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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일본까지 화산재 날려보낸 젊은 화산



1. 나리분지 60m 화산재 층의 증언

서해와 남해 해저는 최대 수십억 년의 나이를 갖는 오랜 대륙지각으로 이뤄져 있다. 원래는 육지였던 대륙지각이 약 1만8000년 전 빙하기가 끝난 후 바다에 잠겨 얕은 대륙붕으로 변해버렸다. 물에 잠기지 않은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은 연안을 따라 무수한 섬이 됐다.

하지만 동해는 3200만~1500만 년 사이의 신생대 기간 중 한반도에 붙어 있던 일본열도가 태평양쪽(남남동쪽)으로 수백km 이상 떨어져 나가며 만들어진 바다다. 대륙지각이 갈라지거나 얇아지면서 대량의 마그마가 활동할 공간이 열렸다. 동해 바다에서 분출했던 수많은 화산은 이제 바다 깊은 곳에 잠들어 있다. 이들이 섬이 되기에는 동해는 너무 깊었다.

동해 바다 최후의 화산이라고 할 수 있는 울릉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바람과 파도에 깎여 사라질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 울릉도는 죽어있는 땅이 아니라 가슴 속에 마그마를 품은, 살아있는 화산이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특히 울릉도는 현세(1만 년 전 이후)동안에도 매우 활발히 활동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울릉도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이긴 하지만 산악 지형이 험해 생각보다 연구가 많지 않다. 과거 울릉도 연구는 일본의 화산학자들이 많이 해왔다. 울릉도 분화 시 일본으로 날아간 화산재를 기반으로 한 연구가 있었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일본 학자들이 울릉도로 직접 들어와 연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울릉도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0년대 이후다. 필자와 연구진은 여러 차례 울릉도를 방문해 나리분지 안에 일본 학자들이 찾지 못한, 60m 두께의 새로운 화산재 층을 발견했다. 화산재 층은 울릉도에서 일어났던 최근 5번의 분화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동안 울릉도는 오래전 활동을 멈춘 ‘사화산’으로 규정됐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울릉도는 살아있는, 그리고 다시 분출할 수 있는 화산임이 밝혀졌다.
 

울릉도 나리 분지. 유일한 분지로 성인봉의 화산 폭발로 봉우리 아래 부분이 함몰돼 생긴 칼데라 지형이다
 

2. 1만9000년 전, 용암돔의 폭발

현재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화산쇄설층(화산재 지층)은 약 1만9000년 전에 생성된 것이다. 이 화산쇄설층 아래에는 두꺼운 각력질 퇴적층이 있다. 분화 이전에 오랫동안 화산활동이 없었다는 뜻이다.

화산 활동을 멈춘 오랜 기간, 울릉도 나리분지 북부 지하에는 점성이 높은 마그마가 느린 속도로 올라오면서 용암돔(크립토돔)을 만들고 있었다. 이 용암돔이 당시 나리분지에 고인 호숫물과 만나 큰 폭발을 일으켰을 것이다.

1000℃의 뜨거운 마그마가 차가운 물과 만나면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부피가 1000배 이상 증가하며 폭발한다. 일종의 증기 폭발이며, 지질학에서는 ‘폭발성 수성분화’라고 한다. 첫 번째 폭발로 용암돔의 내부 압력이 낮아지면서 다시 큰 폭발을 일으켰다. 두 번째 폭발에서 나리분지 북부의 칼데라 벽이 상당부분 무너져 내렸다.

울릉도의 모양을 바꿀 만큼 큰 분화가 8000년 뒤인 1만1000년 전에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는 마그마의 양이 훨씬 많고 폭발력도 강했다. 백두산 분화 규모까지는 아니지만, 일본에 화산재를 날려 보낼 정도였다. 이번 분화는 나리분지에 고인 물과는 상관이 없었다.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빠른 속도로 뿜어져 나오며 폭발한 것으로, 마그마가 올라오는 길이 깨지면서 수m 크기의 암석 조각과 물에 뜨는 다공질 부석 등을 비롯해 많은 화산재를 쏟아냈다.

