸림돌이 있다. 학교 기상대에 설치된 온도계를 떠올려보자. 비록 학교 구석에 설치돼 있었지만 온도계의 온도는 학교나 근처의 온도와 큰 차이가 없다. 온도가 지형이나 환경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증발산은 지형, 온도, 습도에 심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증발산량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전국 방방곳곳에 증발산계를 설치해야한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테라 위성에 탑재된 모디스(MODIS)는 중해상도 분광기다. 모디스는 36개 파장의 빛으로 지구를 찍어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지구의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적외선을 쏘면 지표 온도, 해수면, 식생지수 등을 알 수 있다. 식생지수는 적외선과 근적외선 영상을 조합해 만든 지표다. 식생지수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식물과 생물이 많은 지역이고, 0은 황무지, -1은 강과 바다를 말한다.
테라는 매일 오전 10시 30분에 한반도를 지나며 200가지가 넘는 정보를 수집한다. 그 중 열복사량, 식생지수, 반사율, 지표온도 등을 이용해 증발산량을 산정할 수 있다. 김성준 건국대 교수팀은 이를 이용해 올해 초 한반도 전역의 증발산량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계절별, 고도별, 환경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오른쪽 지도).
“저희 아내도 처음에는 수돗물이라면 손사래를 쳤습니다. 남편이 직접 수돗물을 만드는 데도 말이죠. 지금은 저보다 더 수돗물을 잘 마십니다. 그러니 수돗물 안심하고 믿고 마셔도 됩니다.”
한국수자원공사 파주수도관리단 지병식 차장의 이야기다. 파주가 지난 해 스마트워터시티로 선정된 뒤 지 차장의 가족은 1년 동안 똑똑한 물과 함께 생활했다. 지 차장의 가족을 비롯한 주민들 사이에 작은 변화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물을 받기만 하던 시민들이 이제는 직접 나서서 수돗물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수돗물을 마시는 주민의 비율도 늘었다. 사실 기자는 요리에도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는 뼛속까지 수돗물 불신파다. 수돗물을 믿지 못하는 사람도 ‘수돗물의 깨끗함’은 믿는 편이다. 이들이 문제로 꼽는 것은 수십 년 된 수도관의 ‘녹’이다. 정수장에서 나온 깨끗한 수돗물이 관을 통해 이동하는 과정 중에 오염되는 것을 염려한다.
“요즘 세상에 녹물이 나오려면 수십 년 된 아파트에 가야 합니다. 거기서도 웬만해선 녹물을 보기 힘들어요. 특히 파주는 더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런 걱정을 아는 지 차장이 딱 잘라 말했다. 스마트 워터시티의 수돗물은 정수를 마친 뒤에도 이중삼중으로 수질을 체크한다. 가정으로 물이 공급되기 전에 물이 모이는 배수지와 아파트의 지하 물탱크까지 실시간으로, 수돗물의 투명도가 기록된다. 기준치를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컴퓨터 화면에 경고가 올라온다.
배수지와 가정 사이에는 이물질 계측기인 자동드레인을, 수도계량기에는 소형 필터인 마이크로 스트레이너를 설치했다. 자동드레인은 수도관에서 미량의 물을 따로 떼어내 실시간으로 이물질을 감시한다. 만약 이물질이 발견되면 해당 수도관은 즉시 공급이 중단된다. 마이크로 스트레이너는 가정으로 물이 들어 오기 직전에 한 번 더 이물질을 여과시켜 준다. 기자에게 수돗물을 권한 지 차장이 마이크로 스트레이너의 개발자다.
수돗물 사용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은 ‘소독약 냄새’다. 소독약 냄새의 정체는 정수에 사용되는 염소인데, 정수장과 가까운 곳일수록 이 냄새가 심하다. 반대로 먼 곳은 정수된 뒤 몇 시간을 이동해 가정에 공급되기때문에 염소농도가 기준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 먼 데 있는 가정까지 소독 상태를 유지시키려면 정수장에서 기준치 이상으로 염소를 사용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파주는 정수지의 염소사용량을 낮춰 소독약 냄새를 없앴다. 대신 멀리 사는 지역민을 위해서는 배수지에서 염소를 추가로 주입한다. 염소 냄새와 수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우리 집 물 지킨다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궁금하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수자원공사나 광역상수도를 책임지는 지자체가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는 수돗물 검사 결과를 확인해야한다.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때그때 방문하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열어봐도 동 단위의 대표 수질밖에 알 수 없다. 파주에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우리 집 수질을 알 수 있다.
두 시간 동안 파주 곳곳을 돌며 기자에게 스마트시티를 안내해준 유민철 한국수자원공사 대리는 “소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게 중요한것 같다”며 “그래서 주민들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파주는 수돗물 사용을 꺼리는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파트 단지의 실시간 수질 정보와 아파트 물탱크에 폐쇄회로 영상까지 모두 스마트폰 앱으로 공개했다. 만약 민원이 들어오면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가정집의 관을 내시경 화면으로 보여주고 청소까지 해줬다. 그러자 주민들의 마음이 돌아섰다.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은 1% 밑에서 올해 20%까지 늘었다. 민원 발생 건수는 3분의 1이 됐다. 소통으로 사람의 마음까지 얻은 물을 어찌 똑똑하다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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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이상한 물, 무서운 물, 똑똑한 물
Part 1. 세 과학자의 이상한 물
Part 2. 한반도 덮치는 무서운 물
Bridge. 그래픽으로 보는 서울 물 지도
Part 3. 공유, 기술, 소통으로 본 똑똑한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