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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미세조류, CO2 먹고 바이오디젤 내놓는다




[미국 하와이에 있는 시아노텍의 미세조류 농장 전경. 연료용이 아니라 건강식품용으로 남조류인 스피룰리나를 키우고 있다.]



“예전에는 호수에 생긴 녹조(미세조류 덩어리)를 어떻게 없애는가 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녹조가 생길 정도로 미세조류를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연구를 하고 있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시스템연구본부 오희목 본부장은 최근 불고 있는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열풍이 새삼스럽다. 20년 전 담수 조류 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화석연료를 마음껏 써온 인류는 그 대가로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를 초래했다. 그나마 화석연료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1세기 들어 인류는 대체에너지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고 그 가운데 친환경적이면서도 고갈되지 않는 이상적인 에너지가 바로 생물체에서 얻는 바이오연료다.

실제로 콩이나 유채에서 얻는 바이오디젤,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얻은 바이오에탄올은 이미 북미나 남미를 비롯해 세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연간 바이오연료 생산량은 2000년 1600만L에서 2010년 1억L로 급증했다. 오늘날 운송용 연료의 2%를 바이오연료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농작물에서 얻은 바이오연료(이를 ‘1세대 바이오연료’라고 부른다)는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 이들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연료가 연소되는 과정까지 배출된 총 이산화탄소가 같은 양의 석유를 쓸 때보다 더 많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2008년 밝혀졌다.

게다가 연료용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엄청난 경작지가 필요했고 그 결과 광범위한 삼림이 파괴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식량을 연료로 쓰는 셈이므로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같은 넓이 땅에서 콩의 130배 생산

“이런 작물에 비하면 미세조류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훨씬 많고 농업에 영향을 주지도 않습니다. 또 이산화탄소를 능동적으로 소모할 수 있지요.”

오 본부장의 말처럼 미세조류의 연료 생산량은 1만m2당 5만 8700L로 446L에 불과한 콩의 130배에 이른다. 또 비옥한 토지가 아니더라도 물 공급에 문제가 없고 햇빛만 잘 들어오는 땅이라면 ‘조류 농장(algae farm)’을 운영할 수 있다. 게다가 화력발전소 같은 대규모 이산화탄소 발생원 옆에 농장을 지으면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하는 대신 조류에게 공급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최근 미세조류가 ‘3세대 바이오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참고로 ‘2세대 바이오연료’는 폐목재 같은 셀룰로오스로 이뤄진 바이오매스다. 2세대 바이오연료 역시 셀룰로오스를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속속 발견되면서 요즘 한창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세조류가 3세대인 이유는 가장 늦게 연구가 시작됐기 때문.

“조류 역시 육상식물과 똑 같습니다. 물, 이산화탄소, 햇빛으로 유기물을 만드는 광합성을 하죠. 이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효율이 좋아집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미세조류 바이오연료가 왜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아직까지는 화석연료에 비해 생산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조류를 키워서 수확하고 세포를 깨 기름을 추출한 뒤 화학반응을 통해 바이오디젤로 바꿔주는 일련의 작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먼저 잘 자라고 세포 안에 기름을 많이 머금고 있는 조류를 찾아야 합니다. 세포벽이 얇아 기름을 쉽게 얻을 수 있으면 더 좋지요”

오 본부장과 동료들이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채집한 담수 조류는 총 250종(species) 1200주(strain)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렇게 확보한 조류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걸 고른 뒤 유전공학, 대사 공학의 기술을 써서 기능을 강화한 우량 조류를 만들어야 한다.

“수확도 중요합니다. 물에 떠있는 단세포인 미세조류를 원심분리 같은 방법으로 모으려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거든요.”

최근 오 본부장팀은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생분해성 응집물질을 사용해 미세조류가 서로 엉키게 해 바닥에 가라앉히는 방법을 개발 했다. 그 결과 조류를 수확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➊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보관 중인 미세조류의 일부. 총 250종 1200주를 확보한 상태다.
 ➋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희목 본부장이 배양하고 있는 미세조류 가운데 한 종을 꺼내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10년 뒤에는 상용화 될 듯

“현재는 생산 단가가 디젤의 3~5배 정도 됩니다. 그러나 10년쯤 지나면 상용화되지 않을까요?”

지난해 출범한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의 양지원 단장(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이 조심스럽게 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의 상업화 시기를 전망했다. 현재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에는 생명과학, 화학공학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여럿 참여하고 있다.

“미세조류가 잘 자라는 조건에서는 세포내 지질 함유량이 낮습니다. 그런데 지질 함유량을 높이는 조건을 만들면 미세조류가 잘 자라지 않지요.”

