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무인기사업단은 지난해 수직 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가능한 ‘틸트로터’ 무인기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 기간은 약 10년. 이륙할 때는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로터)가 달린 날개를 수직으로 세웠다가 비행할 때는 일반 비행기처럼 수평으로 바꾼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나 봤을 법한 항공기다. 얼핏 듣기에는 쉽지만 틸트로터 항공기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현재 미국 뿐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무인기로 개발해 유인 항공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군사 작전이나 해안 정찰, 재난이나 산불 감시 등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틸트로터 무인기가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헬리콥터와 비행기를 합쳐볼까
헬리콥터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데서나 뜨고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행하는 동안 동력이 많이 소모된다. 위에 달린 로터를 돌리는 힘만으로 동체의 무게를 이겨내고 뜨는 힘인 양력과 전진하는 힘, 추력을 만들어야 한다.
활주로가 반드시 필요한 일반 고정익 항공기는 엔진과 동력만으로 동체 무게를 이겨내지 않는다. 날개가 만드는 양력으로 무게를 지탱한다. 양력이 만들어지는 속도에 도달하기 위한 동력이 양력의 약 15분의 1 이하로 매우 효율적이다. 특히 비행 고도가 높아지면 공기(유체) 밀도가 낮아져 비행기가 나아가는 힘을 방해하는 항력도 줄어든다. 반면 헬리콥터가 낼 수 있는 속도는 이론적으로 시속 250km에 그친다.
동력과 추력, 양력, 항력 등을 아무리 따져 봐도 고정익 항공기의 장점이 훨씬 많다. 다만 활주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쟁 초기에 적군의 활주로만 파괴해도 승부가 끝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다. 활주로가 없어도 이륙할 수 있고 일반 비행기처럼 빠른 항공기, 틸트로터가 나온 배경이다.
틸트로터 성공은 천이비행에서 판가름
틸트로터 무인기의 성공 여부는 천이비행을 어떻게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천이비행은 말 그대로 이륙시 지면에서 수직 방향으로 세워진 로터 달린 날개를 비행시 수평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기계적으로 쉽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이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것과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은 원리가 완전히 다르다. 헬리콥터를 조종할 때는 회전날개의 방향을 전후좌우상하로 바꾼다. 2개의 로터가 내는 추력을 바꿔주며 동체를 움직인다. 비행기는 로터 조종과는 전혀 다르다. 날개나 동체에 있는 조종면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틸트로터에서 날개가 수직에서 수평으로 순간이동하지 않는다. 문제는 날개의 방향이 바뀔 때 중간 과정에서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구삼옥 항우연 무인기체계실장은 “중간 과정에서 자세를 제어하기 위해 헬리콥터의 조종 방식에서 일반 비행기의 조종방식으로 넘어간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는 ‘콘트롤믹서’를 통해 무인기가 자연스럽게 천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천이 과정을 자율적으로 조종하도록 만든 틸트로터 무인기는 정교한 제어와 무선 통신이 이뤄지지 못하면 결코 구현할 수 없는 핵심 기술이다.
아직은 시제품 수준이다. 활주로 없어도 신속하게 이륙해 빠른 속도로 날아가 독도 상공을 감시할 수 있는 틸트로터 무인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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