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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이란 용어는 어느새 익숙한 말이 됐다.
하지만 ‘수정뉴턴역학’에 대해 들어본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수정뉴턴역학은 우주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암흑물질과 같은 요람에서 태어났다.

뉴턴의 역학은 다시 한 번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뉴턴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은하의 회전속도

태양과 같은 항성과 성간물질 등이 모여 은하를 이룬다. 이런 은하 1000여개가 모이면 ‘은하단’이 된다.
(우리 은하는 은하단보다 작은 규모(40여개의 은하)인 국부 은하군에 속해 있다).

1933년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즈위키는 은하단에 속해 있는 은하의 이동속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은하단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은하단의 추정질량을 통해 계산해 보았을 때 은하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암흑물질 필요없다

암흑물질 가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우리는 당연히 암흑물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암흑물질이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등장한 것이 수정뉴턴역학이다.
수정뉴턴역학은 암흑물질 없이 뉴턴역학에 위배되는 천체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다.

수정뉴턴역학은 1983년 ‘뉴턴역학이 거대한 거리에서는 위배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모데하이 밀그롬에서 시작됐다.
수정뉴턴역학에 의하면 기존 뉴턴역학은 가속도가 0보다 훨씬 클 때 수정뉴턴역학의 근사치다.
가속도가 0인 곳에서는 기존 뉴턴역학 대신 수정뉴턴역학이 성립하고, 이를 이용하면 은하 회전속도의 수수께끼를 암흑물질 없이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수정뉴턴역학에는 약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상대론적인 형태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은 상대성이론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현대물리학 이론으로 타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상대성이론에 부합하는 형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수정뉴턴역학은 상대론적인 형태가 없었다.
기존 뉴턴역학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중 질량이 작고, 물체의 이동 속도가 낮은 상태의 근사치라고 규정한 근본적인 한계때문이다.

그런데 2004년 야곱 베켄스테인 이스라엘 히브리대 이론물리학과 교수가 해법을 발견했다.
베켄스테인 교수는 중력의 근원이 중력 양자만이 아니라 스칼라 입자, 벡터장에 의한 것이라는 TeVeS(Tensor-Vector-Scalar gravity) 이론을 고안해냈다.
아래 설명은 좀 어렵지만 수정뉴턴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차근차근 살펴보자.

아인슈타인은 두 물체 사이의 중력이 ‘중력자(graviton)’라는 입자의 상호작용으로 생겨나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이 중력자는 스핀이 2인 입자이며 이를 수학적으로는 텐서(tensor)라고 부른다.

1961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디크와 수학물리학자 칼 브란스는 중력자뿐만 아니라 스핀이 0인 입자(스칼라, scalar)의 상호작용으로도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핀이 0과 2인 입자는 물질 사이에서 인력만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수학적으로 증명돼 있다.
전자기력의 매개체인 스핀이 1인 입자 벡터(vector)는 끌어당기고(인력), 밀어내는 힘(척력)을 모두 작용하게 할 수 있다.

즉, 베켄스테인 교수가 주창한 TeVeS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텐서(중력자) 뿐만 아니라, 벡터와 스칼라 입자가 함께 작용해 이 세상 모든 입자들이 중력의 힘을 받게 한다는 이론이다.

수정뉴턴역학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이론을 통해 암흑물질 없이 뉴턴역학만으로도 은하의 회전속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고전적인 뉴턴역학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해 두자.


아직은 갈 길 먼 수정뉴턴역학

우주론을 포함한 현대 물리학은 실험적인 검증을 토대로 이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은하단 중심을 도는 은하의 회전 속도가 뉴턴법칙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극복하기 위해 알 수 없는 물질(암흑물질)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뉴턴역학(수정뉴턴역학)을 제시했다.

현재 우주론자들에게는 암흑물질 이론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앞서 있다.
이는 암흑물질이 은하의 회전속도뿐만 아니라, 우리가 관측하는 2.7K(영하 270.45℃)의 균질성, 어느 방향에서나 같게 날아오는 우주배경복사의 존재를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뉴턴역학은 2.7K의 균질성과 우주배경복사도 설명하려고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따라서 현재는 암흑물질이 앞서 있다고 해도 맞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암흑물질을 끝내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수정뉴턴역학을 포함해 새로운 역학체제 또는 새로운 이론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학의 발전은 뉴턴의 영광을 저물게 했다가 다시 무덤 속에서 뉴턴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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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당신의 뉴턴은 안녕하십니까
PART 1. 누가 뉴턴을 죽였는가
PART 2. 큐리오시티는 뉴턴의 눈으로 길을 찾는다
PART 3. 뉴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201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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