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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 가마에 오르면 사람이 바뀐다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13


‘땅공회항’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전에도 ‘라면상무’, ‘남양유업 대리점’ 사건 같은 ‘갑질’이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정말로 큰 문제는 갑질이 대중화돼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회장의 딸이 아닌 평범한 사람도 상대가 자기보다 만만해보이면 갑질을 한다. 마트와 백화점 판매원에게 억지 요구를 하고 하대를 한다. 정말로 평범한 사람인데, 유니폼을 벗으면 나와 똑같은 보통 사람에게 왜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걸까.


자리와 권력감이 사람을 바꾼다

심리학에서 권력(power)이란 상대방에게 내 뜻대로 유형 또는 무형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으로 정의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심리학자 애덤 갈린스키의 실험을 하나 살펴보자. 갈린스키는 참가자를 갑(甲)과 을(乙) 집단으로 나눴다. 갑 집단에게는 누군가에게 명령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을 쪽에는 반대로 지시를 받았던 경험을 생각하게 했다. 이어서 둘씩 짝을 지어 상사와 부하 놀이를 하게 했다. 그 후 다른 사람의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 사람들은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실험 결과 갑 집단은 힘들어하는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신체적으로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적게 나타났다. 공감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 실험은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잠깐 권력을 가진 경험을 떠올렸을 뿐인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잠깐이지만 권력감을 느끼게 되면 공감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고, 주위 사람이 뭐라 말하든 평판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나타난다. 공은 자신에게 돌리고 실수나 과오는 남의 탓으로 돌린다. 타인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짓거나 출신 지역, 성별, 외모 등과 관련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 ‘모든 영광 내게 있을지어다’ 모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권력감을 느낀 사람이 당당하고 자유롭게 행동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겠으나, 한편으로는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이유도 된다.

굳이 이해하려 애쓰고 싶지 않아

왜 이렇게 찰나의 권력감이 사람들을 배려가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걸까? 우선 타인의 입장, 생각,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 타인을 마음까지 깊이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우리는 타인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경험이요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은 그럴싸하게 ‘추론’하는 것일뿐이다. 남을 판단하는 과정은 ‘내 경험과 주변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이럴 거 같은데…’로 요약되는, 꽤 머리 아픈 ‘탐정 놀이’다. 그러다 보니 피곤하거나 ‘상대방에게 내가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없을 때’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배려하기를 거부한다. 권력감을 느끼게 되면 ‘굳이 애써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친해질 필요 없다’ 모드가 되면서 타인에 무신경해진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권력자들은 주위의 압박을 잘 받지 않으며, 항상 당당한 태도로 지금의 행동을 고수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사람이 한번 권력감에 취하고 이를 휘둘러도 괜찮은, 횡포가 용인되는 환경에 속하게 되면 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횡포가 지속되는 데는 이를 묵인하는 사회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하겠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권력은 ‘상대적’이다. 잠깐 동안의 상사 놀이만 해도 권력감에 취하게 된다. 내앞의 있는 누군가가 나보다 만만하게 느껴진다면 나는 권력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땅콩부사장이나 라면상무 같은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누군가의 갑이 되지 않도록 나부터 항상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지위가 올라갈수록 말이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준비된 갑’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한순간에 ‘예정된 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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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 일러스트

    더미
  • 에디터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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