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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 의장으로 선출된 정근모 박사

반핵무기 반공해운동에는 찬성해요. 그러나 반원전운동은 반대합니다.

"핵융합발전의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보이 프로페서(boy professor). 약관 23세에 박사학위를 받고 플로리다대학의 교수로 임명됐을 때 미국신문에서 보도한 정근모(鄭根謨·50)박사의 별명이다. 그로부터 27년이 흐르고 이제 그는 세계원자력기구(IAEA)의 의장으로 성장했다. 인류의 에너지중 가장 많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핵에너지를 좌지우지하는 막중한 기구의 장(長)으로 앞으로 1년간 봉사하게 된 것이다.

경기고등학교 1학년 때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그해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했을 때 그는 신동으로 통했다. 물리학과를 졸업하고는 엉뚱하게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들어 갔으나, 이승만대통령이 다시 물리를 하라고 권해 미국유학을 떠난다. 미시건주립대학에서 '분자구조론'에 관한 논문을 제출하고 박사를 딴 그는 프린스턴대학 핵융합연구소 연구원, MIT연구교수, 뉴욕공대 부교수를 역임하다가 돌아온다.

귀국한 그에게 떨어진 첫번째 임무는 한국과학기술원 설립에 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일이었다. 그 인연으로 초대 과기원 부원장을 지낸 경력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의 현직은 과학재단 이사장과 아주대 석좌교수이다.
 

정근모 박사


●─ 핵무기제조를 감시한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국내인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국제기구의 의장직을 맡으셨는데, 그 과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시지요.

"저는 지난 85년부터 88년까지 IAEA의 자문위원으로 일해 왔습니다. 이때 체르노빌사고에 대한 분석도 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관한 법칙제정에 참여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어요. 또 제가 직업외교관이 아니고 원자력전문가라는 점도 크게 작용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 IAEA는 어떤 기구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IAEA는 유엔산하 전문기구로서 1957년에 창설, 현재는 1백1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참여했으나 북한은 1974년부터 가담했어요. 이 기구의 목적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핵무기 확산규제, 과학기술의 국제공동연구 등이예요."

─핵무기 확산규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핵시설 검사, 핵유통관계 검사를 통해 핵이 무기제작에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보안조치협정에 근거, 전문가들의 정기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요. IAEA에는 약 2천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그중 1천명 정도가 검사관(과학기술자)들입니다."

─만약 조약(NPT) 위반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강제규정이 있습니까?

"아직 그런 예는 없어요. 하지만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곧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에서 대응조치를 취하게 돼 있습니다."

─기존의 핵보유국(미·소·영·중·불) 외에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있지요?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남아공화국 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국들은 핵무기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어요. 북한도 가능성이 있지만, 보안조치협정에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어 사실확인이 어려워요."

─원자력발전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쓰기 때문에 생기는 공해문제는 실로 심각해요. 산성비가 내리고, 오존층이 파괴되고,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가 생기고,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파괴돼 가고 있어요. 원자력에너지는 광대한 방사능을 포함하지만 대체에너지로서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이제는 원자력 없는 에너지공급은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으므로, 방사능의 특성을 잘 연구하고 관리해서 보다 안전하게 사용하는 길을 열어가야 해요. 조심스럽게만 쓴다면 원자력은 깨끗한 에너지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의 원자력관련기술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불과 10년 전에 출발한 우리의 원전기술은 그동안 획기적인 발전을 보았습니다. IAEA에도 한국인 전문가가 10여명 일하고 있는데, 모두 호평을 받고 있을 정도지요. 특히 건설 제작 운전분야는 상당한 수준에 와 있습니다. 그러나 설계부문은 아직 많이 떨어져 있으며, 새로운 장비나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어요"

─원전을 생각하면 금방 무뇌아 드리마일아일랜드 체르노빌사고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원전사고는 중대사고와 소형사고로 나눌 수 있는데 드리마일 체르노빌사고는 중대사고에 속해요. 그런데 이 두 사고는 서로 다른 점이 있어요. 드리마일의 경우 방사능이 대기권에 방출되지 않았으나, 체르노빌원전은 대기를 오염시켰다는 점이에요. 이런 차이를 보인 이유는 드리마일원전에는 차폐빌딩이 있었고, 체르노빌원전에는 없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소형사고도 없었어요. 물론 고장이나 이상현상이 발생한 적은 있지요. 여기서 이상현상이란 냉각수에 이상 물질이 생기고 냉각수의 기포가 많아지는 상태 등을 말합니다. 비유컨대 자동차에서 잡음이 나는 정도지요.

최근에는 다중방어개념의 도입으로 원전이 한층 안전해졌어요. 보통 7∼8중 방어를 하지요. 한마디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어요. 더욱이 IAEA 안전규칙을 준수하다면 인간이나 생태계가 방사능에 노출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최근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반원전운동을 다소 극성스럽다고 보시는지요?

"반공해 반핵무기 반원전운동을 구별해야 합니다. 반공해운동은 공기 물 토양의 질을 인간의 건강과 복지에 맞도록 유지하자는 운동이므로 저도 찬성해요. 그리고 반핵무기운동에도 동조합니다. 그러나 반원전운동에는 반대해요. 반공해와 반원전은 상충되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미국의 자연보호단체이며 반공해단체인 오도반(audoban)은 원전을 더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 연구실로 되돌아 갈 터

─핵분열에너지인 원자력에너지보다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핵융합에너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특히 최근에는 상온 핵융합이 비상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데…

"고온 핵융합은 현재 국제공동연구가 이뤄지고 있어요. 독일에 10억달러짜리 실험로가 건설되고 있을 정도예요. 저도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의장으로 재직중에 국제공동연구를 더욱 추진시키고 싶어요.

상온핵융합으로 핵융합발전소를 세우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과학적으로 매우 흥미있는 실험임에는 틀림없어요. 현대양자역학에서는 불가능이란 없잖아요."

─아주대학의 석좌(碩座)교수로도 재직중이신데, 석좌교수가 국내에도 많이 있습니까?

"저 혼자 뿐입니다. 석좌교수란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한 기금으로 연구활동을 하는 교수를 말하는데, 문교부에서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전국에 80여명의 석좌교수를 지정할 계획이에요. 문제는 재원인데, 과기대에서는 25억원을 확보해 두고 있어요."

─대외활동이 많아서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교수로서 의당 해야 할 연구활동을 거의 중단하고 있어 고민이에요. 3년 계획인 기초과학연구 강화작업만 끝내면 연구실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한창 대화가 무르익던 도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짐작컨대 가까운 친구 사이인 듯 싶었다. "이번에 큰 딸애를 결혼시킬 예정인데…" 이내 정박사는 가장 평범한 아버지로 돌아갔다.

부인 길경자씨(49)와 사이에 1남2녀를 두었는데, 자녀들은 모두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장남 진후씨(25)는 컴퓨터계통회사 직원으로 장녀 윤경씨(27)는 콜롬비아대학의 발달심리학 박사과정 학생으로, 차녀 진선씨(23)는 공인회계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근모 박사 연구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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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광해 기자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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