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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백두산이 폭발하면 초소형 무인기가 뜬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구조용 대형 무인항공기를 급파했다. 이 무인항공기에게 화산 폭발 정도는 우습다. 화산재와 유독가스가 가득해도 고성능 합성개구레이더로 시야를 확보해 복잡한 지형을 거침없이 비행한다. 광활한 지역의 재난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전송할 수 있다.

긴급 인명구조가 필요한 지역에 도착하자 동체 화물칸에 대기중이던 중소형 전동 무인기를 발진한다. 중소형 무인기는 비상식량이나 방독면 등이 필요한 지역 상공을 날아다니며 긴급 구호품을 내려준다.

대형 건물이 무너진 곳을 발견한 중소형 무인기는 또다시 내부에 탑재한 초소형 무인기를 출동시킨다. 이때부터는 초소형 무인기의 독무대다. 초소형 헬리콥터 날개가 여러 개 달린 멀티로터와 퍼덕거리는 날개(플래핑)로 하늘을 나는 초소형 무인기는 접근하는 것조차 생각하기 어려웠던 매몰 지역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내부를 살피고 부상자를 빠르게 도울 수 있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화산재도 초소형 무인기를 가로막지 못한다. 센서와 고성능 카메라, 인공지능 컴퓨터로 정확히 장애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 시나리오지만 초소형 무인기는 1, 2파트에서 다룬 대형 무인기와는 다른 매력으로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초소형 무인기가 재난 상황에서 대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선진국들은 어떤 초소형 무인기를 개발하고,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들고 다니는 초소형 스파이
초소형 무인기란 개인이 휴대하다 필요하면 언제든 이륙시킬 수 있는 무인기다. 카메라나 녹음기로 자료를 얻어 실시간 무선송신하면서 정보수집, 감시, 수색,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각국에서 개발중이거나 개발된 초소형 무인기는 일반 항공기가 날아다니기 어려운 도심 지역을 정찰하거나 재난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전장에서도 맹활약할 수 있다. 현대전은 민간인 살상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타격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목표를 24시간 밀착 감시하며 근접 촬영한 영상을 통해 정확하게 타격하는 역할을 바로 초소형 무인기가 할 수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과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크기가 15cm보다 작은 무인 비행체 개발에 주력했다. 비행체가 직접 영상을 찍어 분석하고 원격 조종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기다. 그러나 이렇게 작으면 안정적으로 날기 어려울 뿐더러 마음대로 조종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2000년대 이후에는 1m 가량 되는 비행체에 자동비행 컴퓨터를 실어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기를 개발, 군용이나 특수 임무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는 양력이나 베르누이 원리 등으로 이미 친숙하다. 그런데 초소형 무인기에 기대하는 비행 성능은 유별나다. 작은 체구로도 오래 날 수 있어야 하며, 복잡한 지형을 비행하려면 저속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보통 비행기의 형태로는 이렇게 날 수 없다. 초소형 비행체만의 특별한 비법이 필요하다.



날개를 보면 움직임이 그려진다
비행기에 날개가 있고 헬리콥터에 회전날개(프로펠러)가 있듯 초소형 무인기에도 날개가 있다. 다만 초소형 무인기에 달리는 날개는 무척 다양하다. 일반 항공기 날개 형태의 ‘고정익’, 회전날개로 양력을 얻는 ‘회전익(로터)’은 기본이다. 회전익을 여러 개 장착한 ‘멀티로터’와 새나 곤충의 날갯짓을 본뜬 ‘플래핑’ 날개는 일반 항공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형태다. 고정익이나 회전익, 플래핑을 합친 새로운 형태도 연구중이다.

고정익 초소형 무인기는 일반 항공기와 가장 유사하다. 그러나 무게나 크기는 놀랍도록 작다.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초소형 무인기 ‘와습(WASP, 미국 에어로바이론먼트사 개발)’은 무게 430g에 날개 길이가 72cm다. 와습은 개인이 휴대하고 다니다가 필요할때 바로 손으로도 날릴 수 있는 형태로 고안됐다. 무게와 크기가 유사한 우리나라 무인기도 있다. 한화가 개발한 소형 고정익 무인기 ‘크로우(CROW)’다. 무게 500g에 날개 길이가 70cm다.

초소형 무인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멀티로터 날개를 살펴보기 전에 회전익 무인기를 잠시 들여다보자. 회전익은 헬리콥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으며 저속에서 전후좌우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공중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정점비행(호버링)은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그렇다면 회전익을 여러 개 갖춘 멀티로터는 어떻게 움직일까.

초소형 멀티로터 무인기는 각 로터의 회전수를 조절해 보다 역동적으로 전후좌우 비행을 할 수 있다. 한 개의 회전익이 있는 헬리콥터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원격 조종이나 자동비행이 훨씬 쉬워진다.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거나 자동 비행할 때도 다양한 형태의 궤적을 그리며 날 수 있다. 초소형 멀티로터 무인기는 현재 지름 1m급 크기의 무인기들이 개발돼 항공사진 촬영용이나 뉴스,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용으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다수 편대 비행도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4개 이상의 로터가 달리고, 크기가 1m가 안 되는 초소형 무인기가 독일, 프랑스, 중국 등에서 개발돼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 드라간플라이가 개발한 ‘드라간플라이어-X6’으로 미국과 캐나다 경찰이 이용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건국대 스마트로봇센터가 2012년 개발한 영상 촬영 전송용 자동비행 4-로터 무인기는 충돌시 비행체 파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탄소섬유 보호 케이지 프레임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초소형 멀티로터 무인기는 화재, 지진·화산 등 재난, 교통사고, 범죄, 테러 현장에서 유용하다. 가장 빠른 시간에 현장 영상을 전송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구호품을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다. 가스 중독자에는 산소마스크를, 물에 빠진 이들에게는 구명 튜브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장애물도 스스로 피하는 ‘플래핑’ 무인기
고정익, 회전익, 로터와는 판이한 플래핑 비행체는 초소형 무인기의 정점이다. 플래핑은 새나 곤충의 날갯짓을 본뜬 형태로 만들어진 무인기다. 수평으로 이동할 때, 정점 비행할 때 날개의 움직임이 다르다. 날개를 상하로 움직일 때는 수평 비행을, 동체를 지면과 수직으로 세우고 날개를 수평으로 8자 궤적을 그리며 움직일 때는 공중에서 정지해 정점 비행을 하는 모습이 마치 새 날개를 연상케 한다.

