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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수소폭탄보다 강력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

열대성 저기압이 발달한 태풍

거대한 에너지덩어리 태풍은 어디서 발생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발달하는 것일까. 태풍을 순화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여름하면 불볕더위와 태풍을 생각하게 되는데, 기상청의 올 여름 날씨 전망을 보면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1주일 가량 늦은 7월말 경에 끝날 것이라고 하며, 태풍은 이번 달 하순부터 시작되어 우리나라에 접근하는 10여 개의 태풍 중에서 2,3개 정도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태풍은 우리가 여름철에 흔히 경험하는 기상현상의 하나이며 우리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매우 신기한 기상현상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기상위성에서 찍은 태풍의 모습은 웅장하며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한데 이처럼 웅장한 모습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또 이와 같은 거구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이며 어떻게 탄생하여 어디로 사라지는가?

여기에서는 인간을 공포에 떨게 하지만 신비로우며, 악동 같지만 없어서는 안될 태풍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그림1) 열대성저기압의 발생장소와 명칭^태풍은 발생장소에 따라 그 지방의 고유어를 빌려 이름을 붙인다.
 

태풍인가 대풍(大風)인가


(표1) 태풍과 온대저기압의 특징
 

태풍은 비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다(비를 동반하지 않으면 돌풍). 그러면 큰바람이란 뜻의 대풍(大風)이어야 하지 않을까? 옛 기록을 살펴보면 오늘날 태풍에 해당하는 용어로서 풍이(風異)라는 말을 썼고 그 강도와 피해 규모에 따라 나무가 뽑힐 정도의 바람은 대풍, 그보다 더 강한 바람은 폭풍이라고 했다. 풍이의 관측은 신라에 24회, 고구려에 4회, 백제에 4회 기록돼 있으며, 고려에 이르러 급증하여 1백35회, 조선에 21회의 관측기록이 있다. 여기서 이러한 기록은 기상학의 발전 수준, 또는 기상학에 대한 관심도와 관련이 있는 것이어서 그 횟수만으로 고려시대의 기상조건이 가장 악조건이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여하들 지금 사용하는 태풍이란 말은 대풍을 말하고는 있지만 어원으로는 남양지방 필리핀제도 부근에서 발생하여 불어오는 강한 열대성 저기압을 이르는 말인 Typhoon을 지칭하는 말이다. 같은 성질의 열대성 저기압으로는 멕시코만이나 서인도제도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의 벵갈만이나 아라비아해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Cyclone), 남반구의 오스트레일리아 부근 티모르해에서 발생하는 윌리윌리(Willy-Willy) 등이 있다.

저기압이란 주위보다 기압이 낮은 지역을 말하는 것으로 온대 저기압과 열대 저기압으로 구분된다. 이 두 저기압은 성질과 형성과정이 서로 다르다. 즉 온대 저기압은 중위도 지방에서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는 전선면에서 찬 공기는 하강하고 더운 공기는 상승하여, 감소한 위치에너지만큼의 운동에너지가 저기압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열대 저기압은 열대 해상에서 수증기의 잠열방출이 에너지원이 되어 발달하는 것이다. (표1)은 온대저기압과 열대저기압(태풍)의 특징을 비교한 것이다.

태풍은 매년 6월에서 10월까지의 5개월 사이에 걸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매년 춘분에서 하지를 거쳐 추분에 이르는 반년간은 적도에서 북회귀선 사이의 지역을 태양이 수직으로 비치고 있다. 때문에 북반구의 해수에서 증발이 왕성하게 일어나 대기중에는 많은 양의 수증기가 포함되게 된다. 한편 남방의 섬 부근에서는 육지와 바다물의 비열 차이로 섬 부근의 온도가 높아져 (그림2)처럼 상승기류가 발생하게 되고 섬 주위의 바다에서는 그 뒤를 메우기 위해 섬으로 향한 바람이 불게 된다.

이때 섬으로 유입되는 공기는 많은 양의 수증기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상승하면서 냉각되어 응결이 일어나고 응결열을 방출하게 된다. 이때 방출된 응결열은 저기압 중심의 공기를 가열하여 저기압이 더욱 강화되는데, 이같은 저기압을 열대 저기압이라 하고 이를 씨앗으로 태풍이 되는 것이다. 적도 해상에서는 기온이 높아도 전향력이 작으므로 태풍으로 발달하지 못한다.

