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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 - 한반도 재난 해결할 토종 군집로봇 9마리해파리퇴치 로봇내년 마산만 누빈다







“몇 년 후에는 해파리퇴치로봇과 무인비행기가 하늘 과 바다에서 입체작전을 펼칠 겁니다.”

명현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의 말에서 자신 감이 느껴졌다. 지난 2010년 처음 해파리퇴치 군집로봇 인 ‘제로스’를 개발했을 때 “3년 뒤에는 바다에서 시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구두약속을 지켰기 때문인 듯했다. “우리 로봇을 처음으로 소개한 신문기사를, 제 책상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데 붙여놓고 지금도 매일 보고 있어요. 초심을 되새기며 달려왔죠.”

명 교수가 연구실 한쪽에 있는 이동식 칠판을 가리 키며 멋쩍게 웃었다. “여름철 불청객 해파리, ‘로봇 군단’ 이 물리친다”는 제목의 동아일보 2010년 7월 23일자 기 사였다. 지금은 약간 달라졌지만, 3대의 로봇이 편대유 영을 하면서 해파리를 팬으로 갈아 제거한다는 큰 틀 은 비슷하다. 피서철이 절정을 맞는 8월에 남해와 동해 의 해수욕장은 해파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해파리 퇴치로봇은 개발 초기부터 큰 화제였다.

명 교수가 실험실에 로봇이 있다며 기자를 이끌었다. 실제로 본 로봇은 생각보다 너무 ‘아담했다’. 가로 세로 각각 1.5m, 1.2m, GPS안테나까지 포함한 최대높이가 약 3m. 기자의 얼굴에 궁금해하는 표정이 비쳤는지, 명 교수가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많은 분들이 더 큰 선박으로 만들라는 조언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해수욕장에 해파리가 나타났을 때 재 빨리 출동하려면 로봇을 작게 만드는 대신 여러 대를 한꺼번에 작동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죠.”

해파리퇴치로봇은 선도추종 제어기법(2파트 참조)에 따라 유영한다. 하지만 추력의 한계 때문에 선두를 뒤 따르는 추종로봇이 자주 오작동을 일으키자, 3년여의 연구 끝에 ‘경로계획기법’이라는 새로운 제어기법을 개 발했다. 추종로봇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경로를 사 람이 먼저 세밀하게 계획한 뒤, 리더로봇에게 명령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지금의 안정적인 해파리퇴치 군집로 봇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모니터에는 3대의 해파리퇴 치로봇이 부드러운 ‘S’자를 그리며 물 위를 우아하게 미 끄러지고 있었다.






군집로봇, 유출된 기름 가둔다

최근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 비타민 프로 젝트’로 선정됐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기존 산 업과 사회이슈에 접목하는 연구로, 오는 8월 경남 마 산만에서 테스트한 뒤 내년 여름 상용화해 일반 대중 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스마트 부이가 해파리 떼를 발견 해 위치 정보를 전송하면, 대기하고 있던 9대의 해파리 퇴치로봇이 출동해 해파리를 제거하게 된다.

“수년 내 이 로봇을 전국으로 확대할 거예요. 최종적 으로는 하늘을 나는 드론과 합작하는 형태를 구상하 고 있어요. 드론도 군집비행이 필요할 겁니다. 드넓은 해양 상공을 마치 청소로봇처럼 지그재그로 움직이면 서 꼼꼼하게 정찰해야 할 테니까요.”

명 교수팀은 이번 경험을 통해 기름이 유출됐을 때 방재하는 로봇도 해양경찰 및 민간기업과 함께 개발하 는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 제안된 방재로봇은 방재펜 스를 결합하는 등 너무 복잡해 상용화하기 어려웠다”며 “군집로봇이 단순히 방재펜스를 끌고 편대 유영하면서 유출유를 가두도록 만 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특히 해양 환경을 정확하게 예측한 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로봇 제어기법 등 을 더 개선해야 한다. 경로계획 알고리듬을 개발한 연 구실 소속 이승목 박사에게 그간의 어려움을 묻자, 너무 많아서 꼽기도 어렵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바다에서 한 번 실험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실 험 준비를 하다 보면 준비를 마친 로봇이 바다에 떠밀 려 가는 일이 허다했어요.”

그러나 명 교수의 얼굴에서는 그간의 고단함보다 이 제 곧 될 거라는 가능성의 빛이 더 보였다. 군집로봇이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도 해양에서 정찰하고 임무 를 수행하는 군집로봇이 상용화된 사례는 거의 없다. 순수 대한민국 토종 군집로봇 1호에 대한 자부심이 그 의 얼굴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여름날, 김수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를 찾았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로봇 ‘랩터’를 개발한 생체모방 연구자다. 군집 로봇과 생체모방로봇의 접점은 과연 어디일까. 기자가 군집로봇 이야기를 꺼내자, 김 교수는 ‘제대로 찾아왔 다’는 듯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군집지능 이론은 국내 에서도 연구가 많이 돼 있어요. 문제는 제대로 움직이 는 로봇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우리가 개발한 생체모방 소형로봇이 돌파구가 될 겁니다.”