초소형 플래핑 무인기는 고정익 비행체가 따라 하기 힘든 저속 비행과 장애물 회피에 탁월하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하지만 아직 상용화된 무인기는 없다. 글로벌옵저버로 유명한 에어로바이론먼트사가 2002년 처음 20cm 크기의 플래핑 비행체를 선보였으며, 2011년 벌새를 모방한 플래핑 비행체를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건국대 스마트로봇센터가 15cm 크기의 초소형 플래핑 무인기를 개발해 국제 초소형비행체대회에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초소형 바퀴를 달아 좁은 공간에서 이착륙을 할 수 있다. 비행체 앞에 달린 초소형 카메라로 비행 영상을 지상 모니터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수평 비행과 정점 비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초소형 플래핑 무인기의 성능을 극대화하려면 장애물을 스스로 피해야 한다. 아직은 기술적 한계가 있다. 원격 조종 콘트롤러로는 장애물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게 반응하기 어렵고 전파신호는 비행체가 가는 모든 곳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슈토시 삭세나 코넬대 컴퓨터사이언스과 교수팀은 숲이나 터널, 건물 잔해 등 다양한 장애물을 스스로 피하는 비행로봇을 개발해 공개했다. 삭세나 교수팀은 비디오 카메라와 3D 카메라를 응용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비행체를 고안했다. 연구팀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먼저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를 3D 모델로 변환한다. 여기서 얻은 이미지를 모눈종이처럼 직선으로 표현하고 사물의 크기나 위치 정보를 각기 조합해 확인한다.

비행체는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나뭇가지, 기둥, 펜스, 건물과 같은 장애물을 3D 이미지로 인식하는 훈련을 했다. 이를 통해 비행체 컴퓨터가 장애물의 색깔이나 모양, 질감, 맥락(이를 테면 나뭇가지는 나무에 붙어 있는 것) 등을 학습했다. 이렇게 학습한 모든 결과는 무엇이 장애물인지 결정하는 규칙으로 만들어 칩 속에 담았다. 이를 통해 비행체는 스스로 어떤 게 장애물인지 결정하고 가능한 최단거리 경로로 갈 수 있는 길을 계산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비행체는 53회의 비행 실험에서 바람의 영향으로 2번 추락한 것을 제외하고 장애물 회피 비행을 51회 성공했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방사능도 문제였지만 내부 상황을 알 수 없었다는 점도 공포스러웠다. 당시 초소형 플래핑 무인기로 좁은 건물이 즐비한 원전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박쥐, 파리, 잠자리 무인기
원격 조종이나 자동 항법기능으로 비행은 물론 임무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새·곤충 모방 비행체 중 가장 작은 크기는 50cm 정도다. 기술의 한계 때문에 아직은 더 소형화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무인기는 어떤 모습일까.

나노 기술이 발전하면 핵심 부품의 초소형화, 초경량화가 이뤄진다. 무인기 크기가 더욱 작아져 벌새 크기로, 나아가 박쥐·잠자리·파리 크기로 만들어진다. 파리 크기의 초소형 무인기가 다름 아닌 적군의 정찰기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무인기도 구상해 볼 수 있다. 가령 박쥐의 초음파 귀와 같은 능력이 있는 청각 센서가 개발된다면 박쥐처럼 어두운 곳을 자유자재로 나는 비행체가 만들어지고 잠자리나 파리의 시각 센서가 개발되면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기동을 할 수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는 미래 전투에서 군인 1인이 초소형 무인기와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며 필요할 때 초소형 무인기를 이용해 접근이 제한된 지역의 동영상을 확보하고 화생방 오염도 등을 측정하는 계획을 실제로 세우고 있다. 또 시가전에 좁은 골목, 건물과 건물 사이 비행, 환기구나 굴뚝을 통한 정탐 및 공격이 가공할 위력을 확보하게 된다. SF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현실이 될 것이다. 정찰용으로 개발된 항공기가 공격용으로 확대된 것처럼, 대형·초소형 무인기의 변신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글로벌호크와 같은 대형 고고도 무인기를 만들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초소형 무인기 경쟁력은 상당히 앞서 있다. 신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초소형 무인기를 설계하고 발전된 IT 기술을 적용한다면 누구도 부럽지 않을 초소형 무인기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초소형 무인기가 전세계 재난재해 지역에서, 또는 전장에서 활약하는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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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글로벌호크, 한반도에 뜰까
PART 2 무인기와 유인기가 맞짱을 뜬다면?
BRIDGE. 대한민국 무인기는 ‘트랜스포머’
PART 3 백두산이 폭발하면 초소형 무인기가 뜬다
PART 4. 영원히 착륙하지 않는 무인비행기

201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윤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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