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바뀌었다지만 우리의 일상은 뉴턴역학으로 대표되는 고전물리학이 훨씬 더 잘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어떨까. 상대성이론을 이용해 비행기와 로켓이 날아다닐까. 최신 자동차는 상대성이론으로 만들까.
나노기술 분야에서는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물리학이 종종 배제되기도 한다. 최원준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나노공학에서는 중력효과를 무시하는 만큼, 고전물리학의 역할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른 첨단과학 분야는 어떨까.
화성에서 찾은 뉴턴역학
“우주로 위성을 쏘아올리고 일정한 궤도에 올리는 모든 과정은 뉴턴역학으로 계산합니다.”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팀 선임연구원은 항공우주공학 분야에서 뉴턴역학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먼저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힘은 뉴턴의 운동 제3법칙에 해당하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그리고 쏘아올린 로켓의 궤도가 안정되려면 뉴턴역학을 기반으로 한 치밀한 계산이 필수다.
예를 들어 위성이 안정된 궤도로 지구 주위를 돌려면 궤도에 진입하는 속도가 초속 7.8km여야 한다. 만약 이보다 빠르면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를 벗어나 지구에서 이탈할 것이고, 더 느리면 추락하고 만다. 그러나 위성 궤도를 올바로 맞추는 것은 위성을 지구로 끌어내리려는 만유인력과 지구를 벗어나려는 위성의 운동속도만 계산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김 연구원은 “섭동을 일으키는 힘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이 말한 힘은 4가지다. 먼저 지구의 중력장이 균일하지 않다. 지구가 완벽한 구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상공 1000km까지는 대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기의 저항을 고려해야 한다. 달의 중력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태양의 복사압도 계산해야 한다. 태양의 복사압이란 태양의 흑점이 폭발할 때 지구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 무리가 위성에 가하는 힘이다. 그런데 이 복잡하고 다양한 힘을 뉴턴역학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지구의 중력장이 균일하지 않다는 사실은 17세기 당시 뉴턴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김 연구원은 “위성의 궤도운동을 방해하는 이런 요소들을 모두 힘(f )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뉴턴역학으로 보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연구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를 화성 표면에 정확히 착륙시킨 것도 모두 뉴턴역학으로 계산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머노이드는 뉴턴역학으로 움직인다
뉴턴역학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또 다른 첨단과학 분야는 바로 로봇이다. 박재흥 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는 “로봇공학은 곧 f =ma”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로봇 손으로 음료수 캔을 쥐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과연 얼마만큼 힘을 주어야 캔을 훼손하지 않고 최적의 힘으로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이를 알려면 먼저 음료수캔 표면과 로봇 손바닥 사이의 마찰력을 구해야 한다. 그 다음은 물체를 집어 드는 각도와 속도를 계산해야 한다. 모두 고등학교 물리 수준의 뉴턴역학으로 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최대 과제인 ‘로봇의 두발 보행’ 또한 뉴턴역학의 영역이다. 무게 중심을 잡는 과정부터, 어느 정도의 힘으로 지면을 박차야 하는지까지 뉴턴역학을 빼놓을 곳이 없다.
박 교수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려면 사람의 행동을 뉴턴역학으로 이해해 본뜰 수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현대물리의 왕은 뉴턴역학?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기술 중 전자기기 분야를 제외하곤 뉴턴역학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일상적이고 거시적인 세계에서는 뉴턴역학으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전물리학의 영향이 적다고 말했던 나노기술도 뉴턴역학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10nm(나노미터, 10억 분의 1m) 수준에서는 반데르발스 힘 같은 원자, 분자간의 인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뉴턴역학을 적용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수백nm 수준으로 올라 오면 거시 세계처럼 질량이 점점 중요해진다. 일부 보정을 거치면 뉴턴역학을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현대물리는 어디로 갔을까.
전자기기는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세계다. 오늘날 전자기기 회로를 설계할 때 반도체를 빼놓을 수 없다. 정 교수는 “전자를 다루는 반도체는 이제 고전전자기학이 아니라 양자역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상대성원리를 찾아보자. 정 교수는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에서 상대성원리를 적용해 보정하지 않으면 하루에 10km의 오차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까닭은 GPS 위성이 지구로부터 약 2만 km나 떨어져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설명하는 중력이 일으키는 시간 지연효과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반대로,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운동하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시속 1만 4000km(초속 3.89km)로 이동하는 GPS 위성의 시간이 오히려 더디게 흐르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GPS 위성의 속도는 빛의 속도에 비하면 매우 느리기 때문에 그 변화가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상대성이론으로 보정하지 않으면 위성의 시계는 지구의 시계보다 하루에 약 30마이크로초(μs, 100만 분의 1초)만큼 빠르게 흐른다. 매우 미세한 오차 같지만 위성이 송출하는 전파의 도달시간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는 GPS의 원리 때문에 이 정도의 시간 차이만으로도 GPS이 무용지물이 될 만큼 큰 오차를 일으킬 수 있다.
뉴턴역학은 여전히 현대 과학기술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뉴턴역학의 영향력이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정진수 교수는 영화 ‘아폴로 13(1995)’의 한 장면을 예를 들었다.
“극중 인물들이 고장난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할 때 지구를 이탈하지도, 대기권에 타버리지도 않고 무사히 대기권을 돌파할 수 있는 각도는, 지구를 농구공에 비교할 때 종이 한 장 두께에 불과하다. 뉴턴역학은 이것이 가능할 만큼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있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아폴로13’의 결말은 우주 비행사들의 무사 귀환이다. 뉴턴역학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거시세계에서 여전히 물리학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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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누가 뉴턴을 죽였는가
PART 2. 큐리오시티는 뉴턴의 눈으로 길을 찾는다
PART 3. 뉴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