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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3년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을 개척한다는 ‘달, 화성, 그리고 그 너머(Moon, Mars and Beyond)’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12년 화성에 착륙시킨 큐리오시티 탐사로봇도 이 계획의 일환이다. 민간기업 씨넷-스페이스엑스는 2030년경 화성에 8만 명을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화성여행은 그리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다. 사람은 우주여행 같은 무중력 상태에 오래 노출되면 근육 위축, 골다공증, 신경 교란이 일어나고 면역기능이 떨어진다. 또 우주에서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양의 물과 음식, 연료도 문제다. 우주선을 발사할 때 1kg당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우주비행사들의 폐쇄공포증을 다룬 영화 ‘팬도럼’처럼 좁고 답답한 우주선에서 수개월 동안 머무르는 동안 어떤 심리적 불안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현재 기술력으로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는 최소 8.5개월이 걸린다. 왕복 17개월이다. 여기에 화성이 다시 지구와 최단거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체류기간 15개월을 더하면 총 32개월을 우주에 머물러야 한다. 장기간 우주여행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해결방법은 겨울잠, 즉 동면이다.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은 지구에서 판도라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 안에서 무려 5년 9개월 22일이나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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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의 핵심은 ‘부르르 떨며 깨는 것’
1파트에서 본 것처럼 인간을 다른 동물처럼 겨울잠 상태로 빠뜨리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그런데 초점은 오랫동안 재우는 것만이 아니다. 동면의 하이라이트는 의외로 ‘각성’이다. 사실 동물은 겨울잠을 잘 때 곱게 잠만 자지 않는다. 5~10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깨는데, 이때마다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격렬하게 열을 생성한다. 체온은 놀라운 속도로 올라간다. 박쥐는 0℃ 가까이 내려갔던 체온을 각성 1시간 만에 무려 35℃까지 끌어올린다. 각성의 비결은 등줄기와 목 부위에 저장해놓은 갈색지방이다. 갈색지방이 산화하면 단시간에 체온과 대사율이 활동기 때만큼 올라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동면 기간 동안 면역 기능과 신경, 근육과 뼈를 보호한다.
우리 연구실은 지난 25년간 박쥐의 겨울잠을 연구해왔다. 박쥐는 신기하게도 겨울잠을 잘 때나 여름에 활동할 때 근육조직과 근력에 차이가 없다. 근육을 전혀 쓰지 않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말이니 헬스장에서 힘들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눈이 뒤집히고 기가 막힐 일이다. 박쥐가 겨울잠을 잘 때 근육이 위축되지 않는 이유는 각성기에 열충격단백질(HSP)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HSP는 세포가 다른 단백질을 잘 합성하도록 도와주고, 손상된 단백질을 회복시키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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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좀 줄어드는 게 큰 문제일까. 그렇다. 무중력 상태에서 오랫동안 근육운동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우주인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우주정거장에 56일간 체류한 우주인의 무릎 근력은 우주비행 전에 비해 20%나 감소했고, 175일 동안 체류한 우주인의 대퇴부 근력은 무려 25~42%나 감소했다. 우주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당연히 문제가 된다.
따라서 겨울잠 동물들이 각성할 때 증가하는 열충격단백질 발현의 원리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우주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과 함께 2016년에 국제우주정거장/일본모듈(ISS/JEM)에서 근육위축 억제 실험을 할 계획이다.
겨울잠 중 각성은 병균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역할도 한다. 동물의 몸에 병원체가 들어오면 면역계가 반응해 체온이 1~2℃ 상승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머리에서 열이 나는 이유가 이것이다. 열은 괴롭지만 우리 몸은 덕분에 낫는다. 그런데 겨울잠을 잘 때는 병원체를 투입해도 체온이 올라가지 않는다. 면역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각성기가 되면 정상적으로 면역반응이 일어나 체온이 1~2℃ 추가로 상승한다. 동면 중 몸으로 들어온 병원체를 각성기 때 한꺼번에 몰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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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면서 다이어트한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각성까지 포함한 겨울잠유도실험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겨울잠 실험은 대개 각성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한 단계 뛰어오른 것이다. 얼마 전에는 사람처럼 겨울잠을 자지 않는 포유류인 쥐에게 저체온/저대사를 일으키는 T1AM이란 물질을 반복투여해서 각성기 1일 포함 총 5일 동안 겨울잠을 자게 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중 가장 오랜 기간이다. 실험을 마친 후에 후유증도 없었다. 현재는 동면기간을 더 연장하는 방안과 좀더 큰 포유동물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겨울잠을 자는 동물에게 있을 것으로 보이는 다른 동면물질을 찾고 있다.
겨울잠유도기술은 우주탐사 외에도 다른 많은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보를 가져올 것이다. 먼저 다이어트다. 예를 들어 몸 안의 지방만 골라 태워버리는 기능성 수면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잠만 자도 살이 빠진다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겨울잠을 잘 때 주 대사물질이 탄수화물에서 지방으로 바뀌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장애자의 재활치료나 장기 이식 수술, 응급환자의 구급활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도 일부 하고 있는 저체온수술이 훨씬 보편화될 것이다.
겨울잠유도기술은 동토 지역이 많은 러시아, 캐나다 그리고 미국에서 활발한 편이다. 하지만 인간의 겨울잠유도 연구는 학계에 공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부가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20년 안에 다가올 화성 유인탐사에서 우주인 생존을 위한 비법이 무엇일지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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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겨울잠 스위치 켜고 우주여행 떠나자
PART1. 단언컨대 사람도 겨울잠 잘 수 있다
PART2. 화성여행의 비결은 겨울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