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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 영화 속 거미군단이 온다

전세계 군집로봇 大戰


‘군집로봇’은 참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일본에서 개발된 아나운서 로봇은 사람과 비슷한 외모로 언 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그 전에는 일본의 ‘아시모’ 나 한국의 ‘휴보’가 로봇의 전부라고 여겨지던 시대도 있 었다. 화려한 로봇의 역사에서, 군집로봇은 단 한 번도 무대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가 30년을 웃도 는 ‘노장’인 군집로봇이 마침내 우리 눈 앞에 그 실체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


단순하고 저렴하지만, 협력해 시너지 낸다

로봇공학자들이 군집로봇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 일까. 군집로봇의 대가인 미국 테네시대 전자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린 파커 교수는 군집로봇의 연구 추세를 정리한 논문에서 “확실히, 몇몇 응용 분야에서는 군집 로봇이 더 나은 해결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군집로 봇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지상훈 한국생산기술연구 원 로봇연구실용화그룹 책임연구원도 “주변이 복잡한 실외에서 로봇 한 대가 임무를 수행하려면 높은 지능과 자율성을 갖춰야 한다”며 “이는 로봇이 매우 비싸진다 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면, 군집로봇은 단순하고 저렴 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개체들이 서로 협력해 시너지 를 낼 수 있다.
이런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대가 협조해 공동임 무를 수행한다는 게 스웜봇의 핵심이다. 베커 박사는 직접 개발한 로봇 12대를 활용해 대문자 ‘R’을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실험 영상(왼쪽 동영상 참조)을 보면 로봇들이 별 뜻 없이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느 순간 정말로 글자를 만들어낸다. 놀라운 점은, 모 든 로봇들이 같은 명령을 받았는데도 각각 다른 최종 위치에 간다는 것이다.

“모든 로봇은 하나의 조이스틱에 연결돼 정확히 같 은 명령을 받습니다. 하지만 바퀴의 오차 때문에 약간씩 다르게 이동하지요. 이 차이를 이용해서, 처음에 사 각형 형태로 배열한 로봇들이 각각 최종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 명령 조합을 시뮬레이션으로 찾아냈습니다.”

이밖에도 베커 박사는 120개의 스웜봇을 이용해 ‘RICE’라는 대학 이름과 대학 마스코트인 올빼미 형상 을 만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도 성공했다(실제 로봇 을 갖고 실험한 것은 아니다). 지도교수인 제임스 맥루 킨 교수는 “이것이 바로 군집 알고리듬의 아름다움”이 라고 말했다. 알고리듬은 군집로봇 각각을 움직이는 행 동방식으로, 프로그램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실험은 군집로봇을 이용해 단순한 알고리듬으로 도 복잡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두 대 고장나도 공동임무 수행… ‘확장성’ 뛰어나

블록을 옮기고 있는 흰개미 로봇.환경에 따라 각자 행동하지만결국 공동목표를 이루는흰개미를 모방했다.
지난 2월 14일에는 실제로 블록을 쌓아 집을 짓는 스 웜봇이 과학잡지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했다. 각 개체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상호보완적으로 행동하 는 흰개미 로봇이다. 반달 모양의 몸뚱이에 회오리처럼 생긴 바퀴 4개와 블록을 집는 평평한 팔을 가졌다. 미 국 하버드대 자가조립시스템 연구팀이 만든 이 로봇은, 겉모습은 다르지만 행동방식은 흰개미를 모방했다.

이 행동방식은 스‘ 티그머지’라 불린다. 흰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르게 행동하지만, 결과 적으로는 집단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흰개미는 자신이 흙을 놓으려던 지점에 앞의 흰개 미가 흙을 옮겨 놓으면, 그 옆에다가 흙을 내려놓는다. 이 행동을 군집 차원에서 무수히 반복하면 흰개미는 2.4m 높이에 이르는 개미집을 지을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흰개미 로봇들도 빈 곳에만 나무 블록 을 두라는 아주 단순한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실험 영 상(동영상 참조)을 보면, 로봇들은 실험실 한쪽에 사람 이 놓아준 플라스틱 블록을 집어 등에 올린 뒤 집 짓는 곳으로 이동한다. 블록이 없는 곳을 파악하면 지고 온블록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처음 지점으로 다시 돌아온 다. 그 결과, 연구팀이 미리 설정한 피라미드 같은 구조 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에 참여한 라디카 나그펄 교수는 “이번 개발의 획기적인 점은 기존 로봇이 중앙통제시스템을 이용했 다면, 흰개미 로봇은 각각이 인공지능을 갖게 됐다는 것”이라며 “화성이나 홍수 지역 등 척박한 곳에서 흰개 미 로봇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스웜봇 실용화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010 년부터 군집로봇기술 개발과제를 주관하고 있는 조영 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스웜봇은 단순 기능을 조합한 형태기 때문에 실용적인 로봇시스템으 로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이 되려면, 환경과 상황을 종합적 으로 인지하는 기술과 통신기술, 군집행동을 제어하는 기술을 포괄적으로 접목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하고 저렴하게 만든 로봇 안에 이 모든 기술을 넣기는 어렵다. 그래서 최근 로봇공학자들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두 종 이상의 로봇으로 이뤄진 군집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2006~2010년 유럽 과학자들이 공동참여한 ‘스워마노 이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스웜과 휴머노이드의 결 합을 뜻하는 스워마노이드는 지상로봇들의 위치를 파 악하는 아이(eye)봇, 땅에서 물건을 나르는 풋(foot) 봇, 벽을 타고 오르거나 사물을 집는 핸드(hand)봇 등 3종류로 이뤄져 있다. 휴머노이드의 신체기능을 뿔뿔 이 나눠 가진 셈이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마르코 도 리고 교수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개발한 스워마 노이드는 3차원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특히 도리고 교수가 아이봇으로 이용한 드론(소형무 인기)은 여러 종류의 로봇으로 이뤄진 군집시스템에 매 우 유용하다. 넓은 지역에서 지상로봇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워 마노이드 외에도 대부분의 군집로봇 시스템이 드론과 의 협력을 꾀하는 추세다.


