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화는 사막 환경이 점차 늘어나는 현상이다. 가뭄이나 산림 벌채, 개발 등으로 토지가 사막 환경으로 바뀌는 것이다. 산림이 사라지면 태양열의 지표 반사율이 증가하고 지표면이 냉각된다. 대기가 차가워지면 상승 기류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구름이 덜 만들어지고 강우량이 점차 줄어든다.
즉 사막화되는 것이다. 사막이라고 하면 모래로 뒤덮인 사하라나 고비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사막화 현상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이라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극심한 가뭄으로 강수량이 줄어들어 토지가 전반적으로 건조해지는 것을 말한다.

도시 사막화를 아시나요
서울 같은 도시 사막화는 양상이 다르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면적이 늘어나면서 빗물이 침투할 수 있는 지면이 줄어든다. 땅에서 나오는 수분 증발량도 덩달아 감소한다. 여기에 도심에서 발생하는 인공열이 합쳐져 기온이 상승하고 습도가 하락한다.
도시 사막화란 관점에서 보면 서울은 이미 심각한 사막화 현상을 겪고 있다. 도시 기후를 전공한 권영아 건국대 지리학과 박사는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0.74℃ 상승했다면 서울은 2℃ 넘게 올라 상승 폭이 두 배 이상”이라며 “아직까지 집중호우와 같은 물난리에 관심이 쏠려 있고 생활할 때 물 부족 현상을 체감하지는 못하겠지만 대기 중 수증기량만 보면 서울은 이미 상당히 건조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연평균 기온은 1960년대 11.5℃였지만 2000년대는 13℃로 상승했다. 평균 상대습도도 70%에서 2000년대 들어 60%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평균기온이 올랐으니 상대습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논리다. 즉 실제로 서울이 건조해진 것이 아니라 기온이 올라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무슨 뜻일까.



상대습도는 포화수증기량에 대한 현재 수증기량의 비율이다. 포화수증기량은 기온이 높을수록 늘어난다.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같더라도 기온이 오르면 상대습도는 낮아진다. 이것이 서울의 습도가 낮아진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포화수증기량과 상대습도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이내믹하다. 포화수증기량은 10℃일 때 9.4g, 20℃일 때 17.3g으로 기온이 1~2℃ 변한다고 큰 폭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1℃ 높아지거나 낮아질 때 포화수증기량은 겨우 1g도 변하지 않는 셈이다. 권 박사는 “하루에도 시간대에 따라서 기온과 습도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피부로 와닿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소상대습도가 2000년대 들어 현저히 떨어진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분명 서울은 고온 건조화가 진행되고 있다.
물이 침투할 곳이 없다
서울이 왜 도시 사막이 되어가는 것일까.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사막화된다고 할 수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서는 태양열이나 강우가 직접 닿는 지표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도시 사막화 현상은 지표면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면적은 약 600km2. 이 중 비가 왔을 때 물이 침투하지 않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등으로 덮인 불투수면적은 2010년 기준으로 289km2로 47.8%에 달한다. 1962년 서울의 7.8%에 불과했던 불투수면적이 지난 40년간 절반 수준으로 커졌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물을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든다.
토지가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줄어들면 우선 유출되는 물이 많아진다. 토지가 흡수하지 못하고 하천이나 하수도를 통해 흘러나가는 강우 유출량이 도시화 이전인 1962년 11%에 불과했던 것이 2010년 49%로 늘어났다. 반면 흡수되는 침투량은 47%에서 26%로 줄어들었다. 흡수되는 물의 양이 줄면 대기중으로 증발되는 증발량도 줄어든다. 2010년 증발량은 25%로 1962년의 42%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직접 느끼기 어렵고 눈으로 보이지도 않지만 대기 중 수증기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1년 내내 꾸준히 비나 눈이 오지 않고 강수의 70%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서울 기후 특성상 유출량이 많아지는 것은 치명적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7, 8월 강우량 집중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이 시기에 지표에 흡수되지 못하고 유출되는 빗물은 서울의 건조화를 더욱 부추긴다.

지상, 지하 단절이 더 문제다
1974년부터 2010년까지 만들어진 서울시의 지하철 역사 공간은 총 253만 4226m2다. 여기에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지만 지하 주차장과 지하 복합쇼핑공간 등을 합치면 어마어마한 지하공간이 개발되고 있다.
지하 공간, 특히 지하수가 흐르는 지역을 개발하면 지하수의 흐름이 끊긴다. 지하수 물줄기가 막히고 끊기는 데다 토양으로 흡수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면서 지하수 수위도 낮아진다. 실제로 지하수 수위는 1996년에 비해 2003년에는 9cm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현재는 이보다 더 낮아졌을 것이다.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나무가 살기 어렵다. 특히 새로 심는 가로수는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린 가로수들은 뿌리가 지하수에 닿지 못하기 때문에 갈수기 때 물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권영아 박사는 “지하수가 충분해도 불투수면적이 증가해 지표면과 지하가 단절돼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인공적으로 심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가로수에 물을 주고 다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건조한 대기가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립되면 대기 질도 나빠진다. 여름철에는 특히 바람이 불지 못하면서 고온 현상이 지속되기도 한다(2파트에서 자세히 다룬다). 이런 고온 건조 현상을 완화하려면 녹지를 차츰 늘려야 한다. 다만 잔디보다는 나무를 심는 게 중요하다. 잔디는 보기에는 좋지만 대기 순환에 전혀 효과가 없다. 나무는 작은 그늘만으로도 기온을 떨어뜨려 바람을 만들 수 있다.
도시 사막화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서울 기후를 이미 지배했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서울,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아래 확대된 그림을 참고하세요>;

<;위 그림을 확대한 그림1>;

<;위 그림을 확대한 그림2>;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PART 1. 잘 때 입술이 마르는 이유
PART 2. 도시 사막화는 죽음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