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누가 동해를 낳고 키웠나?
동해를 만든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누구는 대륙충돌이라고 하고 누구는 동해 하부로 끼어 들어가던 태평양판 때문에 일본땅이 끌려 내려간 것이라고 하는 등 다양한 설명이 있다.
대륙충돌설은 4000만 년 전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에 부딪히면서 엄청나게 큰 힘이 아시아 대륙 전체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라시아판이 튀어 올라왔다는 것이다. 마치 바나나 아랫부분을 강하게 쥐면 껍질은 가만히 있고 알맹이가 위로 올라오는 것과 같다. 일본과 북서태평양 가장자리는 껍질, 유라시아판은 알맹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이때 껍질과 알맹이가 벌어진 사이로 물이 들어와 동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바이칼호나 남중국해도 같은 원인으로 생긴 동해의 형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설명이 잘 안 된다. 다른 학자들은 일본 남쪽의 해구를 통해 유라시아판 하부로 들어가는 태평양판이 일본을 잡아당기면서 동해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출생뿐만 아니라 동해를 누가 키웠는지도 잘 모른다. 이에 관한 기존 학설 중 하나는 이른바 ‘부채꼴 확장설’이다. 약 1500만 년 전 일본 동북쪽에 있는 가장 큰 섬인 혼슈(도쿄가 있는 섬)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일본 최남단의 규슈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동해가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주로 고지자기학자들이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가설로는 1500만 년 전에 나온 일본 이동의 증거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또다른 이론으로는 일본 섬들이 남동쪽으로 그대로 이동했다는 인리형 분리 가설이 있다. 일본의 북쪽과 동쪽을 잡고 쭉 당기듯이 평행사변형 이동을 한 것이다. 두 가지 구조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생겼다는 가설도 있다. 동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02 동해 해양지각은 ‘한 지붕 세 가족’
동해는 우리나라, 일본, 러시아로 둘러싸여 있다. 동해 해저 역시 여러 덩어리로 갈라져 있는데 크게 울릉분지, 야마토분지, 재팬분지로 나눈다. 이들 커다란 세 분지 사이에 유라시아판에서 떨어져 나온 한국대지, 야마토퇴 등의 고지대가 위치한다.
해저가 복잡한 것처럼 동해의 성장과정 역시 복잡했다. 동해의 성장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동해 북부의 재팬분지가 확정되던 때로 올리고세 초기(3200만 년 전)로 추정된다. 이 당시 재팬분지의 동편이 서편에 비해 빠른 속도로 확장되면서 전형적인 해양지각을 생성했다. 두 번째는 마이오세 초기(2300만 년 전)로 울릉분지와 야마토분지가 넓어졌다. 마이오세 중기(1500만 년 전) 무렵까지 확장과 침강을 통해 동해 해저가 깊은 해양분지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가 중요하다. 약 1500만 년 전에 일본 규슈 남쪽에 인접한 태평양판이 필리핀판으로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동해 해저를 바깥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서서히 약해지고, 다시 북쪽으로 밀어내는 힘을 받게 된다. 영원히 커질 것 같았던 동해 해저를 필리핀판이 막은 것이다. 북쪽 방향으로 가해진 힘은 울릉분지 남부와 일본 규슈 서북부를 쭈글쭈글한 습곡대로 만들었으며, 대마도 또한 이 시기 습곡작용을 받아 해수면 위로 상승했다.
03 동해에 독도 같은 섬이 가득했다?
화산, 지진, 대장간의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먼 옛날 동해에 별장을 짓고 한참 놀다간 것 같다. 동해 바다 퇴적층 깊은 곳에서 헤파이스토스의 놀이터처럼 보이는 엄청난 화산지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울릉도, 독도 주변에 안용복 해산, 심흥택 해산, 이사부 해산 등이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필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얻은 고심도 탄성파 반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울릉분지뿐만 아니라 한국대지 및 한반도 대륙 주변부를 따라 수많은 화산이 수백~2000m 이상의 두꺼운 퇴적층 아래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크고 작은 화산체는 50여 개 정도로, 높이 1000m 이상의 대형 화산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약 2000만 년(마이오세 초기)~1100만 년(마이오세 중기) 전에 분화했다.