실제 재난현장서 쓰려면 군집 드론과 협업해야

최근에는 드론 자체를 군집로봇으로 개발하려는 연 구도 활발하다. 해파리퇴치 군집로봇을 개발해 상용화 를 앞두고 있는 명현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실제로 해상에서 환경을 감시하거나 재난현장에서 조 난자를 탐색하려면 드론 역시 군집비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현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우주미래기 술팀장도 “대형재난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헬 리콥터 한 대보다 무인기 수백 대가 시간이나 비용을 훨씬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론 군집비행에 관해서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비제 이 쿠마 교수가 최고로 꼽힌다. 그는 유튜브 스타다. 그 가 올린 드론 군집비행 영상 중 한 편은 조회수가 최고 760만, 가장 낮은 것도 300만 회를 훌쩍 넘는다. 쿠마 교수는 2012년 2월 테드(TED) 강연에서 “모든 것이 비(非)중앙식”이라고 밝혔다. “사막개미들은 중앙관리자 없이 이웃과 주변 물건을 감지하면서, 그룹을 자기도 모르게 조직화합니다. 우리가 원한 건 이처럼 드론들이 서로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감시하면서 편대를 이루고 비행하는 것이었죠.”영상 속 드론들은 대형을 유지하면서 장애물을 통과 하는가 하면, 서로를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면서 8자 로 비행한다. 3차원으로 구성했던 편대를 1초 만에 2차 원 평면으로 구성한다. 장애물을 피해가기 위해 4열 편 대를 2열 편대로 바꾸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압권은 단 연 미니 드론들의 연주 영상이다. 드론이 직접 건반과 드럼을 두드리고 기타 줄을 튕겨 영화 ‘007 시리즈’ 주제곡을 연주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대부분의 드론 군 집비행이 할리우드영화나 비디오게임 산업에 쓰이는 ‘모션캡쳐 카메라’를 이용한다는 것. 다시 말해, 카메라 가 설치된 실험실 안에서만 드론 군집비행이 가능하다 는 얘기다. 만약 이들을 실제 세상으로 불러낸다면? 현 재 기술로는 기본적인 편대비행 조차 어렵다.

드론을 야외에서 비행시키려면 GPS시스템을 이용해 야 하는데, GPS는 모션캡쳐 카메라보다 오차가 크고 드론과 신호를 주고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호를 처리하는 중에 드론이 서로 너무 가깝게 접근해 충돌 하거나 너무 멀어져 무리에서 이탈할 위험이 크다. 당연 히 실험실 안에서처럼 빠르게 비행하거나 자유자재로 편대를 바꾸기 어렵다. 2011년 스위스 연구팀이 드론의 야외 군집비행에 성공한 적이 있지만, 드론들이 서로 소통하지 않는 시스템인 데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각각 다른 높이에서 날게 만들었기 때문에 엄밀히 군집로봇 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헝가리 연구팀이 드론의 야외 군집비행 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월 26일, 저널 ‘네이처’는 헝가리 에오트보스 로란드대 물리학과 타마스 빅세크 연구팀이 부다페스트 실외에서 드론 10대의 군집비행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빅세 크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드론은 특정한 편대를 만들 기 위해 각자 스스로 위치를 조정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드론 군집은 리더 역할을 하는 한 대를 중심으로 9대의 드론이 상대 위치를 조정한다. 위 치 파악에는 GPS수신기를 사용한다. 신호처리가 늦어 져 드론이 너무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문제를 해결하 기 위해 신호처리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동물의 군집행동을 연구 중인 이 안 코우진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새떼의 편대 비행을 모방한 군집비행을 야외에서 성공시킨 첫 사례” 라며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성능 좋은 군 집로봇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번 연구결과는 오는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국제 지능로봇시스템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화성에 집 짓는 군집로봇 나올까

이미 실제생활에도 군집로봇이 등장했다. 아마존 물 류 창고에서 일하는 로봇 ‘키바’다. 키바는 창고 바닥에 그려진 바코드를 보고 이동하면서 직원들에게 물건을 배송한다. 서로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에 충돌할 염려가 없다. 키바 도입으로 아마존은 최대 40%의 비용을 절 감했다. 현재 군집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은 방 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항공우주국(NASA)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행성에서 무인 건축 작업, 무인정찰용 군용차량 행렬 통제, 로봇 정찰 소대 제어, 지뢰의 최적탐지 행동, 변화하는 환경에서 목표물 추적 등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군집로봇은 실험실에서 블록을 옮기는 정도지만 언젠가는 화성에 집을 짓는 군집로봇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화성에 집 짓는 군집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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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 도움 : 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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