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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조류, 광합성 절반 맡은 물속의 유비쿼터스



요즘 조류가 뜨고 있다. 날아다니는 새인 조류(鳥類)나 조석현상 때문에 생기는 바닷물의 흐름인 조류(潮流)가 아니라 물에 살면서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는 조류(藻類, algae) 말이다. 조류에서 디젤이나 에탄올 같은 바이오연료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던 차에, 해조류가 방사능 피해 예방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시장에서 다시마나 미역이 동나기도 했다. 어머니가 아기를 낳고 제일 먼저 먹는 것도 미역국이 아니던가. 김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조류에서 추출한 물질은 식품이나 약품, 화장품을 만들 때 널리 사용된다. 또 규조류 껍데기인 규조토는 도자기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매일 조류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보자. 빵, 과자, 맥주, 아이스크림, 통조림, 치약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곳에 해조류 추출물이 들어 있다. 쓰임새가 이렇게 많은 조류의 정체를 밝혀보자.

애매한 조류 정체성

조류가 어떤 생물인지 한마디로 명쾌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종류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류는 광합성을 하지만, 여느 육상식물에 비해 구조가 아주 단순하고, 꽃이나 열매를 맺지 않고, 포자로 번식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하등식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류를 광합성하는 원생생물로 분류하기도 한다. 원생생물은 세포 하나로 이뤄진 단세포생물이 속하는 분류군이다. 원생생물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조류인 규조류나 와편모조류가 속하고, 짚신벌레와 같은 섬모충류도 속한다. 이처럼 원생생물에는 식물이나 동물의 특징을 갖는 생물이 모두 속하지만 단세포 생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대부분 다세포 조류인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도 원생생물 범주에 넣기도 한다. 이들이 어떻게 원생생물이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을 단세포가 뭉쳐져 있는 상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육상식물은 각 구성 세포가 분화돼 조직과 기관을 이루며 한 개체를 이루고 있다.

한편 원핵생물인 남조류(blue-green algae)는 예전에는 조류에 포함시켰지만, 지금은 남세균(cyanobacteria)이라고 부르며 조류와 별도로 취급하기도 한다. 원핵생물은 막으로 둘러싸이지 않은 원시적인 핵을 가진 생물로 세균(박테리아)과 같은 미생물이 속한다. 남조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조류는 진핵 생물에 속한다.

진핵생물은 세포 내에 막으로 둘러싸인 핵과 세포내 소기관이 있는 생물을 말한다. 즉 진핵생물은 원핵생물보다 훨씬 진화한 생물이며, 원생생물, 식물과 동물은 모두 진핵생물에 속한다. 이처럼 조류는 정체성조차도 정의하기 쉽지 않은 생물군이다.


단세포 조류 중에는 식물과 동물의 습성을 모두 가진 것이 있다. 일부 와편모조류(2개의 편모를 가진 조류)는 광합성을 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기도 하지만 외부로부터 유기물을 섭취하기도 한다. 이런 생물을 혼합영양생물이라고 한다. 동물처럼 다른 생물이 만든 유기물을 먹고사는 생물을 종속영양생물,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여 스스로 영양분을 만드는 생물을 독립 영양생물이라 한다.

와편모조류는 편모를 이용해 물속에서 나선형으로 움직인다. 동물처럼 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왜 조류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조류에 대한 복잡한 분류법은 생물학자들에게 맡겨 놓고, 여기서는 우리가 통상 생각해왔듯이 단세포 조류나 다세포 조류를 모두 식물로 간주하자.


[보석이 연상되는 기하학적인 외골격을 지닌 다양한 규조류의 현미경 사진. 이들이 죽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쌓인 게 규조토로, 도자기를 빚는 흙으로 쓰인다.]

보조색소 때문에 색 달라

이제 조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조류는 형태적인 차이, 광합성 산물, 광합성 색소의 종류 등이 분류 기준이 된다. 모든 조류는 기본적으로 엽록소라는 녹색을 띠는 광합성 색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종류에 따라 다른 보조 색소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갈조류는 갈색을 띠는 색소가 많아 갈색으로 보이고, 홍조류는 붉은색 색소가 많아 붉게 보인다. 조류 중에는 다시마 같이 길이가 수 십 미터에 달하는 대형 조류도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것도 있다. 이처럼 아주 작은 조류를 미세조류(microalgae)라고 한다.

조류는 육지 식물처럼 광합성 색소인 엽록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양분을 만든다. 그렇지만 조류는 육지 식물과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조류는 잎, 줄기, 뿌리의 구분이 없다. 미역이나 다시마를 보면 뿌리처럼 생긴 부분이 있지만, 단순히 바닥에 부착하는 역할만 하고 영영분이나 물을 흡수하는 기능은 없다. 영양분은 엽상체라 부르는 몸 전체에서 흡수한다.

