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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산업이 미래를 좌우한다.

식물유전자원의 수집·보존·이용

바야흐로 종자산업은 전세계적으로 대기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자전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종자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미 다수확 벼품종의 개발로 증명됐듯이 우수한 종자를 확보하면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지므로 식량문제 등의 해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인구는 약 45억으로 2천년에는 60억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이고 보면 비단 벼품종뿐 아니라 갖가지 식물자원이 최대한으로 유익하게 이용되어야 한다.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다수성(多收性)의 품종이나 재해에 잘견디는 신품종의 육성은 작물의 개체에 유전되고 있는 유전인자의 집적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런데 하나의 유전인자가 현존하기까지에는 40억년이라는 긴 진화과정을 거쳐왔으며 일단 소실되면 재생은 불가능 한 것이다.

한편 인류가 재배하고 있는 작물은 취향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만 집중적으로 개량되어 신품종으로 보급되면서 여타의 특수한 유전인자는 모든 재래종(在來種), 지방종(地方種)과 함께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더욱이 근래에는 환경오염 등 인간의 행위로 인해 자연파괴가 가속화되면서 작물의 근연종(近緣種) 마저도 멸종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종자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로 유용한 식물유전자원이 사라지기 전에 수집, 보존하여 인류에 영원히 이용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 유전자원과 육종기술의 발달로 ${F}_{1}$(잡종제1세대)품종이 많은 작물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F}_{1}$ 당대에만 수량성이나 기타 특성이 우수할 뿐 그 다음대에서는 그런 우수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해마다 종자회사로부터 종자를 사야만 한다. 종자산업이 번창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종자산업에 경력을 쏟고 있어 바야흐로 전세계적으로 대기업화돼 있는 추세다. 이러한 ${F}_{1}$을 육성할 수 있는 종자 또는 기타 첨단기술에 의해 우수한 종자를 생산할 수 있는 기본자원이 많은 나라만이 이른바 '종자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에는 연간 판매액이 1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종자 회사가 14개나 되고 거대기업의 종자회사 인수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식물유전자원의 탐색, 수집, 보존, 이용에 관한 연구가 국제적인 차원에서 급진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74년 국제식물유전자위원회(IBPGR)가 설립되면서부터였다. 여기서 주요국가의 식물유전자원 연구동향과 현황을 살펴보자.

■미국
일찌기 1819년부터 작물의 품종을 해외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이래 1898년 종자 및 식물도입실이 설치됐다. 그후 1946년에는 식물도입소가 설치됐고, 58년에는 국립종자저장연구소가 콜로라도주립대학 구내에 설치돼 미국식물종자의 장기저장 및 종자저장에 대한 기초연구의 중심지가 됐다.
메릴랜드주의 벨즈빌에 있는 농업연구청(ARS)은 미농무성 산하의 기관으로 미국식물유전자원도입 및 연구의 핵심기관인 '식물유전자원 및 유전연구소'(PG-GI)가 설치돼 있다. 식물도입보존목록인 PI넘버가 이곳에서 부여되고 있는데, 85년말 현재 PI넘버는 50만이었다.
현재 미국에는 국립종자저장연구소, 미국지역식물도입소 등 전국에 약 50만점의 식물유전자원이 저장돼 있다.

■소련
1920년대에 응용식물연구소(VIR)에서 '바비로프'가 제창한 유전자중심설에 따라서 탐색수집을 시작하였다. 그후 다시 유전자 연구의 정체기를 거쳐 70년대에 장기저장시설이 설치됐다. 현재는 밀 옥수수 등 32만6천점을 보존하고 있으며 IBPGR의 기초저장센터로 지정됐다.

■유럽
1960년대로부터 70년대초에는 유럽식물육종연구연합(EARPB)의 업무를 강화하여 이탈리아와 서독에 각각 종자저장 시설을 설립했다. 그후 프랑스 영국 등에도 여러 자원저장센터들이 설립되었으며 79년에는 노르딕유전자은행이 설립, 식물유전자원의 조직망이 구성됐다. 영국의 버밍검대학에는 세계유일의 식물유전자원 및 이용에 관한 대학원코스가 있어서 개발도상국의 젊은 연구원들의 석사학위 또는 단기연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1860년대부터 작물의 품종을 도입·보존하기 시작하여 1930∼40년대에는 이미 한국이나 중국의 많은 재래종을 수집해 갔다. 65년부터는 새로운 유전자원연구 프로젝트가 발족되면서 농림수산기술회의 사무국에 종자보존도입계가 신설됐다. 현재 일본은 쓰쿠바의 농업생물자원연구소를 주축으로 관련연구원이 1백명을 훨씬 넘고 있다.
보존중인 자원은 최신의 종자저장시설에 3만6천여점이며, 기타 대학 등 관련 연구기관에 모두 12만점이 보존 되고 있다. 85년에는 중기저장용으로 40만점을 저장할 수도 있는 큰 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각국마다 식물유전자원을 확보·보존하기 위해 연구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추세다.
 
