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아무 생각 없는 그들을 인도하는 방법군집로봇 뇌 속엔 무엇이 들었을까](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7/55718937553d0af843d0e2.gif)
![군집로봇](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7/147721217053d0af93b17c6.jpg)
유치원생 수십 명과 소풍을 간다고 상상해 보자. 인지 수준이 낮은 어린이들은 자칫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 한 명에 선생님이 일일이 붙을 수 도 없는 노릇. 그래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스스로 판단 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행동 규칙을 미리 알려준다. 짝 꿍의 손을 꼭 잡고, 낯선 아저씨가 사탕 준다고 해도 따 라가지 말라고.
군집로봇도 마찬가지다. 여러 대의 로봇이 한 데 모여 움직이지만, 각 로봇은 비싼 센서나 인공지능을 탑재하 지 않았다. 당연히! 주변 로봇과 충돌하기 쉽다. 더구나 하나하나 조종할 수도 없다. 로봇이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 충돌도 막고 군집로봇을 원하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보내려면 움직이는 방법, 즉 ‘원칙’을 잘 만들어 머리 속에 넣어줘야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바로 ‘군집 알고리듬’이다. 군집로봇의 성패는, 군집 알 고리듬이 얼마나 정교한가에 달렸다.
드론 군집비행이 준 충격과 공포
이런 측면에서 미국 펜실베니아대 비제이 쿠마 교수 팀이 선보인 드론 군집비행(1파트 참조)은, 로봇공학자 인 필자에겐 ‘충격과 공포(!)’였다. 쿠마 교수가 2012년 2 월에 올린 유튜브 영상 속에서 드론들은 마치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쏘는 듯 재빠르고 화려한 군무를 선보 인다. 거침없이 편대를 바꾸고, 주변 드론이 날개를 돌 릴 때 나오는 세찬 바람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일렬 로 줄 맞추는 것도 어려워하던 유치원생들이 갑자기 프로 댄싱팀으로 탈바꿈한 현장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당시 같은 주제를 연구하던 필자는 조바심이 났다. 그로부터 2년 뒤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지구 반대편에 사는 그가 필자를 채찍질한 셈이다.
![QR코드-크레이그 레이놀즈가개발한 시뮬레이션 화면.장애물을 피해 날아가는새 떼의 모습이 보인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7/156255621653d0afb336650.gif)
최초 군집 알고리듬의 세 가지 규칙
미국의 컴퓨터그래픽 전문가 크레이그 레이놀즈가 1987년 세계 최초로 구현한 군집 알고리듬의 세 가지 규칙. 군집 이론의 기본 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최초 군집알고리듬의 세가지 규칙분리성주변 개체와 일정한거리를 유지해 서로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피한다.정렬성주변 개체가 이동하는방향과 속도에 자신의방향과 속도를 맞춘다.응집성주변 개체들의무게중심쪽으로 이동해서로 너무 멀어지는것을 피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7/144992784953d0b012721dd.gif)
미국의 컴퓨터그래픽 전문가 크레이그 레이놀즈가 1987년 세계 최초로 구현한 군집 알고리듬의 세 가지 규칙. 군집 이론의 기본 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최초 군집알고리듬의 세가지 규칙분리성주변 개체와 일정한거리를 유지해 서로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피한다.정렬성주변 개체가 이동하는방향과 속도에 자신의방향과 속도를 맞춘다.응집성주변 개체들의무게중심쪽으로 이동해서로 너무 멀어지는것을 피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7/144992784953d0b012721dd.gif)
하지만 군집 알고리듬을 군집로봇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 로봇의 ‘운동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 이다. 예를 들어 가정용 청소로봇은 로봇 바닥에 있는 바퀴 두 개의 회전 수를 조절해 직진이나 회전을 하는 데, 만약 옆으로 가고 싶으면 먼저 제자리에서 회전을 한 뒤 직진해야 한다. 수상 로봇은 물 위에서 아무리 추 력을 내도 제자리에서 급격히 회전하기가 어렵기 때문 에 회전 반경을 고려해 알고리듬을 짜야 한다. 1990년 대 중반부터 로봇공학자들은 이런 물리적 한계를 고려 한 ‘포메이션 제어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연계의 군집행동을 로봇에 특화한 알고리듬인 셈이다.
리더가 고장나면 나머지 로봇은 어떡하지?.