▲ 김수현 KAIST 교수팀 소속의 박종원(오른쪽), 이진이 박사과정 연구원이 각자 개발한 ‘필봇’과 ‘필봇-라이트’를 들고 있다. 연구팀은 최근 필봇-라이트의 자율주행에도 성공해, 소형 군집시스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PLUS | 통신불능 재난현장, 군집로봇이 해결한다?
 

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인지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팀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울대 등과 함께 네트워크 기반의 군집로봇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개체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피어투피어(peer-to-peer) 네트워크’를 활용해 협업시스템을 만드는 연구다. 5개년 과제로, 내년 3월에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연구팀은 ‘군집지능 라우팅 로봇’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로봇 여러 대를 마치 ‘통신 징검다리’처럼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유무선 통신인프라가 망가진 재난현장에 투척해 영상을 외부로 전송케 하는 등 사고 수습에 활용할 계획이다. 재난현장에서 일부 로봇이 고장나더라도 남은 로봇들이 재빨리 위치를 조정해 네트워크를 재구성할 수 있다. 현재 구상 중인 프로토타입은 지름 15cm인 공 모양 로봇이다. 연구팀은 이 로봇을 최대한 싸고 작게 만들어, 재난현장에서 활용한 뒤 바로 버릴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조 연구원은 “2012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났을 때 재난구조로봇인 ‘팩봇’이 투입됐지만,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장치를 별도로 갖고 들어가야 했다”며 “네트워크 라우팅 로봇을 개발하면 인프라가 망가진 재난환경에서도 로봇을 통해 영상을 전송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군집로봇은 작고 저렴해졌지만 대신 이동하 는 데 한계가 많다. 그러나 김 교수팀이 개발한 소형로 봇은 생물을 모방해 이런 어려움을 극복했다. 실험실에 들어선 기자에게 박종원 박사과정 연구원이 두꺼운 스 폰지로 전체를 감싼 공 모양의 로봇을 건넸다. 박 연구 원이 석사과정 중이던 2010년에 개발한 ‘필봇’이라고 했 다. 군데군데 찢어진 스폰지 모양이, 로 봇의 나이(?)를 가늠케 하는 동시에 묘 하게도 웃는 얼굴처럼 보였다.

“외부충격을 감지하면 몸을 둥글게 말아 스스로를 보호하는 공벌레처럼, 필봇은 둥글게 말 아서 멀리 던져 보낼 수 있습니다. 소형로봇이 먼 거리를 가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한 거죠.”

박 연구원이 그간 촬영해둔 영상을 모니터에 띄웠다. 한쪽에는 실제 공벌레가 몸을 말았다가 펴는 모습이, 반대쪽에는 연구팀이 개발한 필봇이 나오고 있었다. 움 직이는 모습이 정말 공벌레와 비슷해 보였다. “공벌레 연구는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직접 학교 화단을 뒤져 공벌레를 잡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연구원들의 열정 을 과소평가했던 걸까. 너무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 으로 박 연구원이 설명을 이어갔다.

“필봇은 몸체가 타원형으로 말려서 투척방향과 상관 없이 같은 방향으로 쓰러집니다. 무게중심이 바닥 면에 있어 몸만 펼쳐도 ‘오뚝이’처럼 설 수 있어요. 이렇게 수동 적으로 자세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군집로봇 지휘하는 ‘엄마’ 로봇



지난해에는 이진이 박사과정 연구원이 크기와 무게 를 절반으로 줄인 ‘필봇-라이트’를 개발했다. 초기 필봇 보다 공벌레와 더 비슷하게 생겼다. 자동으로 몸을 접 는 기능은 빠졌지만, 몸이 가벼워지면서 주행속도는 초 속 1.82m로 6배 빨라졌다. 이 연구원은 “모터 개수를 줄인 대신, 소프트로봇공학을 적용해 기능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소프트로봇은 딱딱한 금속을 쓰지 않고 실리콘처럼 부드러운 재료로만 만든 로봇이다.

“고탄성 폴리머를 팽팽하게 당긴 뒤 바퀴 두 개를 서 로 걸어서 몸을 말도록 설계했어요. 탄성력을 이용해 트리거 없이도 몸을 펼 수 있죠. 모터와 바퀴를 연결하 는 축은 라텍스 재질의 부드러운 튜브로 바꿔서, 장애 물을 만났을 때 튜브가 꼬였다가 풀리며 그 탄성력으로 장애물을 뛰어넘어요.”