각종의 종자들^종자 은행에는 풀씨나 양귀비 종자처럼 극히 작은 것에서부터 옥수수 땅콩같은 큰 것에 이르기까지 약 8만 1천 8백여점이 저장돼 있다.

국내의 식물유전자원 보존현황

우리나라의 식물유전자원에 대한 수집 보존은 1900년대초 작물의 육종을 시작한 이래로 품종보존의 형태로 미미하게 진행돼 오다가 실제로 종자의 보존관리에 관심을 크게 두기 시작한 것은 1974년 농촌진흥청에서 종자관리규정을 훈령으로 제정하면서부터다. 이후 75년에 연건평 3백46㎡의 종자저장 시설을 신축, 본격적인 종자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국내의 식물유전자 보존·연구는 금년 11월1일 종자은행이 개설됨에 따라 획기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에는 8만여점이 보존돼 있으며 국내외의 자원수집, 국제협력을 통한 정보교환 및 종자교환, 식물유전자원에 대한 기초연구, 정보관리, 종자대여 등 관련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을 보면 90년까지 10만점, 95년까지 15만점, 2천년대에는 20만점의 식물유전자원을 수집, 보존할 예정이다. 유전자원의 탐색수집은 우선 단기적으로는 국제연구기관을 통해 일시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외국과의 자원교환을 추진하고 사라져가는 국내의 재래종을 수집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에 관계자를 파견하여 근연야생종(近緣野生種)을 수집하되 주로 원예·특용작물을 중점적으로 모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수집·보존중인 유전자원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 특성이나 정보를 알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따라서 유전자원의 평가를 통해 특성 및 정보를 알아내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외부형태적인 농업 형질을 평가하고, 중기적으로는 내환경성, 내재해성 및 생리, 생화학적인 특성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장기적으로 물질생산성이나 유전인자의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평가된 특성과 정보가 유전공학자들에게 쉽게 이용되게 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원정보의 전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전국 어디에서나 누구든지 원하는 데이타를 손쉽게 컴퓨터터미널로부터 얻어 저장된 자원이 신품종의 육종 및 유전공학의 연구재료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도 종자은행 등장 8만여점의 각종 종자를 저장

 

종자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근 종자은행이 생겼다. 지난 11월1일 수원의 농촌진흥청 구내에 4백70여평 규모의 독립건물을 신축, 개관한 것.
 

장기저장고와 단기저장고 종자건조실 종자포장실 실험실 등으로 구성된 종자은행은 종자를 수집해 장기보존하기까지에 필요한 시설과 온도·습도조절장치를 완벽히 갖추고 있다.
 

새로 수집한 종자가 이곳에 도착하면 일단 종자정선기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 종자에 붙어있는 불순물 등을 제거한 뒤 종자건조실로 보내진다. 종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대개 섭씨20도, 습도 10%로 유지된 종자건조실에서 2주일 정도에 걸쳐 건조를 시킨다.
 

건조과정을 마친 종자는 포장실에서 보존용기에 넣어지는데, 단기보존용 종자는 공기가 안통하게끔 밀폐된 병에 넣고, 장기보존용 종자는 역시 밀폐된 비닐알미늄 3중봉투에 방습제인 실리카 겔과 함께 넣어진다.
 

정선, 건조, 포장이 끝난 종자는 장기저장고 및 단기저장고로 보내지는데, 단기저장고는 섭씨 4도, 장기저장고는 영하 18도를 유지하도록 조절되고 있다.
 

이곳에 저장되는 종자들은 풀씨나 양귀비종자처럼 극히 작은것에서부터 옥수수 땅콩 등과 같이 비교적 큰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한가지 품종마다 수백개 내지 수만개의 종자들을 용기에 넣어두고 있다.
 

그러나 고구마 감자 마늘 과수 등은 종자로 보관하지 않고 각 시험장에서 해마다 심어서 수확한 것을 저장하고 있으며, 또 버섯처럼 특수한 경우는 균사체를 병에 넣어 따로 보존하고 있다.
 

이처럼 종자로 보관하기 어려운 유전자원은 각 담당기관이 별도로 보존하고 있으나 종자은행에서 통괄적으로 관리중이다.
 

한편 종자은행에서는 각 종자의 품종특성을 컴퓨터에 입력,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보존중인 종자와 함께 이들 관련자료는 관련학계나 산업계 연구기관 등에 제공하게 된다.
 

종자은행에는 장기저장고에 20만점 단기저장고에 20만점을 각각 7백년, 60년씩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어 완벽한 시설을 갖춘 셈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이곳에는 지금까지 개발된 볍씨 신품종과 재래종 1만8천종을 비롯, 밀 보리 2만9천종과 콩류 9천9백50종, 잡곡 9천9백54종, 채소 5천7백종, 사료작물 3천4백종, 특용작물 5천8백60종 등 모두 8만1천8백64종의 각종 종자가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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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안완식 유전자원연구책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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