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하드웨어의 왕국 소니는 이제 소프트웨어에 진출, 제국(帝國)이 되려하고 있다.
일본의 거대 전자업체 '소니'가 최근 미국의 컬럼비아 영화사를 대주주인 코카콜라회사로부터 34억달러에 사들였다. 소니는 2년 전에 20억달러를 주고 CBS 레코드를 산 바 있는데 이로서 소니는 하드웨어 메이커로 출발, 소프트웨어시장에서까지 거인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소니의 영화 및 레코드업 진출은 소니의 하드웨어 즉 TV 비디오 워크맨 CD플레이어의 판매를 촉진시킬 것이 명확하며 또한 소프트웨어제작 자체가 이윤율이 높은 것이어서 경영여하에 따라 소니의 성장을 크게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회장(68)이 은퇴를 앞두고 '소니'의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 소프트웨어업계에 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국내에서는 소니의 컬럼비아 매입에 매우 당혹해하며 불만을 표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국민의 여론형성에 영향을 주는 대중매체가 일본인 손에 넘어갔기 때문. 미국의회는 이 거래에 대해 제재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이미 선례가 있기 때문에 제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소니가 매입한 컬럼비아는 '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 '간디' 등 명화를 포함, 2천7백여개의 필름을 갖고 있으며 TV 인기프로 '제퍼디' 등도 제작하고 있다. 또한 CBS 레코드는 '마이클 잭슨' '롤링 스톤즈' 등의 판권을 갖고 있다.
소니의 컬럼비아매입은 이제껏 일본기업의 미국기업 인수로는 금액에서 최대인 동시에 대중문화사업에서 '문화식민주의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미국의 체면을 크게 손상시킨 것이다. 지난 9월초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신문·방송·잡지는 크게 문제삼기 시작했고 '뉴스위크'지는 표지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여인을 자유의 여신상 모습을 갖추게 해 표지화로 싣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컬럼비아매입은 단지 건물같은 것을 사들인 사건이 아니라 미국인 영혼의 일부를 산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비교적 외국기업의 진출에 대범한 미국의 일반 시민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3%가 '이것은 나쁜 일'이라고 대답했고 단지 19%만이 인정하는 태도를 나타냈다.
순수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것은 미국이 그 경제적 주도권을 일본에 넘기는 명백한 증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80년대들어 미국기업은 일본에뿐 아니라 서유럽 여러 나라에 수다히 넘어갔다. 낯익은 이름 '스미스 코로나' '제네랄 일렉트릭 TV' '윌슨 스포츠용품' 등이 모두 외국인의 것이 되었다. 89년 현재 외국인의 미국제조업 관리비율은 12% 이상이며 3백만의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헐리웃 진출 즉 미국의 대중매체에 대한 외국인 지배도 늘어나 MTM, MGM/UA, 캐논그룹이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따라서 미국민들이 분노하고 의회가 떠들석해도 소니의 컬럼비아인수를 사후에 저지할 명분은 없는 셈이다.
어쨌든 전자제품으로 전체 매상액의 84%를 올리는 소니의 외형은 컬럼비아 인수 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비율이 6:4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것.
그러나 금상첨화격으로 하드웨어의 절대판매량도 자동으로 늘어날 것으로 소니측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