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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로 손상된 뼈 치유한다

「생태계 물질」외과치료에 도입

하나같이 생체적응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임무를 다 한 뒤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70년대에 우연히 인간의 뼈와 산호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후 15년 동안 프랑스의 장 루이파테박사는 둘의 유사성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현재 그는 전세계의 산호를 정제하고 취급하는 이노텝(Inoteb)이라는 회사의 사장이다.

원래부터 뼈에 이상이 있거나 사고로 뼈를 다친 사람은 그 손상부위를 '땜질'하려 들 것이다. 이때 외부 압력에 대한 버팀성이나 화학구조에 있어서 뼈와 아주 흡사한 산호를 활용하면 대단히 유익하다.

산호를 손상된 뼈부위에 이식하면 주변의 뼈세포들이 산호주변으로 몰려든다. 이방인을 내쫓기 위해서다. 얼마 후 산호는 완전히 추방되고 대신 그 자리를 뼈세포들이 메우게 된다.

이같은 시나리오를 처음 작성한 파테박사는 산호를 잘 순치된 생체물질(biomaterial)이라고 평한다.

사실 산호는 마치 미끼처럼 행동한다. 주변의 뼈세포들에게 유인의 손길을 보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손상된 뼈부위가 인간의 뼈세포로 채워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머물러 있다가 더이상 할 일이 없어지면 생체안에서 스스로 녹아버리는 것.

이같은 산호활용기술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널리 소개돼 있다. 특히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의사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데, 척추의 기형이나 골절을 치유할 때 활용가치가 높다고 한다. 예컨대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는 수년 전 극심한 골절을 입은 환자에게 길이가 17㎝나 되는 산호를 이식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몇년 후 이 구제불능처럼 보였던 환자가 걷기 시작한 것.

뼈손상부위에 산호를 이식함으로써 환자는 많은 부담을 덜 수 있다. 적어도 자가이식을 위해 자신의 엉덩이뼈 일부를 떼내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수술을 반복함으로써 생기는 위험도 줄어든다.

바다는 산호외에도 또다른 뼈대체물질을 제공해준다. 특히 필리핀 팔라완섬 남쪽 바다에서 서식하는 한 커다란 굴(Pinctada maxima)은 산호에 버금가는 뼈대체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 굴의 무게는 10㎏에 이르는데 두꺼운 껍데기가 인간의 뼈를 만드는 골아세포와 비슷하다. 화학적으로는 산호와 마찬가지로 칼슘탄산염으로 구성돼 있으나 현미경으로 보면 둘의 구조가 명백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진주조개 내부의 진주층도 뼈의 손상을 '땜질'해 준다. 표면에 기공이 많은 진주층은 손상된 인간의 뼈를 매우 빠르게 정상으로 환원시키는데 최근에는 치근(dental root)을 턱뼈에 고정시킬 때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호나 진주층처럼 생체에 잘 적응하는 물질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손상된 뼈나 관절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런 경우에는 금속물질인 티탄(Ti)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른 금속과 마찬가지로 티탄도 생체조직에 오래 붙어 있지 못한다. 물과 기름처럼 성질이 전혀 다른 물질들끼리의 완전한 결합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둘을 단단하게 붙여주는 '생체아교'의 등장이 요구된다.

하이드록시 아파티티스(hydroxyapatitis, 칼슘인산염)는 뼈세포를 유인하는 물질의 하나인데 이것이 티탄과 생체조직을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생체아교다. 인공적으로 제조하는 이 생체아교의 주성분인 칼슘인산염이 뼈의 구성성분이기도 하므로 하이드록시 아파티티스는 자석처럼 뼈세포를 끌어모은다.
 

어린이의 손상된 넓적다리 뼈가 치유되고 있다. 산호를 이식하면 부러진 뼈가 이처럼 깨끗하게 치유된다.
 

콜라겐의 장기
 

산호나 진주층처럼 생체에 잘 적응하는 물질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손상된 뼈나 관절을 대체할 수는 없다.
 

장차는 부드러운 조직을 단단한 뼈로 바꾸는 일도 시도될 것이다. 물론 이때는 이런 작업을 담당할 특수한 성장인자가 몸안에 주입돼야 한다. 이미 미국 세인트루이스의대의 연구진들은 시험관내에서 근육조직을 뼈세포로 변환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자연속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로 인간의 손상된 피부를 대체하려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 이 부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물질은 출혈을 막는데 활용되는 콜라겐(collagen)이다.

사실 콜라겐만큼 인간을 감쪽같이 속이는(?) 물질도 없다. 분명히 몸밖에서 주입된 이질적인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과 놀랄 정도로 잘 융화한다. 이를테면 이식거부반응(graft rejection)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일종의 섬유소인 콜라겐은 세포들을 모으는 장기를 갖고 있는데, 손상된 피부에 이 물질을 주입하면 손상부위로 주변의 피부세포들이 집합한다. 이렇게 해서 손상부위가 완전히 치유되면 콜라겐 자신은 저절로 흡수돼,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동물의 피부에서 추출한 섬유아세포도 손상된 인간의 피부를 낫게 한다. 흉터를 남기지 않고 심한 화상을 깨끗이 치유했다는 임상보고도 있다.

요컨대 자연에서 얻은 물질로 손상된 뼈나 피부를 대체하려는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생체적응성이 뛰어나고 또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후에는 자가소화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얀 액체는 인공피부다. 동물의 세포에서 추출한 섬유소로 인공피부를 제조하는데 이 섬유소는 뼈를 치유하고 출혈을 막는데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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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패티리스 라노이
  • 알렉산더 코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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