태풍의 씨 열대 저기압(인공위성 사진에 포착가능)은 점차 발달하여 중심 풍속이 17m/초에 이르면 태풍이 되어 비로소 이름을 얻게 된다. 태풍의 명명법은 괌 섬의 앤더슨 기지에 있는 미합동태풍 경보센터(JTWC)에서 정해 놓은 남성과 여성의 이름을 교대로 붙인다. 그 이름은 영어 알파벳의 QUXYZ를 제외하고 알파벳 순으로 Andy, Brenda, Cecil… 등이다. 태풍의 명칭은 1979년 이전에는 모두 여성 이름이었으나 피해를 입히는 태풍의 이름을 여성 이름만 붙이는 것은 남녀차별이라는 비판으로 현재와 같이 개정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귀에 익은 사라 엘리스 등 여성 명칭 일부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림2) 남반구 섬 주위에서의 열대성저기압의 발생과정^섬으로 유입되는 공기중에는 많은 수증기가 있다. 이는 상승하여 단열냉각되므로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면서 잠열(응결열, 540cal/g)을 방출하게 된다. 이 열은 저기압의 중심부를 가열하여 상승기류를 강화하기 때문에 저깅압의 세력은 점차 강해진다. 이를 동력으로 태풍이 발달한다.
 

얼마나 크고 강력한가?

태풍은 계절풍이나 무역풍에 의해 발생지를 떠나면서 거대한 공기덩어리의 소용돌이로 발달한다. 보통 작은 것이라도 그 지름이 2백km정도이고 큰 것은 무려 1천5백km나 된다. 즉 태풍의 중심이 서울에 있다고 하면 우리 나라 전체를 덮고도 남을 정도이며 공기의 총무게로는 수십억t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태풍은 한 개당 ${10}^{24}$~${10}^{25}$에르그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는데 이것은 2메가t의 수소폭탄을 매 분당 한 개씩 터뜨리는 위력에 해당하며, 우리나라에서 1년간 생산하는 총 전력량의 2배가 넘는 엄청난 에너지다.

만약 이 에너지가 지구상에 모두 쓰여진다면 전 지구를 초토화시키겠지만 다행히도 거의 대부분은 태풍 자신의 거구를 움직이는데 쓰이고 아주 적은 양만이 지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태풍의 위력은 엄청난 것으로 1959년 9월 경남 지방을 스쳐간 사라호 태풍은 사망 실종자 8백49명, 이재민 37만명, 1백25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1만5천명의 인명피해와 1백5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히고 있다.

1959년의 사라호 태풍은 특A급이었는데, 태풍은 중심기압과 중심최대풍속에 따라 초대형 대형 중형 소형으로 구분한다(표2).


(표2) 태풍강도
 

방황하는 태풍


(그림3) 태풍의 경로(그림4) 이상진로를 보인 1991년의 글래디스 태풍 진로도
 

열대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은 처음에는 북서쪽으로 진행하다가 북위 20~30˚ 부근에 이르면 (그림3)과 같이 진행 방향이 북동쪽으로 전환되며 대체로 포물선을 그리는데, 진행 방향이 바뀌는 지점을 전향점이라고 한다.

전향점은 계절에 따라 또 태풍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7월에서 10월로 갈수록 전향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기 순환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배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

북반구에서 하지에 태양의 고도가 최대가 되므로 대기 순환은 계절에 따라 변하여 편서풍과 무역풍의 풍계가 저위도 지방으로 낮아지게 된다. 한편 아열대지방에서 발생한 태풍은 편동풍과 북으로 향하는 힘에 의하여 북동쪽으로 이동하다가 중위도 지방에 이르러 편서풍대에 들어서면 북으로 향하는 힘과 편서풍에 의하여 북서쪽으로 진로를 바꾸게 돼 풍계에 따라 전향점이 저위도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풍의 진로는 고기압의 배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일괄적으로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대체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를 도는 것처럼 진행한다. 즉 6월의 태풍은 계속 서쪽으로 진행하여 남지나해 쪽으로 향하고, 7월의 태풍은 대만 근해에서 중국 대륙으로 상륙하게 되며, 8월 중순에서 9월 초순까지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어 일본열도까지 움츠러들게 되므로 우리나라 쪽으로 진행해 오는 경우가 많다. 9월의 태풍은 남쪽 해상으로부터 오키나와 동쪽 해상을 지나 일본 열도쪽으로 지나가고 10월의 태풍은 일본 남쪽 해상을 멀리 지나간다.

그러나 이 같은 태풍의 진로는 일반적인 것일 뿐 예외적인 것이 많은데 1991년의 글래디스가 좋은 예다(그림4). 이러한 진로를 이상진로라 하는데 그 예보는 매우 힘들다. 일례로 태풍의 진로예보 수칙에는 20여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여 예보하여도 맞지 않자 이를 평균하여 예보하였더니, 이 방향은 실제와 정반대의 방향이 되었다고 한다.