최근 연구팀은 필봇-라이트의 자율주행에 성공해 ‘제어로봇시스템학회지’ 4월호에 발표했다. 여러 대의 로 봇을 투입하는 군집시스템에는 운전자를 일일이 배치 하는 게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목적지만 지정해주면 알 아서 이동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중요하다. 이 연구원 은 “자율주행 하는 필봇-라이트를 이용해 이런 소형로 봇을 군집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 인했다”고 말했다.

“작고 빠른 소형로봇과 명령을 내리는 ‘엄마’ 로봇을 결합한 이종로봇간 군집시스템을 구상했어요. 세계적 으로도 군집시스템은 드론이 정찰하고 중앙관제부가 지상로봇을 제어하는 방식이 많죠. 머지않아 성능 좋은 소형로봇으로 군집시스템을 구현하는 날이 올 겁니다.”

 





군집로봇 시스템에는 드론 군집비행이 필수다. 지상 이동로봇과는 비교할 수 없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 고 자율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드론 군집비행 제어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이를 알기 위해 대전 유성구 과학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하 항우연)을 찾았다. 항우연에는 가로 세로 각각 17m, 높이 6m인 국내 최대 드론 전용 시험장이 있다. 이곳에 서 공현철 박사가 이끄는 항공우주미래기술팀이 지난 4 월 3일, 낮과 밤을 가상한 환경에서 드론 20대의 군집비 행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미소 띤 얼굴로 그간의 성 과를 차분하게 설명하는 그에게서 과학자의 내공이 느껴졌다.

▲공현철(뒷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한국항공우주 연구원 박사팀. 연구원들 뒤로 국내 최대의 드론 전용 시험장이 보인다.

“지난해 10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3 서울 항공 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인기 댄스곡에 맞춰 드 론 군무를 선보였습니다. 그땐 드론이 5대에 불과했지 요. 20대로 늘리기까지 컴퓨터 통신이 가장 말썽이었어요. 드론이 늘어날수록 중앙 컴퓨터도 피곤해 하거든 요. 와이파이 환경에서 각 드론과 중앙 컴퓨터의 통신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했습니다.”

공 박사는 하얀 천으로 사방이 가려진 시험장 중앙 으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은 채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자, 바둑판 모양으로 배열된 28대의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시험장 내부가 온통 하얀색인 이유를 그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는 적외선을 이용하는 모션캡 쳐 시스템이에요. 이 시스템이 전체 드론의 위치를 인식 해 중앙컴퓨터에 전송하면, 컴퓨터가 그 정보를 바탕으 로 각 드론에 ‘자세를 제어하라’ ‘옆으로 얼만큼 가라’ 등 의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공 박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드론 군무를 보여주겠다 고 했다. 연구원들이 드론 9대를 일정한 간격으로 놓았 다. 20대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회전하는 단순비행만 가능한데, 곧 군무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심하세요!”

촬영을 위해 그물망을 걷어낸 시험장에서 초기 세팅 중이던 드론 한 대가 기자에게 날아들었다. 곧 제자리 를 찾은 드론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 다. “붕붕붕~.” 36개의 모터가 세차게 돌아가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화려한 춤사위에, 드론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내 뿌듯한 미소를 짓던 공 박 사는 군무가 끝나자 “수개월 내 50대 군집비행에 성공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언젠가는 자동차를 타듯 개인 비행기를 운영하는 날이 올 겁니다. 공중에 수백 대의 항공기가 있을 때, 지금 보신 것과 같은 군집 비행기술이 응용되겠죠.”

현재 연구팀은 드론의 기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프랑스 패롯사의 에이알(AR) 드론을 구 매해 활용했는데, 제한된 크기의 시험장 안에서 50대 군집비행을 하려면 기체를 절반 크기로 줄여야 하기 때 문이다. 상용기체의 행동방식(알고리듬)은 블랙박스 형 태로 들어 있어서 능동적으로 개발하거나 바꿀 수 없 다는 문제도 있다. 연구팀은 기체를 개발하는 대로 더 욱 정교한 세부 알고리듬을 연구할 예정이다.

 


 

“재난현장에 군집 드론 투입할 것”

국산 군집드론이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철새처럼 편대비행하는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아직은 해 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야외에는 카메라가 없어 GPS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오차가 더 크기 때문이다. 각종 통신 간섭이 많은 것도 야외 군집비행 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세계적으로도 아직은 드론의 실외 군집비행 사례가 드물다. 하지만 드론 군집비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은 미국이나 유럽에 많이 뒤쳐지지만, 공 박사는 직접 개발한 드론 수십 대가 우리 생활속에서 빛을 발 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대형재난이 일어났을 때 바다 위나 험한 산처럼 구 조팀을 급파하기 어려운 곳은 큰 헬리콥터 한 대보다 작 은 드론 수십 대가 더 효율적입니다. 언젠가 꼭 국산 군 집 드론이 조난자를 찾아내고 생명유지장치를 전달해 주도록 군집비행기술을 완성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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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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