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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로봇 연구의 중심지를 찾으라면 와세다대를 첫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수준 높은 로봇 연구가 진행되는 와세다대 이공학부는 현재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인간형 로봇 프로젝트’(HRP)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만화에서 아톰이 태어난 곳도 바로 와세다대가 위치한 도쿄 신주쿠 다카다노바바다.

와세다대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로봇공학자 중 한사람인 기계공학과 스가노 시게키 교수를 만났다. 지능기계연구실을 이끄는 스가노 교수는 인간과 거의 똑같은 상체를 갖고 있는 ‘웬디’(WENDY)와 감정을 표현하고 학습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와메바’(WAMOEBA)를 개발해 유명해진 로봇공학자다.


스가노 시게키 교수팀 이 개발한‘와베바- 2Ri’. 인간의 얼굴 을 구별하고 친밀도에 따라 달리 반응한다.


프로그램화되는 인간의 마음

왜 인간형 로봇을 만드냐는 질문에 대해 스가노 교수는 “로봇이란 결국 인간과 함께 사는 도구”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인간형 로봇은 로봇이 인간과 똑같이 되길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인간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하고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기 위해서 로봇은 인간을 닮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로봇의 눈이 3개거나 손이 5개라면 거부감부터 느끼게 되고 결국 원할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로봇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 대해 스가노 교수는 “로봇이 인간의 모습보다 인간의 느낌을 갖도록 노력한다”고 말한다. 물론 인간과 똑같은 로봇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도 갖고 있단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 지능, 감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디까지 흉내낼 수 있는지가 그가 정말 해결하고 싶은 과제다.

생일을 맞이한 아톰에 대해 스가노 교수에게 그와 같은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지 물어봤다. 그는 “아톰을 힘이 세고, 대화를 하며, 인간과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로봇으로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에 “그런 아톰은 정말 개발하기 어렵다”고 딱잘라 말한다. 잠시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달걀 깼을 때 가장 행복해

곧바로 스가노 교수는 책상 구석에 놓여있는 소니의 ‘아이보’를 가리켰다. 아이보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지만 어디까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실제 인간의 감정과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만화에서도 아톰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고 그렇게 보이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고 설명한다. 만화영화 속의 아톰은 장래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스가노 교수는 “아톰은 사실 앞으로 만들어질 인간형 로봇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인간과 감정을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로봇, 즉 학습, 지능, 기억을 갖는 로봇이란 생명체를 만들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보여준다.

로봇연구자로서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스가노 교수는 고뇌하면서 만든 로봇이 예상대로 실제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라고 대답한다. 웬디가 자신의 팔로 문을 인간처럼 부드럽게 열었을 때, 또 처음 달걀을 깼을 때가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스가노 교수는 “일본, 한국, 중국은 유교적인 생각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며 “감정 자체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형 로봇에 대한 생각이 서로 비슷하고 인간형 로봇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쉽다”고 말한다. 조만간 아시아 나라들이 협력해 좋은 인간형 로봇을 만들 날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200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스가노 시게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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