태풍의 진로예보에는 전향점 예측이 중요한데, 이것은 태풍의 진행속도를 보면 대체로 일본열도 부근에까지는 대체로 20km/시로 진행하며 전향점에 이르면 아주 느려져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방향을 바꾸면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서 시속 30~60km/시에 이른다. 따라서 전향점을 예측하지 못하면 진행방향을 잡지 못하게 되므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태풍의 진로 예보에는 현재 타이로스나 GMS 등의 기상위성 관측자료가 이용되나 괌섬에 있는 미군의 앤더슨 기지에서는 C-130 수송기를 개조한 WC-130이라는 태풍관측비행기를 이용하여 직접 태풍으로 뛰어들어 한개의 태풍에 대해 15회 이상 관측하고 있다. 위험이 따르는 일이지만 태풍의 발달과 쇠약 상태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관측 방법이다.

태풍은 저기압의 일종이므로 북반구에서는 중심을 향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불어 들어가는 소용돌이 바람이 생기며 중심으로 갈수록 풍속이 강해진다. 그래서 항해하는 선박에게는 태풍은 블랙홀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태풍이 진행하는 방향의 왼쪽 반원은 좀 나은 곳이어서 때로 파선을 면하고 빠져 나올 수 있는 경우도 있어 이를 가항반원이라고 한다. 그 원리는 (그림 5)와 같다.

즉 진행 속도가 60km/시인 태풍이 있다고 할 때 중심 풍속이 1백30km/시라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중심부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가므로 오른쪽 반원은 태풍 자체의 풍속에 진행속도가 더해져서 60+130=190(km/시)의 풍속이 되고 왼쪽 반원은 서로 상쇄되어 130-60=70(km/시)가 되므로 보다 적은 풍속을 맞게 된다. 따라서 위험률이 적다.

가항반원과 위험반원의 차이는 1959년 9월 사라호 태풍이 충무지방에 상륙하여 울산 남쪽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갔을 때 오른쪽에 해당하는 부산쪽은 막대한 피해를 주었지만 왼쪽에 해당하는 경북지방은 피해가 훨씬 적었다는 것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림5) 가항반원의 원리
 

고요한 태풍의 눈

태풍은 안쪽으로 갈수록 풍속이 증가하나 중심에는 하늘이 맑고 바람이 없는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를 태풍의 눈이라고 한다. 태풍의 눈은 중심으로 불어드는 강한 바람으로 인한 원심력의 작용으로 약한 하강 기류가 생겨 형성된 것으로 지름 수십 km에 이른다. 물론 태풍이 이동하므로 어느 한 장소에 보면 이러한 상태가 오래 유지되지는 못하고 바로 폭풍우에 휩싸이게 되지만.

태풍이 접근하면 바람은 물론 호우를 동반한다. 이 때는 소낙성의 강한 비가 1~2시간 내리다가 그치는 식으로 되풀이된다. 이는 태풍을 이루는 나선형의 비구름대가 차례로 내습하기 때문이며 호우를 동반하는 것은 태풍이 수증기를 많이 함유한 공기덩어리이기 때문이다.

태풍은 등압선의 모양이 대체로 원형을 이루고 전선을 동반하지 않는다. 등압선의 간격은 중심으로 갈수록 조밀해지나 진행방향의 왼쪽보다는 오른쪽에서 조밀하다. (그림6)은 태풍 전후의 기압과 풍속을 보인 것인데, 기압하강은 급하여 태풍 중심이 통과하기 3시간을 전후하여 깔대기 모양을 이룬다. 온대저기압이 통과할 때와 판이하다.


(그림6) 1959년 9월 태풍 사라 통과때의 기압과 풍속분포
 

미우나 고운 태풍

태풍은 육지에 상륙하면 급격히 쇠약해지는데, 그것은 육지와의 마찰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동력이 되는 수증기의 공급이 중단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태풍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해도 그 잔여물질(에너지와 수증기)은 며칠후에 호우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면 이처럼 피해가 많은 태풍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중위도 지방에서는 태풍이 동반한 강수현상이 없어지므로 물부족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태풍은 저위도 지방에 축적된 대기중의 에너지를 고위도지방으로 수송하여 남북의 온도차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것이 없다면 지구상의 남북의 온도차가 커져 이상 기온이 생기고 기후변동이 생겨 생태계가 급변하게 될 것이다.

1961년 이후 미국에서 한때 태풍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보려는 스톰 퍼리(Storm Furry)계획이 있었다. 태풍에 다량의 요오드화은(AgI)을 살포하여 인공강우를 일으켜 소멸시키려는 계획. 대체로 풍속이 15%정도 줄었으나 때로는 더욱 발달하기도 하였다. 또 태풍 내습이 있은 직후 드라이아이스를 태풍의 눈 주위에 뿌려 놓았더니 태풍의 경로가 급변하는 이상현상이 일어났다. 태풍은 아직도 신(神)의 손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미우나 고운' 태풍처럼 자연계에는 어느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음을 알고 자연의 정복보다는 자연을 잘 알고 이해함으로써 자연계와의 조화속에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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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석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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