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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기의 지구

오존층파괴, 지구온난화, 엘리뇨, 사막화

지구가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나날이 올라가는 지구의 온도 때문에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기상이변이 속출하며, 사막이 늘어가고 있다. 또 오존층이 파괴돼 생물들의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다. 우리는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

황해 바다는 지난 5만년중 2만5천여년 동안 바닥을 보였고 지금처럼 출렁이는 바다의 모습을 갖춘 시기는 지난 1만년에 불과하다. 기후는 지구가 탄생한 이후 늘 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당면한 기후 변화는 지난 16만년을 통틀어 가장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기후 변화가 빠른 것은 문명의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엘니뇨, 사막화, 홍수, 가뭄 등을 지구 기후의 심각한 문제로 고려한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오존층 파괴와 지구 온난화다. 이들이 지구 기후시스템을 위협하는 핵심이라는 말이다.

오존층 없었다면 우박 맞아 죽었을지도

오존층은 성층권 안에 있으면서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의 대부분을 흡수해 따뜻한 성층권을 만든다. 비교적 차가운 대류권을 덮고 있어 아래가 차갑고 위는 따뜻한 기온 분포를 보인다. 물을 끓일 때 바닥의 물은 열을 받아 더워지면서 위로 치솟고 충분히 식으면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대류권에 보이는 구름들이 바로 이와 비슷한 과정들을 겪고 있다. 자외선을 제외한 나머지 태양 광선의 대부분이 지표에 흡수돼 열 에너지로 바뀌어 지표를 데우면서 지표는 그릇을 올려놓은 뜨거운 바닥 역할을 한다. 대기는 바닥에 올려진 끓는 물에 해당한다.

오존의 자외선 흡수로 가열된 성층권이 없었다면 구름들은 지금처럼 대류권의 계면 곧 권계면에 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층권을 꿰뚫고 높게 자랐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깊은 구름 속에서 우박들은 아마 모두 큰 구슬만한 크기로 자라 초속 50m의 속도로 지상과 해상을 강타했을 것이다. 물론 이를 견딜 수 있는 생물은 지구상에 거의 없다. 이처럼 오존층은 구름 높이를 제한시켜 우리들을 보호한다. 오존층이 만들어지기 전인 고생대에 삼엽충 같은 생물이 바닷속에서만 왔다갔다 했던 이유도 우박에 맞아 죽기 싫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자외선 때문에 지상에서 왔다갔다 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CFC, 최대의 발명품이 최악의 발명품으로

오존층 파괴의 주원인은 프레온가스로 알려진 염화불화탄소(CFC)다. 이 물질은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 제일 견고한 물질이다. 대부분의 물질들은 비와 눈에 씻겨 지표에 떨어지는데, CFC는 성층권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말이다. 아황산가스나 에어로졸 같이 공기 중에 투입됐던 오염 물질이 빗물에 잡혀 땅으로 되돌아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10일을 넘지 않는다. 88서울올림픽을 깨끗한 공기 속에서 치르게 것도 일정 기간 자동차 운행을 자제해 오염물질을 빗물로 줄인 탓이다.

하지만 CFC는 다르다. 우선 빗물에 씻기지 않을뿐더러 햇빛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일단 공기 속에 들어가면 점점 위로 확산돼 성층권에 도달한다. 성층권에 도달한 CFC는 강력한 자외선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분해된다. 이때 만들어진 염소기라는 것이 오존구멍을 만든다. 염소기들이 수많은 오존 분자를 산소 분자로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그림1).


(그림1) CFC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메커니즘^프레온 가스로 알려진 CFC는 매우 안정된 물질로 오존층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오존층에 도달하는 강력한 자외선에는 견디지 못하고 분해된다. 이때 CFC로부터 떨어져나온 염소기가 오존층의 오존분자들을 산소분자로 분해시키는 촉매역할을 한다.


염소기가 촉매 역할을 하려면 계면이 필요하다. 성층권에서 계면 역할을 하는 것은 -80℃와 같은 낮은 기온에서 생기는 질산구름방울들의 표면이다. 여기에는 보통 구름들의 원료인 물이 거의 없다. 질산구름 방울들은 기온이 좀 올라가면 곧 증발해서 없어진다. 그러므로 질산 구름은 겨울에 남극과 북극의 상공에서 잘 생긴다.

햇살이 전혀 없는 한 겨울에는 자외선이 없어 CFC로부터 염소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 그러다 봄철로 들어서면 기온이 너무 올라가 질산 구름 방울들이 증발해 없어진다. 따라서 CFC로부터 염소기가 떨어져 나와 촉매로 날뛰는 시기가 늦은 겨울에서 아주 이른 초봄에 이르는 한달여 동안이다. 이 기간에 상당한 오존이 산소로 변해 오존 구멍이 생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계속 수송되는 오존으로 구멍은 메꿔진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매해 오존 구멍이 점점 커지고 복원도 잘 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오존 관측 자료를 보면 극지 상공뿐 아니라 중위도 상공의 오존층도 지난 10년동안 약 1% 정도 얇아졌다.

오존층은 지구의 피부와 같다. 따라서 오존층이 얇아지거나 파괴될수록 생물은 살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피부암과 백내장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얕은 바다의 플랑크톤이 죽고 있다. 이는 생태계의 먹이 사슬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우리가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CFC가 쓰이는 냉매와 분무체 등의 사용을 절제하는 것.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CFC 사용이 제한돼 오존층 안의 CFC 농도 증가는 정지됐다. 그러나 이미 성층권에 올라간 CFC만으로도 오존층은 수십년간 파괴될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위한 첫 번째 방법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의 발생을 막는 것이다.


