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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라니냐는 남극 심층해류의 심술일까

해양과 대기의 상호 작용이 일으키는 대규모 기후 현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엘니뇨와 라니냐다. 각각 스페인어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의미한다. 이 중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 낮은 것을 말한다. 라니냐가 발생한 1967년과 1973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1~2.2℃ 낮았으며 강수량도 적고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해수면 온도가 단 0.5℃ 낮아진다고 이렇게 기후변화가 커질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바닷물이 담을 수 있는 열의 양, 즉 ‘열용량’을 살펴봐야 한다. 열용량은 질량과 비열에 비례한다. 바다는 대기에 비해 비열이 4배 가량, 질량은 약 250배 크다. 열용량은 1000배 큰 셈이다. 때문에 해수면 온도가 0.01℃ 변하는 것은 기온이 10℃ 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지구 전체로 보면 해수면의 온도 변화가 기온 변화에 비해 훨씬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평년보다 0.5℃ 수온이 낮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됐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그러나 라니냐는 발생 과정과 활동 주기 등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강한 동풍이 따뜻한 해수를 서쪽으로 밀어 서태평양 쪽에 온수층이 두꺼워지는 대신 동태평양 쪽에 있던 온수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부족해 보인다. 여기서 깜짝 등장하는 것이 남극에서 발달하는 심층 해류다. 남극해에서는 바닷물이 차갑고 염분 밀도가 높기 때문에 심해로 가라앉아 이동한다. 이를 심층 해류라고 한다.

차가운 남극 해수가 가라앉는 이유는 남극 지면의 냉각 효과와 해빙 효과 때문이다. 표층에서 차가운 바람이 세지면 해수가 우선 차가워진다. 여기에 해빙이 형성되면 바닷물에서 물만 얼어 수면 아래에는 염분 밀도가 높은 물만 남는다. 이렇게 생겨난 차갑고 밀도가 높은 해수가 아래로 가라앉고 남극 심층 해류로 발달해 흐르는 것이다.

심층에서 흐르던 차가운 남극 순환 해류는 태평양이나 대서양 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대륙, 특히 동태평양 부근에 있는 남미 대륙과 마주치면 심해에서 표층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다. 거대한 심층 해류의 물줄기가 대륙이라는 장애물을 만나 표층으로 올라오는 것인지, 동태평양 부근의 동풍이 표층수를 밀어내면서 빈 공간으로 남극 심층 해류가 치고 올라온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남극 심층 해류가 라니냐의 근본 원인인지는 아직 수수께끼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극 심층 해류가 표층으로 올라오면 굉장한 규모의 어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양의 미네랄이나 영양염류를 함께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소녀같은 심술을 부리는 라니냐와 남극 심층 해류의 관계를 과연 누가 풀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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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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