양 단장은 자연계의 미세조류가 보이는 이런 생태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느냐가 조류 바이오연료 상용화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단세포 생물인 미세조류는 세포가 분열해 생체량이 늘어난다. 그런데 세포가 분열하려면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핵산이 적절히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핵산과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질소나 인을 제대로 공급해주지 않으면(즉 영양 스트레스를 주면) 게놈 복제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세포분열이 억제된다. 그 결과 광합성으로 축적된 유기물이 지방으로 전환 돼 세포내에 쌓이게 된다.

실제로 양 단장팀이 나노크로리스(Nanno chloris)라는 해양 미세조류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배양액에 질소 함량을 3배로 높였을 때 생산량이 2배 늘어나지만 지질함량은 20%이상에서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 단장은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이해는 향후 미세조류를 활용한 바이오연료 상용화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정원중 박사팀과 극지연구소 최한구 박사팀이 북극 해양에서 찾아낸 미세조류는 세포분열 속도가 빠르면서도 지질함량도 높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북극에서 살다보니 적정 생장 온도가 낮다. 현재 에이스하이텍이라는 바이오벤처가 이들 조류에서 바이오연료를 얻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세조류 바이오연료의 미래가 장밋빛만인 건 아니다. 양 단장은 “지난 10여 년 사이 미국에서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섣불리 규모를 키워 적자에 허덕이다 문을 닫은 곳도 있다”며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기술을 축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상용화 설비 완공 목표

미세조류를 키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개방형 구조인 수로형 연못과 폐쇄형 구조인 광생물반응기다. 이 둘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수로형 연못은 건설비나 운영비가 적게 들지만 노출돼 있기 때문에 다른 생물체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고 수확률도 낮다. 반면 광생물반응기는 오염 가능성이 거의 없고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넣어줘 생산량을 높일 수 있지만 건설비와 운영비가 많이 든다.

“지금 운영하는 설비는 총 40t급 수로형 연못입니다. 중간의 수차가 돌아가면서 물이 순환돼 미세조류가 가라앉지 않지요.”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생물자원연구부 강도형 박사가 연구원 내에 설치된 소형 수로형 연못을 가리킨다. 연못 두 곳에서는 미세조류 2종이 각각 배양되고 있다.

“오른쪽 초록빛 물은 녹조류이고 왼쪽 갈색 물은 규조류입니다(강 박사는 특허 때문에 학명을 밝힐 수는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녹조류는 잘 자라는 반면 규조류는 지질 함량이 높죠.”

강 박사팀은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바이오연료의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된 10가지 미세조류에 대해 배양 규모를 키웠을 때도 유용한 특성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키웠을 때는 괜찮아보여도 막상 규모를 키우면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런 실증실험이 꼭 필요합니다.”

강 박사는 재미있는 걸 보여주겠다며 규조류를 키우는 연못 쪽으로 안내했다. 갈색의 액체를 가까이에서 보니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녹조류 연못과는 달리 작은 갈색 덩어리들이 떠 있는 상태다. 배양 조건을 잘 맞추면 단세포인 규조류가 서로 뭉쳐 눈에 보이는 크기의 덩어리를 만드는 것. 수확이 훨씬 쉬워진다.

“얼마 전 롯데건설, 애경유화, 호남석유화학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머지않아 10만m2 규모의 미세조류 농장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본격적으로 바이오연료가 만들어지겠죠.”

롯데건설은 미세조류 대량생산을 위한 최적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을 맡는다. 애경유화와 호남석유화학은 미세조류에서 바이오연료와 유효한 성분을 추출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화 미세조류 농장 프로젝트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출범한 것이다.

“미세조류 100t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180t이 회수됩니다. 단순히 연료를 얻는 비용만 따지면 앞으로도 한 동안은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비경제적이겠지만 이런 환경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사업입니다.”

지구의 대기에 산소가 거의 없던 30억 년 전 바다에 나타나 광합성을 하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소모하고 산소를 내뿜으며 오늘날 지구의 대기를 만들어낸 미세조류. 육상생물의 토대를 만들어준 미세조류가 오늘날 가장 골치 아픈 육상생물인 인간이 초래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나서고 있다. 미세조류가 ‘녹색 황금(Green Gold)’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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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녹색 황금 캐는 미세조류 농장
Part 1. 조류, 광합성 절반 맡은 물속의 유비쿼터스
Part 2. 미세조류, CO2 먹고 바이오디젤 내놓는다

201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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