또 다른 차이점은 관다발계를 가지고 있지않다는 것이다. 관다발계란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나 잎에서 만든 양분을 운반하는 통로인 물관과 체관, 그리고 식물체의 몸을 지지해주는 조직을 말한다. 그래서 조류는 육상식물에 비해 몸체가 아주 약하다. 파래는 녹색 셀로판지처럼 하늘하늘하다. 미역은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조류는 사는 곳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강, 호수, 연못처럼 민물에 사는 조류를 담수조류라 하고, 바다에 사는 조류를 해조류라 한다. 조류는 생활 형태에 따라 저서성 조류와 부유성 조류로 구분할 수도 있다. 저서성 조류는 단단한 바닥 표면에 붙어산다.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대부분 크기가 큰 조류다. 갈조류인 미역과 다시마, 홍조류인 김, 녹조류인 파래는 식용으로 이용되므로 낯설지 않다.

그러나 물에 떠서 생활하는 부유성 조류는 무척 생소하다. 크기가 아주 작아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부유성 미세조류를 흔히 식물플랑크톤(phytoplankton)이라 부른다. 플랑크톤은 ‘방랑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의 ‘플랑크토스’에서 왔으므로, 물에 떠다니는 방랑자라는 의미다. 식물플랑크톤의 종류에는 규조류, 와편모조류, 유글레나류, 기타 편모조류 등이 있다. 그러나 규조류 중에는 바닥에 붙어서 움직이며 사는 종류도 있다.

식물플랑크톤이 작은 이유

최근에 바이오연료를 추출한다 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미세조류인 식물플랑크톤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식물플랑크톤 중 대표적인 것은 규조류와 와편모조류이다. 규조류는 규소 성분의 껍데기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죽어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면 규조토가 되는데, 도자기를 빚는 흙으로 쓰인다.

와편모조류는 편모를 이용해 움직일 수 있으며 적조를 일으키기도 한다. 적조는 짧은 시간에 플랑크톤 숫자가 늘어나 바닷물 색깔이 붉게 변하는 현상이다. 적조가 생기면 물고기가 대량으로 죽는다.

물에 사는 미세조류의 분포 범위는 육상식물보다 훨씬 넓다. 지구 표면의 약 70%는 바다이고, 나머지 30%인 육지에도 강이나 호수가 많기 때문이다. 육상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만들어 전체 육상 생태계를 부양하듯이, 식물플랑크톤은 수중 생태계를 부양한다. 식물플랑크톤이 없었다면 물속은 죽음의 세계가 되었을 것이다.
 
[어떤 조류가 우점종이냐에 따라 물 빛깔이 달라진다. 뉴질랜드의 한 염전 주변의 수로는 홍조류 때문에 붉은색을 띠고 있다.]
 
식물플랑크톤은 보통 크기가 수 마이크로

미터(μm, 1μm는 100만분의 1m)에서 수백 마이크로미터 밖에 안 된다. 식물플랑크톤은 왜 크기가 작을까. 식물은 빛이 없으면 살수 없다. 식물플랑크톤도 빛이 없는 깊은 바다에서는 살 수 없다. 살기 위해서는 햇빛이 잘 드는 표층에 떠 있어야 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의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면적은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고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커지게 된다. 이 비가 클수록 마찰저항이 커져 가라 앉는 속도가 줄어든다. 즉 식물플랑크톤은 작아야 빛이 잘 드는 표층에 오래 머물 수 있다. 또 부피에 비해 표면적의 비가 클수록 영양염류를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크기가 작으면 빨리 번식해서 숫자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제 답이 나왔다. 식물플랑크톤은 작아야 생존에 유리하다. 아주 작은 미세조류가 억겁의 시간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 조류는 기본적으로 포자로 번식하는 무성생식 세대와 배우자가 접합하여 번식하는 유성생식 세대가 있으며, 무성세대와 유성세대를 교대로 거치는 세대교번을 하게 된다. 반면 단세포인 식물플랑크톤은 세포분열 그 자체가 바로 번식이다. 즉 세포가 두 개로 나뉘면 각각의 세포가 하나의 독립된 개체가 된다. 이들은 영양염이 풍부하거나 수온이 성장하기에 알맞으면 하루에도 1~2번씩 분열을 할 수 있다. 이는 한 개체가 사흘 뒤에는 8~16 개체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다에서 적조가 일어나는 것도 이처럼 식물플랑크톤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미세조류를 하찮게 여기지 말자. 이렇게 작은 미세조류가 하는 일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우리가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 미세조류가 바닷물 속에 우글거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클로렐라, 스피룰리나와 같은 미세조류는 건강식품이나, 우주인의 식량으로 개발됐다. 이들이 앞으로 우주시대를 맞는 인류의 주식이 될지도 모른다. 또 석유가 바닥이 나더라도 자동차를 움직이게 해줄 것이다. 작지만 대단한 힘을 가진 작은 거인,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있는 유비쿼터스 생물, 이들이 바로 미세조류다.
 

201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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