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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바이오(Bio) 화장품의 진실

바이(Buy)냐 바이(Bye)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난 5월, 화장품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선 ‘바이오 화장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한국의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의 선호도가 낮은 데다, 최근 소비자들이 인공화합물을 거부하는 추세라는 게 그 근거다. 관심이 생겨 ‘바이오 화장품’을 검색하니 줄기세포, EGF, 성장인자와 같은 어려운 생물 용어와 함께 주름 개선, 미백 효과 등 깜짝 놀랄 만한 효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트렌드인 건 알겠다만, 줄기세포 배양액을 함유해 피부를 ‘재생’시켜 준다는 바이오 화장품의 현란한 광고 문구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성장인자

우선 바이오 화장품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현재 바이오 화장품에 대한 법적 정의는 따로 없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도 바이오 화장품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기능성 화장품의 일부로 취급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다루고자 하는 바이오 화장품은 ‘천연 추출물 또는 바이오 기술에 기반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화장품’을 말한다(2015년 5월 27일 LG경제연구원 Weekly 포커스에서 발췌). 여기에 해당하는 화장품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건 줄기 세포 화장품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 혹은 줄기세포 활성화 화장품이다. 줄기세포는 체내와 동일한 조건이 아니면 바로 죽기 때문에 줄기세포 배양액이나 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사용한다.
 
줄기세포는 신체 내 어떤 조직으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이 세포가 분화하면 주변세포의 성장을 유도하는 신호물질을 분비한다. 그 물질을 성장인자라 한다. 줄기세포 배양액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EGF), 섬유아세포성장인자(β-FGF) 같은 물질이 들어있다. 이 물질을 추출해 화장품에 넣은 게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이다. 최근엔 넣은물질에 따라 구체적으로 EGF 화장품, 혹은 FGF 화장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EGF는 피부와 같은 상피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고, FGF는 피부의 탱탱함을 결정하는 콜라겐, 엘라스틴과 같은 섬유물질이 만들어지게 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성장인자가 줄어 피부가 처지고 거칠어지기 때문에, 성장인자를 인위적으로 제공해 주름을 개선한다는 논리다. 못난이의 상징, 팔자주름을 없애준다는 말에 EGF 재생크림을 결제하려는 순간, 문득 의문이 생긴다.



단백질인 성장인자, 피부 통과하기엔 너무 커

EGF든 FGF든 성장인자는 모두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크기가 크다. 하지만 우리 피부 세포를 통과할 수 있는 입자의 최대 크기는 500Da(달톤, 1달톤은 수소 원자 1개의 무게로 단백질의 크기를 표현할 때 이용됨.)정도다. 6.2kDa인 EGF는 피부를 통과하기엔 턱없이 큰 물질이다. 심동섭 이노진 대표이사는 “각질층을 통과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각질층으로 단백질 같은 큰 물질이 통과한다면 우리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부에는 각질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공처럼 미세한 구멍들이 있죠. 화장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피부와 두피에 같은 펩타이드 성분을 처리하면 이상하게 두피에서 훨씬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요. 그래서 원인을 분석하다가 두피의 모공이 피부보다 훨씬 크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펩타이드가 모공을 통해 피부 안으로 침투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어요.”

독일 마르틴루터 할레비텐베르크대 하겐 트로머 교수도 2006년 발표한 논문에서 각질층을 통과할 수 있는 경로로 모공을 제시했다. 하지만 모공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피부의 0.1%로, 이 경로가 피부 흡수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적다고 밝혔다.


쉽게 망가지는 단백질, 화장품에 넣는 순간 분해

모공을 통해서 EGF나 FGF가 통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단백질은 100개 가까이 되는 아미노산들이 상호작용으로 연결된 거대한 구조물이다. 이 구조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단백질은 그 특성을 잃는다. 단백질이 pH나 온도에 따라 쉽게 변하는 것도 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최소 6개월, 길게는 3년까지다.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공정 시간까지 합치면 더 길 것이다. 이 시간 동안 성장인자가 자신의 특성을 간직한 채 우리의 피부에 닿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럴 리가 없다’. EGF나 FGF와 같은 성장인자는 구조가 불안정한 단백질에속한다. 연구실에서도 EGF는 영하 20°C의 극저온에서 보관한다. 이렇게 해야 고작 1~2년 버틸 수 있다. 미네랄이나 아미노산과 같은 물질만 넣은 용액에 4°C로 보관하면 한 달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4°C를 유지하면서 유통되는 화장품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유통한다 하더라도 실험실과 같은 용액을 사용하는 화장품은 없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화장품 안에는 성장인자 이외에 피부를 개선시켜 줄 많은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화학물질을 만난 성장인자는 유통기한하고는 상관없이 제작 단계에서 이미 분해돼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심사는 ‘포괄주의(negative system)’를 고수한다. 포괄주의는 제한이나 금지하는 사항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자유화하는 원칙을 말한다. 즉, 인체에 유해한 금지성분이나 한도 성분이 아니면 자유롭게 넣을 수 있다. 광고에 대한 규제도 ‘피부노화 감소, 피부 손상 회복’과 같은 표현을 금지시키는 정도다. 피부노화 완화는 가능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EGF 화장품이 피부노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 문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EGF가 실제로 얼마나 들어갔는지, 이것이 피부노화 완화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화장품 회사의 양심이다. 이를 믿고 안 믿고는 결국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몫이다.

201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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