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저농축 고밀도 핵연료가 세계무대에서 마지막 검증을 앞두고 있다. 유럽의 연구용 원자로(이하 연구로)에서 성능이 검증될 경우 핵폭탄으로 전용될 위험이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대신해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심분무 핵연료 제조기술’로 생산한 우라늄-몰리브덴(U-Mo) 합금 분말 핵연료를 최근 벨기에와 프랑스에 무상으로 제공해 성능시험에 들어갔다. 이번에 제공한 핵연료는 기존 고성능 연구로에서 사용하던 고농축 우라늄과 달리 핵무기를 만들 수 없는 저농축 우라늄이다. 저농축 우라늄은 그동안 고성능 연구로에 사용하기 어려워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거의 쓰이지 않았다. 연구로에 필요한 고밀도를 얻기 위해서는 핵연료를 분말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라늄과 몰리브덴을 절구통에 넣고 잘게 부수는 기존 파쇄법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우산 돌리기’ 방식인 원심분무 기술로 이 문제를 극복했다. 파쇄법 대신 우라늄과 몰리브덴 합금을 1600~1800℃ 고온의 진공 상태에서 녹인 뒤 1분에 3만 번씩 회전하는 원판위에 떨어뜨려 미세한 구형분말 형태로 급속 응고시켰다. 우산을 돌리면서 그 위에 물을 뿌리면 물방울이 작게 나뉘며 튕겨나가는 것과 같다. 제조효율이 95% 이상으로 파쇄법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핵연료로서 성능도 뛰어나다.
박종만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로핵연료개발부 책임연구원은 “원심분무 기술은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며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우리가 만든 핵연료의 성능이 검증되면 전세계 연구로에 핵연료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연구로 핵연료 시장규모는 연간 5000억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