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만에 만난 두 부인
살아생전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을 한 남편의 두 부인이 500년의 세월을 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누웠다. 이들은 어떤 심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까. 질투일까, 반가움일까.
사진은 약 500년 전 조선 초기 한 사대부 집으로 시집 온 두 여인의 모습이다. 500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고운 미라로 남았다. 인근 묘에서 남편의 무덤도 확인됐지만 모두 썩어 뼈조차 출토되지 않았다. 두 미라는 2010년 경기 오산시에서 발굴됐다.
두 미라는 남편의 품계에 따라 각각 정6품, 정9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부인(아래쪽)은 남편이 9품 품계일 때 사망했다. 남편은 새 장가를 들었지만 정6품 때 두 번째 부인(위쪽)도 잃었다. 당시 정9품부터 한 단계씩 오르는 데 평균 450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약 7년 만에 두 번째 부인까지 잃은 셈이다.
사대부 가문의 부인답게 관 속에서 나온 부장품도 고급이었다. 금실로 수놓은 옷, 옥으로 만든 노리개가 높은 신분을 증명했다. 소나무 관 자체도 일반 관보다 훨씬 크고 튼튼했다.
한국미라는 여러 구가 한꺼번에 발견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가족 미라다. 가족관계를 중요시 해 무덤도 최대한 가까운 곳에 만드는 문화 때문이다. 한국미라는 죽어서도 가족을 잊지 못하는 걸까.
[고려대 의대 병리과 김한겸 교수팀은 영상의학과 용환석 교수팀과 공동으로 다채널컴퓨터단층촬영 (MD-CT) 장치로 촬영한 오산 미라 두 구를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 과학동아에 공개했다. 왼쪽 두 장은 첫 번째 부인, 오른쪽 두 장은 두 번째 부인의 모습이다. 연구팀은 이 영상으로 미라의 사망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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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미라"
Part 2. 죽음의 안식처, 무덤에게 묻는다
Part 3. 환경과 장묘문화가 만든 시간의 마법