2050년 CO2는 1980년의 2배

지구 온난화는 대기 중에 온실 기체가 증가함으로써 지구가 더워지는 것이다. 현재 지배적인 온실 기체는 이산화탄소(CO2)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지구 외부로 나가는 장파 복사를 차단해 대기와 지구를 덮히는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에너지와 물질들을 얻어 쓰면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다. 과학자들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2050년에 1980년 수준의 두배에 도달하고 그때 지표 기온은 2.5℃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값은 지구 전체에 대한 평균이다. 지역적으로는 차이가 커 적도에서는 1℃, 극지에서는 8-10℃를 넘는다(그림2).


(그림2)해마다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농도^화석연료의 사용으로 해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 그림은 하와이 마우나 로아 지역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곡선(ppmv는 1백만분의 1부피).


극지의 기온이 상승하면 극지에 쌓여 있는 얼음이 녹거나 승화된다. 이처럼 녹거나 승화된 얼음은 물이나 수증기로, 다시 수증기는 물로 변해서 모두 바다로 들어가 해수면이 높아진다. 해수면의 상승은 주요 해안선의 모습을 바꿀 것이고 그것은 다시 전 세계 해안 선에 따라 일어나는 조석의 모습을 바꾸게 될 것이다. 해양 도서 국가들의 일부는 침몰 직전에 몰리고 그 지역의 시민들의 대부분은 이주해야할 것이다.

1990년 7월에 브라질의 리우에서 세계 주요 정상들이 모여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고, 그 이후에 베를린 교서, 1998년 10월 초에 교토 의정서 등이 잇따라 나왔다.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그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6-8%씩 내리기로 선언했다. 실제로 일본, 미국, 유럽 연합 등은 이미 이 목표에 거의 도달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준에 적용을 받지 않지만 10여년 정도의 여유 기간 안에 새로운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지 않는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석탄, 석유 등)를 태워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기체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대기 중에 퍼부은 이산화탄소는 1백50년 간은 그대로 대기 중에 머물것이라고 한다.

엘니뇨는 신기록 제조기

근래 우리나라에 상당한 강도와 빈도로 닥친 집중 호우들의 원인을 엘니뇨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최근 20년동안 관측된 엘니뇨 현상들의 이상 징후를 지구 온난화에서 찾으려 하는데 이는 맞는 말이다.

엘니뇨는 대기와 열대 태평양 간의 상호작용이 빚어내는 평균 4년 주기의 기후 변동이다. 엘니뇨가 오면 열대 동태평양의 온도가 전체적으로 2-4℃ 증가하며 열대 서태평양과 인도네시아 지역에서는 강수가 현저히 감소한다. 지난 해에 끝난 97-98 엘니뇨는 지난 200년 기간중 최대의 엘니뇨였으며 그전에는 82-83년의 엘니뇨가 최대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더욱 91-95 엘니뇨는 3백년 정도에 한번 꼴로 나타나는 특이한 장기 지속 엘니뇨였다. 지난 20년간 엘니뇨는 다양한 기록들을 남겼다. 예를 들어 1996년도는 지난 2백년 중 가장 더운 해였으며 이 기록은 1998년도의 무더위로 다시 깨졌다.

지구 온난화가 엘니뇨를 어떻게 강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들이 세워지고 있다. 그 중 한가지 가설. 엘니뇨 기간에는 열대 해수의 온도가 증가해서 많은 양의 열량이 수증기에 실려 대기로 들어간다. 이 열량은 응결과 강수를 통해서 주로 적도 상공과 열대의 태풍 그리고 중위도의 사이클론 속에서 잠열로 방출된다. 결국 엘니뇨는 열대와 아열대의 바다에서 주변 대기로 열을 평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송하는 이상 과정이다. 지구 온난화는 결과적으로 해면 온도를 증가시키는 과정이므로 이와 관련한 에너지의 수송 과정인 엘니뇨, 태풍, 집중 호우 등이 강화되리라고 본다.


사막이 커지면 하강공기의 양이 많아진다. 그리고 바람의 증가로 이어져 모래가 더 넓게 퍼지게 된다. 즉 사막이 계속 확장된다는 말이다.


사막에 부는 하강기류

지구 온난화의 또다른 위기는 사막이 날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로 증발이 잘 일어나면 강수량도 늘어날텐데 무엇이 문제일까. 상승 기류가 증가하려면 이를 보상할 하강 기류도 증가해야 한다. 즉 위로 올라간 양만큼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하강 기류는 아열대 고기압과 사막 위에서 주로 발생한다.

사막은 건조한 지면과 부족한 식생 때문에 알베도가 높다. 따라서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외계로 반사된다. 특히 사막 위의 공기는 그 높은 온도 때문에 그가 흡수한 태양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장파 복사로써 외계로 방출한다. 즉 사막 위의 공기는 복사로 에너지를 잃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복사 냉각으로 기온이 내려가고 공기는 하강한다. 사막은 뜨거우므로 상승 기류가 있어야 하고, 비가 안 오는 것은 워낙 공기가 건조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사막이 확장되기 시작하면 사막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이 세지고 이로 인해 외부로 수송되는 모래가 증가된다. 이것은 사막의 확장으로 연결되는데 매우 불안전한 과정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사막이 커지면 하강 공기의 양은 사막의 넓이에 비례하고 하강 공기를 보상할 발산적 공기의 양은 사막의 둘레와 바람의 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결국 바람이 증가하고 바람의 증가는 모래 수송의 증가를 초래하므로 사막은 계속 확장된다.

전계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와 관련된 문제들을 보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지구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구가 거친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지구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는 위기를 모른다. 단지 변화할 뿐이다. 그 변화를 위기로 만들고 위기로 느끼는 것은 우리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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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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