특히 폭발 초기에는 분화구가 작았기 때문에 화산가스와 화산재가 빠르게 솟아나와 대기권 상층부까지 치솟았다. 이때 폭발구름에 실린 화산재는 편서풍을 타고 먼 동해 및 일본 규슈 지역까지 날아가면서 해저 퇴적층과 일본 호수 퇴적층을 만들었다. 학계에서는 이를 ‘울릉-오키 테프라’라고 부른다.

이후 여러 차례 분화하면서 마그마가 나오는 길이 무너지고, 상부의 칼데라가 붕괴하면서 나리분지 북쪽 벽면이 상당부분 파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의 연구팀이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새롭게 발견한 60m 규모의 화산재층 중 일부






3. 작지만 의미 있는 두 번의 분출


두 차례 대형 분출을 겪은 울릉도는 2000년간 잠시 쉬다가 9000년 전 다시 꿈틀댄다. 이 때 나리분지는 상승하는 마그마와 칼데라 내 지하수가 반응하면서 폭발성 수성분화를 여러 차례 겪는다. 그 후 잠시 쉬다가 많은 양의 마그마가 다시 올라오면서 마그마성 분화를 일으킨다. 세 번째 분화는 수성분화와 마그마성 분화가 함께 일어난 사례로 꼽힌다.

세 번째 분화가 있고 약 3400년 후(5600년 전) 화산이 다시 움직인다. 이때는 폭발성 수성 분화와 마그마성 분화가 짧은 간격으로 반복됐다. 여러 차례 이 같은 분화를 하다가 나리 분지의 물이 줄어든 뒤에는 마그마성 분화가 주를 이뤘다.

네 번째 분화가 끝날 무렵에는 폭발력이 감소하면서 용암이 샘처럼 솟아오르는 ‘용암분천형 분화’로 변한다. 이 기간 완전히 식지 않은 분출물이 분수의 물방울처럼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인근 지역으로 흩어져 서로 달라붙고 굳었다.

울릉도의 마지막 분화가 언제 일어났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퇴적된 화산재 층을 분석해 보면 네 번째 분화 이후 오랜 기간 휴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분화시기는 최대로 끌어올려야 5000년 전이다. 한반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마지막 분화는 마그마 내부에 가스 성분이 많지 않아 폭발적이지는 않았으며, 현재 ‘알봉’으로 불리는 나리분지 내 봉우리도 이때 완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4. 다음 분화는 언제?

그렇다면 울릉도는 화산 활동을 완전히 멈춘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울릉도는 1만 년 사이에 적어도 3번 활발하게 분화했다. 가장 최근의 분화는 5000년 이내에 있었다.

보통 활발하게 분화하고 있으면 활화산, 역사에 분화 기록이 있으면 휴화산, 아무런 기록이 없으면 사화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질학계는 이렇게 구분하지 않는다. 1만 년 내의 현세에 지질학적 화산 활동 기록이 있다면 ‘살아있는(생·live) 화산’으로, 그렇지 않으면 ‘사화산’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아무도 살지 않는 오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화산을 단지 역사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사화산이라고 규정하면 안 된다.

다만 현재 눈에 띄게 활동하는 화산을 생화산 중에서도 ‘활화산’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울릉도는 그동안 사화산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볼 때 울릉도는 살아있는 화산이다. 게다가 (아직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울릉도 하부의 지열이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에서 울릉도를 3곳 정도 시추했는데, 울릉도 지역은 1km 내려갈 때마다 100℃ 정도 증가했다. 일반적으로는 1km에 20~30℃증가한다. 울릉도 하부에 기존 마그마가 아직 남아 있거나, 아니면 새로운 마그마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언젠가 폭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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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손영관·김기범 기자
  • 기타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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