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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모작하면 한국엔 더 센 장마 온다



“진지 드셨지요?”

“그래, 너도 아침밥 먹었지?”

얼마 전까지 흔하게 듣던 아침 인사다. 우리 조상이 먹는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는 꽃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좋은 꽃, 먹을 수 없는 것은 나쁜 꽃이 되었다. 한 예로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으로 불렀다. 두 꽃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진달래는 먹을 수 있고 철쭉은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보릿고개라고 하는 시기가 있을 정도로 국민이 먹을 쌀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식량이 부족하면 국민이 고통을 받으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가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한 방법이 한 해에 농사를 두번 짓는 이모작이다. 그런데 이모작의 다른 영향은 없을까.

우리는 이모작이 국지적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한반도보다 3배나 넓은 화베이평원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중국의 대기오염은 살인적이고, 중국의 땅은 넓다”이다. 베이징은 공기오염이 너무 심해서 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중국 황제가 머물렀다는 자금성은 경복궁과 비교가 안 되게 크다. 자금성 한 바퀴 돌고나면 하루가 다 흘러가니까.

중국의 평야도 우리의 평야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넓다. 우리나라 서북쪽에 있는 중국 화베이평원은 한반도의 세 배쯤 넓다. 이곳에서는 20, 30년 전부터 이모작을 하고 있다. 밀과 옥수수를 교대로 짓는데 5월에 밀을 수확하고, 6월말에 옥수수의 씨를 뿌린다. 이를 통해 농산물 생산이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이모작 때문에 화베이평원이 일시적으로 사막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 관측위성인 테라(Terra)를 이용했다. 위성에 실린 관측기로 5월과 6월 동북아시아 곳곳의 지표면 온도를 측정했다. 오른쪽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6월의 지표면 온도는 5월과 비교해서 전 영역에서 높게 나타난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바뀌는 시기니 온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온도는 중국 북부 지역과 몽고, 그리고 화베이평원에서 크게 높아졌다. 큰 경우에는 10℃ 이상 높아졌다. 하지만 화베이평원과 위도가 같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3℃ 이상 높아지지 않았다.

중국 북부지역과 몽고에서 5, 6월의 온도 차이가 큰 이유는 대부분이 사막이기 때문이다. 풀이나 나무가 없고 지표면에 물이 없어서 내리쬐는 태양열을 식혀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태양 고도가 높아지는 초여름이 되면 지표면이 급격하게 뜨거워진다. 온도는 7, 8월에 훨씬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화베이평원에서 온도 차이가 큰 이유는 뭘까. 이 지역도 사막인가. 지명에서 짐작하듯이 이 지역은 대부분 평야다. 중국 최대 곡창지역의 하나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밀과 옥수수가 각각 중국 전체 생산량의 50%와 33%를 차지한다. 이렇게 중요한 곡창지역이 사막일리는 없다. 그럼, 왜?







[동아일보 황사조사단의 연구원이 2003년 중국의 건조 지역에서 추수 뒤의 밭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추수가 끝난 밭은 마치 사막처럼 변해 있다.]

추수가 끝나고 생긴 거대한 사막

화베이평원이 곡창지대임에는 틀림없지만, 5~6월에는 일시적으로 사막지역으로 바뀐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모작때문에 첫 번째 작물(밀)의 추수와 두 번째 작물(옥수수)의 씨뿌리기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동북아시아의 지표면에서 식생의 변화를 보자. 유일하게 화베이평원에서만 6월에 줄어들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일모작을 하는 곳은 식생활동이 봄에 증가해서 여름에 최댓값, 가을에 감소해 겨울에 최솟값이 된다. 반면에 이모작지역에서는 겨울과 5~6월에 최솟값, 봄과 늦여름에 최댓값을 갖는다.

이모작은 지표면의 온도에만 영향을 미쳤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화베이평원 지역의 수증기 양과 증발량, 대기 안정도에도 영향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 기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면 화베이 평원에서 5~6월의 온도 증가가 우리나라 여름 장마, 특히 7월의 장마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1980년대 이후 지난 30여 년 간 우리나라에서는 장마기간에 집중호우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 원인이 중국의 이모작이었던 것이다.

발해만은 비가 100mm 더 왔다

화베이평원 이모작의 영향을 가장 확실하게 알아보는 방법은 이모작을 전부 일모작으로 바꿔서 20, 30년 지낸 뒤 지금 기후와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후모델을 사용해서 그 영향을 간접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

기후모델은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날씨 및 기후 현상을 수학으로 표현한 것으로, 여러 복잡한 수학, 물리 방정식을 컴퓨터코드로 만든다. 기후를 예측하려면 엄청난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슈퍼컴퓨터를 이용한다. 기후모델을 이용하면 일모작과 이모작 가상 실험을 할 수 있고, 결과를 비교해 화베이평원의 이모작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기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연구팀은 기후모델에 넣는 모든 초기조건과 주변조건을 동일하게 하고, 화베이평원의 농사형태를 일모작과 이모작으로 나눠서 장기간의 기후모델 실험을 하였다. 그렇다면 기후 중에서도 어떤 현상을 봐야 할까.

화베이평원 이모작이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끼친다면, 분명히 비슷한 시기에 동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하는 여름몬순(우리나라의 장마)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동아시아 여름몬순은 근본적으로 동아시아 지표면 온도(뜨겁다)와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상대적으로 차갑다)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온도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동아시아에는 남풍, 혹은 남동풍이 광범위하게 분다. 이것이 바로 몬순이다.
화베이평원에서 6월에 지표면 온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면 동아시아 여름몬순도 더 강해질 것이다. 우리는 화베이 평원을 중심으로 특히 7월에 대기순환에 큰 변화가 있음을 확인했다. 대기순환의 변화는 강수량의 변화를 유도한다.

위의 그림은 기후모델 결과는 습기가 적은 6월에 강수량의 차이가 없지만 장마기간인 7월에 비가 훨씬 많이 오는 것을 보여준다. 화베이평원 일부지역과 발해만에는 강수량이 100mm 이상 늘어났다. 물론 우리나라 장마가 강해진 이유가 중국 이모작 때문만은 아니다. 지구 규모 관점에서 봤을 때 장마는 지구온난화로 극지역, 중위도, 열대지역의 온도 패턴, 그리고 대기중에 포함된 수증기량 등 복잡한 원인으로 바뀐다. 다만 중국의 이모작이 최근 장마를 더 강하게 한 주요 원인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일부 정리해서 ‘미국기상학회지’에 제출했고, 올해 7월에 발표됐다. 다른 학술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도 지난 5월호에 우리 연구를 주목할 만한 연구로 소개했다.



장마보다 더 무서운 녀석이 온다

최근 여러 중국학자가 화베이평원에서 지하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떤 학자는 현재 지하수 양이 1980년대의 10%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일모작에서 이모작으로 농업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나면서 물이 그만큼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수 양이 계속 줄어든다면 화베이평원과 주변의 식수원은 오염이 심해질 것이다. 미래에도 화베이평원의 강수량이 현재와 비슷하다면 지하수가 고갈돼 많은 중국인들이 먹을 물 찾기에 힘쓸 것이며, 아울러 이모작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에 미래 중국의 식량 사정은 지금보다 훨씬 나빠질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 여파가 미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중국 이모작이 현재는 더 강한 장마를 부를 뿐이지만, 미래에는 장마보다 더 무서운 식량 부족을 부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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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김상연 글 허창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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