최초의 포메이션 제어기법은 1998년 미국 조지아공 대 로널드 아킨 교수가 개발했다. 몇 가지 ‘모드’를 정해놓고 필요할 때 켜고 끄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각 로 봇에 대형유지, 장애물회피, 목표지점추종 등의 모드를 저장해 둔다. 그리고 센서로 들어온 외부 정보를 종합 해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는 대형유지 모드를,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는 장애물회피 모드를 켠다. 매 우 간단하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로봇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포메이션 제어기법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선도추종’ 기법.여러 대의 로봇들이 리더로봇과의 상대적인거리(](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7/188352866653d0afd0a6ae4.gif)
필자가 속한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해파리퇴치 군 집로봇 ‘제로스(JEROS)’도 선도추종 제어기법을 쓰는 데, 로봇을 추가로 제작할 때마다 알고리듬을 크게 수 정하지 않고도 시스템을 바로 구현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장점 덕분에(?) 로봇을 추가로 제작할 것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엄청나게 신중히’ 로봇을 설계해야 했던 경험은, 우리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하지만 선도추종 제어기법엔 큰 단점이 하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때 애플이 흔들렸던 것처럼, 리 더 로봇이 고장 나면 남은 군집로봇들이 임무를 더 이 상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리더로봇과 추종로봇 을 구분하지 않고 각 로봇이 동등한 지위에서 주변 정 보만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일부 로 봇이 기능 정지 상태에 빠져도 다른 로봇은 임무를 계 속해서 수행할 수 있다.
컴퓨터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에는 ‘최적화 기법’을 이용해 더 똑똑한 군집로봇이 나오고 있다. 최적화 기 법은 주변 로봇이 앞으로 움직일 경로와 함께 로봇간 충돌회피, 장애물회피, 로봇의 최대속도 등 다양한 조 건을 고려해 가장 좋은 경로를 찾는다. 나란히 서서 전 진하는 두 대의 로봇 앞에 장애물이 있다고 가정해보 자. 부딪치지 않으려면 언젠가 반드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 때 로봇이 서로 현재 위치만 안다면, 다른 로 봇이 언제 어떻게 꺾을지 몰라 자칫 충돌할 수 있다. 그 러나 각자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안다면, 장애물과 상대 로봇 모두와의 충돌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다.
INSIDE | 통신에서 물류까지, 팔방미인 무리지능
![물고기떼 개미집단](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7/133291917153d0afdf4daad.jpg)
최적화 기법 중 자연계의 군집행동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된 ‘무리지능(Swarm Intelligence)’ 알고리듬은, 수학적 접근 방법으로는 도저히 풀기 어려운 최적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개미들이 페로몬 분비를 기반으로 길을 찾는 과정을 모사해 그래프에서 최적 경로를 찾는 개미집단 최적화 알고리듬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반딧불의 발광 주기가 비슷해지는 과정을 본 딴 반딧불 알고리듬, 새떼나 물고기떼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모사한 입자군집최적화 알고리듬 등이 있다. 간혹 이런 무리지능 알고리듬을 군집로봇 제어와 동일하게 설명하는 글을 볼 수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무리지능 알고리듬은 통신/물류 최적화, 조합최적화 등 군집로봇 외 각종 시스템에 대한 최적 제어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최적화 기법엔 크게 결정론적 방법과 확률론적 방법 이 있다. 결정론적 방법은 수학적으로 최적의 값(해)을 찾는 방법으로, 주어진 조건이 같다면 항상 같은 해를 얻는다. 행동을 결정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단순한 환경이나 임무에 잘 어울린다. 확률론적 방법은 변수를 무작위로 발생시켜 해를 찾는 방법으로, 주어진 조건이 같아도 다른 결과가 얻어진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좀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룰 수 있다.
로봇 점검에만 하룻밤 꼬박 새기도
군집로봇 알고리듬 이론은 그간 상당히 발전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에 적용한 검증은 잘 이뤄 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좋은 소고기라도 소금과 후추가 있어야 맛좋은 스테이크가 되듯, 아무리 훌륭한 알고리 듬이라도 로봇간 통신이나 경로계획, 위치인식 등 다양 한 기반기술이 뒷받침돼야 실제 군집시스템으로 구현될 수 있다. 가끔 “연구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을 받으면 “로봇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답하 는 이유다. 해파리퇴치 군집로봇도 넓은 해양에서 임무 를 수행하기 위해 수많은 전자장치를 갖추고 있는데, 실 험 전날 점검하는 데만 모든 팀원들이 꼬박 밤을 새야 한다. 아무리 꼼꼼히 점검해도 막상 바다에 가면 꼭 말 썽이 일어난다.
앞으로는 실제 로봇을 통한 검증뿐만 아니라 야외의 어떤 환경에서도 똑같이 작동하는 군집 알고리듬 연구 가 필요하다. 처음에 말한 드론 군집 비행도 실험실에 서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위치를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종종 건물이나 산을 뚫고(!) 가라고 오작동하는 걸 보면, 위 치를 인식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고층 빌딩 사이에서는 GPS신호조차 이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스스로 군집을 이루 는 시스템을 향후 연구할 계획이다. 군집로봇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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