해저 화산층은 3단계에 걸쳐 만들어졌다.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초기 화산들은 울릉대지 및 한국대지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수백 m 높이의 소형 화산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동해가 갈라지던 초기 육지 또는 육지 가까운 얕은 바다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일본이 강한 힘으로 끌려가면서 지각이 얇아졌고, 이 틈을 타 얕은 바다의 이곳저곳에서 용암이 치솟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동해에는 섬이 울릉도와 독도, 달랑 두 개지만 과거에는 다도해마냥 화산섬이 즐비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조사한 우리나라 수역뿐 아니라 재팬분지, 야마토분지 등에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도는 수면에 노출된 화산체의 가장 꼭대기가 파도에 깎이고 깎이다 남은 마지막 조각이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4/783027682535deaf4c0ad6.jpg)
넓은 지역에 걸친 첫 번째 화산 잔치가 끝난 뒤 좀 더 좁은 지역을 따라 두 번째 화산들이 분화했다. 이번에는 비교적 덩치가 큰 화산들이다. 현재 남아있는 것들은 높이가 대략 1000m 이상이며, 울릉분지 북부를 따라 동북동-서남서 방향으로 일렬로 늘어섰다. 이들 화산은 동해가 이미 현재의 모습을 갖춘 그 당시에, 일본 야마토분지 내의 야마토해산대와 더불어 동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총 길이 700km이상의 거대한 화산대를 이뤘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 거대 분화가 아니었을까? 이렇게 생긴 화산섬도 활동을 멈춘 뒤 파도에 의해 정상부가 깎이고 깎여 바다 밑으로 숨어들었다.
마지막으로 해수면에 가장 가까운 화산들은 약 500만 년 전(플라이오세) 이후에 분화한 것으로 보인다. 오직 우리나라의 울릉분지에만 분포하며, 울릉도, 독도, 안용복해산, 이사부 및 심흥택 평정해산 등이 포함된다. 화산 숫자는 이전보다 적지만, 높이가 2000m 이상인 대형이다. 바다를 뚫고 거대화산이 여러 차례 분화하면서 화산의 높이를 높였다. 이 당시에는 울릉도, 독도뿐 아니라 안용복해산, 이사부해산, 심흥택 평정해산 등이 열도를 형성했을 것이다.
독도는 수면 위에 노출됐던 화산체 최상부가 대부분 파도에 깎이고 남은 마지막 한 조각의 암체다. 울릉도 역시 화산활동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파도에 깎여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몇 백만 년 후에는 독도도 해수면 아래로 내려가 ‘독도 평정해산’으로 불러야할지 모른다.
04 일본, 다시 한반도의 품안으로?
격동의 세월을 지낸 동해 바다는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까. 동해를 주물럭거리며 한반도와 일본 사이를 멀어지게 했던 힘이 약 1200만 년 전에 멈췄다. 이 당시 일본을 남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은 거의 사라지고 필리핀판이 북쪽으로 밀어올리는 힘만 남았다. 현재는 이 힘도 멈추고 일본을 서쪽, 즉 우리나라 쪽으로 밀고 있다. 즉 동해를 다시 압축하는 힘이 강해지고 있다. 현재 자주 일어나는 동해 연안의 지진활동은 기존 단층이 다시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동쪽의 태백산맥 역시 일본을 서쪽으로 다시 밀어내는 힘 때문에 생겼다고 보기도 한다.
현재는 이러한 힘이 줄긴 했지만, 움직임은 여전하다. 울릉도와 같은 화산은 불과 5000년 전에도 활동했다. 지질학의 세계에서는 매우 최근이다(파트2 참조). 만일 현재의 힘이 계속 된다면 동해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먼 미래의 일이지만 일본은 다시 한반도 쪽으로 밀려오면서 결국에는 충돌할 수도 있다. 수천만 년 뒤의 일인데, 그때 양국의 후손들은 다투지 않고 잘 살아가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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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그대, 살아서 꿈틀대는 동해를 보았는가
PART1. 동해 해저에 거대 화산이 있다
PART2. 일본까지 화산재 날려보낸 젊은 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